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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네명의 자매들 2
오스카 이후엘로스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5년 1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고 있으면, 나이 든 친척분의 오래된 사진첩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사진마다 등장하는 모르는 얼굴들에 대해 물으면서, 그들의 인생 이야기를 하나하나 듣는 듯한 기분. '열네명의 자매들'은 그런 이야기다.
아일랜드계 이민인 넬슨 오브라이언. 그가 쿠바에서 데려온 새신부 마리엘라 몬테즈..이 두 사람은 미국의 작은 소읍에 자리잡고 살아가면서 장녀 마거리타를 필두로 열네명이나 되는 딸들을 낳고, 마지막으로 외아들 에밀리오를 낳는다. 이 열다섯명의 남매가 태어나고, 성장하고, 어른이 되고, 사랑에 빠지고, 결혼하고, 아이들을 낳고, 또 늙어가는 한 가족의 연대기...물론 모두에게 포커스를 다 맞출수는 없기에 이야기는 주로 장녀인 마거리타와 막내인 에밀리오에게 집중된다(원제가 'The Fourteen Sisters of Emilio Montez O'Brien'이다).
이들의 인생살이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인생이란 뭔가 대단한 것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저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다른 사람에게는 그저 그런 인생사일지라도 각 개인에게는 세상 전부같은 무게를 가지는 것이 인생에서 일어나는 여러 일들이니까.
쉽고 편안하게 읽히는 소설이고, 빛바랜 사진첩의 그 아련함이 물씬 묻어난다(극중에서 아버지 넬슨과 아들 에밀리오의 직업이 모두 사진과 관련된 것이기도 하다). 옛날 사진을 들여다보는 복고적 취미가 있고, 남들의 인생 얘기 듣기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 마음에 들 책. 애초에 영어로 쓰였음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배경과 소설의 설정 탓인지 중남미쪽 소설 특유의 어딘가 몽환적인 분위기도 즐거움을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