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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미터 그리고 48시간 ㅣ 낮은산 키큰나무 17
유은실 지음 / 낮은산 / 2018년 9월
평점 :
작년 10월 마지막 날.
그러니까 2020년 10월 30일.
나는, 그레이브스 병에 의한 '갑상선기능 항진증' 진단을 받았다.
두 단어 모두 생소했고, 내가 병에 걸렸다는 사실이 와 닿지 않았다.
처음으로 그 병에 대해 이야기할 때 의사는 내 수치가 높다고만 이야기 했지
그 수치가 정상이 10인데 너는 100이상이라던가 그런 자세한 숫자는
이야기 해주지 않아서 더 어떤 상태인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처방해주는 약을 아침저녁으로 1알씩 2번 먹고
4주 뒤에 다시 보자고 했다.
치료 기간은 1년 반 정도 생각하면 될 거라는 말과 함께.
그날 이후 나는 그레이브스 병이 무엇인지
갑상선 항진증이 무엇인지 검색해보기 시작했다.
검색해보았지만 이 병에 대한 증상에 대해 주로 나왔지.
왜 이 병에 걸리는지, 이 병에 대한 경과라던가 완치에 대한 이야기가 생각보다 잘 나오지 않았다.
조금의 위로와 안도가 되었던 것은 생각보다 주변에 이 병으로 인해
약을 먹고 있는 사람이 많아서 아주 희귀병은 아닌가 보다 했다.
그러다가 이 병에 대해 다루고 있는 책이 없을까싶어
검색하다가 이 책을 알게 되어 구입했고
오늘 금방 다 읽어버렸다.
내가 같은 병을 앓고(아직 약을 먹고 있는 중이니까) 있는 중이라서
더 빠져서 공감하며 읽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을 쓴 작가가 이 병을 앓고 있어서
주인공의 심리에 대해 잘 묘사한 것 같다.
이 병의 다행스러운 점은 통증이 없는 것이지만
내 외모의 변화를 매일 거울을 보면서 확인하게 되는 것이 괴로운 점이 아닐까 싶다.
나의 경우에도 오른쪽 눈이 유독 부은 것처럼 보이는 것이었다.
오늘은 어제보다 더 부었나? 혹은 더 튀어나왔나?
오늘은 어제보다 덜 부었나? 덜 튀어나와 보이나?
남들이 봤을 때 이상하게 보일까?
남들이 내 오른쪽 눈만 유심히 보는 거 아닐까?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든 소녀의 외모와 체형변화는
더 견디기 힘든 것이 아니었을까?
친구들의 우정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그저 관심거리에
불과한 것이라고 느꼈을 때.의 실망감과 좌절감.
생각지도 못한 짝궁이 자신을 위해 학교를 빠져가면서
곁에서 지켜 봐주면서 챙겨줬을 때.의 고마움과 안도감.에
대해서도 잘 그려내고 있었다.
방사선치료가 끝나고 주위 사람들에게 최대한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사람들을 피해가며
한 여름에 땀을 흘려가며 할머니 집까지 혼자 가는 그녀의
모습을 그릴 때 작가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작가의 말'까지 읽고 나자 거리두기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물리적 거리두기와 마음의 거리두기에 대해서.
코로나로 인해서 거리두기에 어느 새 익숙해져버린 우리가 아닐까?
그저 갑상선항진증에 대해 다룬 책을 읽고 싶어서 읽은 책이었는데
병에 대한 것보다도 마음의 거리에 대해 더 생각해보게 된 책이었다.
가깝다고 믿은 상대여서 나의 마음을 어느 정도 열고
내 자리를 내어주었는데 그러지 않은 상대도 있을 것이고.
생각지도 않은 순간에 흑기사처럼 나타나 나를 도와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작은 말 한 마디에 위로를 받기도 하고
상처를 받기도 하는 순간도.
우리는 가족에게 혹은 친구에게 어느 정도의 마음의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걸까?
몇 미터. 혹은 몇 센치일까? 아니면 자를 들이밀지 않아도 되는 걸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