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지구는 없다
타일러 라쉬 지음, 이영란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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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일러 라쉬가 환경 관련 책을 냈다고??

여러 방송을 통해 그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는 있었지만 환경에 대해 관심이 많은지는 몰랐다. 우연히 타일러 라쉬가 환경에 대한 책을 냈다는 것을 알고 흥미가 생겨 읽어 보게 되었다. 


나도 몇 년 전부터는 환경을 생각해서 조금이라도 환경에 덜 해로운 행동을 하자고 다짐을 하고 면 생리대, 대나무칫솔, 다회용 화장솜, 바디워시 대신 비누사용, 텀블러 사용 등등을 하고는 있다. 


어느 정도는 나도 환경에 대해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잘 실천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모르고 있는 부분도 많았다. 

예를 들면 프롤로그에서 가장 많은 산소가 만들어지는 곳은 숲이 아니라 바다라는 사실!! 이걸 알고 있으면 바다가 더러워져도 상관없다는 식의 생각은 할 수 없다는 말! 


진짜 숲에서 가장 많은 산소를 만드는 줄 알았고, 어떻게든 삼림훼손을 적게 하고 

빌딩 위 옥상이라도 나무를 많이 심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환경에 대해서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해야하는지, 지금 얼마나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는지 어렵지 않게 쉽게 이야기해주고 있어서 더 좋았다.

정말 외국인이 쓴 책이 맞나 싶을 정도로 문장의 매끄러움과 단어 사용은 여러 번 놀라움을 주기도 했다. 


내가 환경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더 찾아서 얼른 실천에 옮겨야겠다.


많은 사람이 공기가 숲에서 만들어진다고 말하는데, 사실 가장 많은 산소가 만들어지는 곳은 바다이다. 바다에서 작은 플랑크톤이 번식하며 산소를 배출하는데, 그게 우리가 숨 쉬는 산소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이걸 알고 있으면 바다가 더러워져도 상관없다는 식의 생각은 할 수 없다. - P8

청바지 한 장을 만드는 데에는 물 7000L와 다량의 화학 약품이 사용된다 . 오염이 가격에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소비자 가격만으로 판단해 ‘더 저렴한‘ 옷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속임수다. 몇 번 입고 버리는 옷은 그만큼 더 환경을 오염시키며, 우리에게 더 비싼 대가를 요구한다. - P71

텀블러 쓰기, 대중교통 타기, 불 끄고 나가기, 분리수거 하기... 많은 사람이 이런 방법을 생각하겠지만 그런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런 수준은 훨씬 넘어야 한다. - P106

일본을 불매한 것처럼, 환경과 관련해서도 불매해야 한다. 왜 환경을 기준으로 세운 불매가 일어나지 않은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 P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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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본 노인과 바다 (미니북) - 1952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베스트트랜스 옮김 / 더스토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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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유명해서 이미 내가 읽지 않았던가 하고 착각하는 고전들이 꽤 있는데

그 중의 하나로 '노인과 바다'가 있었다.


시간 때우려 들렀던 알라딘 중고 서점에서 내 손바닥 크기만한 초판본의 표지 디자인과 3,2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표를 붙이고서 나를 유혹하듯 쳐다보는 책을 손에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작은 책이라 부담없이 읽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처음 생각과는 달리 다 읽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렸다.

고기를 잡기까지, 고기를 잡고 나서 끌어올리기 전 까지의 과정이 너무나 지루했기 때문이었다. 

아, 그래서 고기는 대체 언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며 진짜 제대로 잡기는 한 걸까 싶었다. 그럼에도 이 소설을 고전의 반열에 올리고,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노인의 집념과 열정을 잘 나타내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홀로 망망대해에서 큰 물고기와 며칠 동안 싸우는 한 인간. 한 노인.

대단한 집념과 열정이 없었으면 잡지 못했을 것이고 다시 살아서 육지로 돌아오지 못했을 것이었다.


외부적인 영향이든 내부적인 영향이든 내가 싸워내야 하는 어떤 상황에 닥쳤을 때 과연 나는 도망치지 않고 잘 싸워 왔던가?! 혹은 잘 싸우고 있는가?!

내게도 이런 집념과 열정이 있었던가?! 있는가?! 생각해보게 된다.






나는 낚싯줄을 정확히 드리우는 편이야. 다만 운이 더는 없는 것이지. 하지만 누가 알아? 어쩌면 오늘은 운이 좋을지도. 날마다 새로운데. 운이 따른다면 더 좋기는 하지. 그래도 나는 신중을 기하겠어. 운은 준비된 자에게 찾아오는 법이니까. - P36

"인간은 패배하는 존재로 만들어진 게 아니야."
노인은 말했다.
"인간은 파괴될 수는 있어도 패하지는 않지." - P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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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의 불시착
박소연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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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궁금증을 야기하는 책이 있다.


'재능의 불시착'?! 어떤 재능이길래 제대로 착륙하지 못하고 불시착 해버린 걸까?! 

'재능'이라고 이름 붙일만하다면 분명 남들보다는 다른 어떤 무엇이 있었을텐데...


제목부터 궁금증을 불러일으켰고, "지구에서 일하는 게 적성에 안 맞아요."라고 책표지 앞부분에 적힌 한 문장은 '내 생각도 그래.' 하고 나도 모르게 혼잣말을 하게 만들었다.


마침 출판사에서 가제본 서평단을 모집하고 있었고,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나는 서평단 신청에 응모하였다. 운 좋게도 서평단에 당첨되어 정식 출판되기 전에 8개의 이야기 중에 첫 번째 이야기인 '막내가 사라졌다'를 받아서 읽어보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제목 그대로 좀 특이한 퇴사 절차를 밟는 어느 회사의 막내 사원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읽는 내내 통쾌한 마음이 들었다가도 혹시 나도 지난 번에 10년 가까이 다닌 회사에서 막내 사원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았나, 혹시라도 내가 회사 외의 업무나 다른 일을 부탁한 적이 있었나? 생각해보게 되었다.


회사 구성원이 모두 특별하다고 생각한 사건이 일어나지도 않았는데 어느 날 아침 막내 사원은 출근하지 않고 대리인을 통해 퇴사의사를 밝힌다. 그것도 문자로.


이별 통보나 안 좋은 통보가 문자나 메일, 글씨로 접하면 기분부터 나쁘지 않던가~! 

연락을 받는 쪽이 괜시리 무언가 더 큰 잘못을 한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고 말이다.


그 연락은 퇴사한다는 어떤 이유도 적혀져 있지 않다. 그리고 본인 대신 대리인이 가서 일처리를 한다는 말이 전부다. 이유도 모르는데 대리인이 온다고???


이때부터 모든 사원은 막내 사원에게 자신들이 막내 사원에게 한 행동들을 되짚어보기 시작한다. 혹시나 내가 무엇을 잘못했나, 아, 그때 그렇게 행동했는데 그게 법적인 문제가 되는 걸까? 소송을 걸지는 않을까 하고 말이다. 


내가 회사를 다닐 때도 그랬지만 업무 외의 일을 상사가 부탁하거나 친근감의 표시로 행해지는 언행들은 참 애매한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회사 동료, 선후배 사이라도 어느 새 마치 우리가 한 가족이나 된 것 마냥, 무슨 동아리 모임이라도 된 것 마냥.

그리고 그 관계가 마치 영원한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된다. 

그러면 그럴수록 점점 일의 경계와 서로의 언행은 점점 더 모호해져 버리고 만다. 


다들 대리인이 오기 전까지 전전긍긍하며 걱정하고 있을 때 옆 부서 과장이 툭 던지는 한 마디를 우리 모두는 기억하고 상기해야 할 것이다.

" 회사 다닐 때나 상사고 선배지, 그만두면 아무 관계도 아닐 사람들끼리 진즉 기본 매너는 지키고 살면 좀 좋아요?"


다들 걱정한 것과는 달리 막내 사원의 퇴사이유는 알아내지 못했지만 퇴사처리는 원만히 진행되고 코팅된 사직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짧은 소설은 끝이 난다.


퇴사대행 서비스를 하는 대리인이 한 마디 한다.

"뭔가 다들 오해하시는 것 같은데 퇴사는 대단한 각서를 쓰고 허락을 받아야 나갈 수 있는 게 아니라 적법한 시간과 절차에 맞춰 의사를 표현하면 성립되는 겁니다." 라고...


입사는 허락을 해주는 것이지만 퇴사는 나의 자유의사인 것이다. 전전긍긍하며 겁낼 필요 없다. 막내 사원이 퇴사를 해도 중요 임원이 퇴사를 한다해도 회사는 지구가 굴러가듯이 아주 잘 굴러가게 되어 있다. 나의 경험상 그랬다.

전전긍긍했던 시간이 너무나 아까울만큼 회사는 너무도 잘 굴러갔다.


퇴사를 고민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이 소설을 권하고 싶다.

내가 어떻게 입사한 회사인데....내가 지금 퇴사하면...인수인계는...이런 거 고민할 시간에 사직서 코팅해두고(상사가 찢어버리지 못하게)  과감히 뛰쳐나오기 바란다. 퇴사를 고민하게 만드는 회사에는 있을 이유가 없으므로...


당신의 재능은 다른 곳에 잘 착륙시키면 되니까.

그곳에 잠시 불시착했을 뿐이니까 말이다. 



@rhkorea_books  #박소연 #재능의불시착 #막내가사라졌다

#가제본서평단 #직장인 #책스타그램 









내일까지 두려움에 떨 사람들이 많아 보이네요. 그러게 회사 다닐 때나 상사고 선배지, 그만두면 아무 관계도 아닐 사람들끼리 진즉 기본 매너는 지키고 살면 좀 좋아요? - P20

뭔가 다들 오해하시는 것 같은데 퇴사는 대단한 각서를 쓰고 허락을 받아야 나갈 수 있는 게 아니라 적법한 시간과 절차에 맞춰 의사를 표현하면 성립되는 겁니다.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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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미터 그리고 48시간 낮은산 키큰나무 17
유은실 지음 / 낮은산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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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월 마지막 날.

그러니까 2020년 10월 30일.


나는, 그레이브스 병에 의한 '갑상선기능 항진증' 진단을 받았다.

두 단어 모두 생소했고, 내가 병에 걸렸다는 사실이 와 닿지 않았다.


처음으로 그 병에 대해 이야기할 때 의사는 내 수치가 높다고만 이야기 했지

그 수치가 정상이 10인데 너는 100이상이라던가 그런 자세한 숫자는 

이야기 해주지 않아서 더 어떤 상태인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처방해주는 약을 아침저녁으로 1알씩 2번 먹고

4주 뒤에 다시 보자고 했다. 

치료 기간은 1년 반 정도 생각하면 될 거라는 말과 함께.


그날 이후 나는 그레이브스 병이 무엇인지

갑상선 항진증이 무엇인지 검색해보기 시작했다.


검색해보았지만 이 병에 대한 증상에 대해 주로 나왔지.

왜 이 병에 걸리는지, 이 병에 대한 경과라던가 완치에 대한 이야기가 생각보다 잘 나오지 않았다.


조금의 위로와 안도가 되었던 것은 생각보다 주변에 이 병으로 인해

약을 먹고 있는 사람이 많아서 아주 희귀병은 아닌가 보다 했다.


그러다가 이 병에 대해 다루고 있는 책이 없을까싶어

검색하다가 이 책을 알게 되어 구입했고

오늘 금방 다 읽어버렸다.


내가 같은 병을 앓고(아직 약을 먹고 있는 중이니까) 있는 중이라서

더 빠져서 공감하며 읽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을 쓴 작가가 이 병을 앓고 있어서

주인공의 심리에 대해 잘 묘사한 것 같다.


이 병의 다행스러운 점은 통증이 없는 것이지만

내 외모의 변화를 매일 거울을 보면서 확인하게 되는 것이 괴로운 점이 아닐까 싶다.

나의 경우에도 오른쪽 눈이 유독 부은 것처럼 보이는 것이었다. 


오늘은 어제보다 더 부었나? 혹은 더 튀어나왔나?

오늘은 어제보다 덜 부었나? 덜 튀어나와 보이나?

남들이 봤을 때 이상하게 보일까?

남들이 내 오른쪽 눈만 유심히 보는 거 아닐까?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든 소녀의 외모와 체형변화는

더 견디기 힘든 것이 아니었을까?


친구들의 우정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그저 관심거리에

불과한 것이라고 느꼈을 때.의 실망감과 좌절감.


생각지도 못한 짝궁이 자신을 위해 학교를 빠져가면서

곁에서 지켜 봐주면서 챙겨줬을 때.의 고마움과 안도감.에 

대해서도 잘 그려내고 있었다.



방사선치료가 끝나고 주위 사람들에게 최대한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사람들을 피해가며

한 여름에 땀을 흘려가며 할머니 집까지 혼자 가는 그녀의

모습을 그릴 때 작가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작가의 말'까지 읽고 나자 거리두기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물리적 거리두기와 마음의 거리두기에 대해서.


코로나로 인해서 거리두기에 어느 새 익숙해져버린 우리가 아닐까?

그저 갑상선항진증에 대해 다룬 책을 읽고 싶어서 읽은 책이었는데

병에 대한 것보다도 마음의 거리에 대해 더 생각해보게 된 책이었다.


가깝다고 믿은 상대여서 나의 마음을 어느 정도 열고

내 자리를 내어주었는데 그러지 않은 상대도 있을 것이고.

생각지도 않은 순간에 흑기사처럼 나타나 나를 도와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작은 말 한 마디에 위로를 받기도 하고

상처를 받기도 하는 순간도.

우리는 가족에게 혹은 친구에게 어느 정도의 마음의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걸까?

몇 미터. 혹은 몇 센치일까? 아니면 자를 들이밀지 않아도 되는 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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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나의 자서전 - 김혜진 소설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24
김혜진 지음 / 현대문학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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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제목으로만 보았을 때는 불과 관련된 내용인가 싶었지만 다 읽고 나서야 왜 제목 제일 앞에 작가가 이란 단어를 사용했는지 이해가 되었다그만큼 경계를 허물어버리고 싶은 소설 속 의 의지가 강함을 알려 주고 싶었던 것이리라.


소설을 읽는 내내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대구에서 자란 나 역시 소설 속에서만큼은 아니지만 동구와 수성구의 경계를 경험하며 자랐다집은 수성구에 있긴 했지만 동구와 경계에 있다시피 했다겨우 수성구라고 부를 수 있는수성구의 영역 끝에 있었다.

엄마는 나를 수성구에 있는 고등학교에 보내야 괜찮은 대학교에 갈 수 있을 것이라 여겨서 내가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수성구에 있는 고등학교에 보내기 위한 준비를 해나갔다집에서 꽤 먼 곳에 있는 수성구 중심가에 있는 학원에 보냈다엄마는 수성구에 있는 고등학교에 가려면 수성구에 있는 학원이 더 잘 가르칠 것이고미리 수성구에 있는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과 어울려두는 것이 나을 것이라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중학교 2학년 때 우리 집은 동구에 있는 아파트를 분양 받아서 수성구에서 동구로 이사를 가게 되었는데 엄마는 학교에 주소를 써낼 때 예전 집 주소(수성구로 시작하는)로 쓰라고 내게 신신당부를 했다

그 덕에 나는 수성구에 있는 고등학교로 진학을 할 수 있었고고등학교 2학년이나 되어서야 실제 살고 있는 주소(동구로 시작하는)를 썼다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나서도 엄마는 안심이 안 되었던 모양이다2가 되고 난 뒤에야 주민등록상의 주소지를 실제 살고 있는 동구로 옮겨주었다그제서야 나도 그동안 학교에 거짓말하는 꺼림칙한 기분을 떨쳐낼 수 있었다대구의 강남이라고 불리는 수성구에 있는 학교를 다니고 수성구에 있는 학원을 다녔다그 당시 나와 비슷한 아니 똑같은 아이들이 우리 집 뿐만이 아니었다같은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이 사설 승합차를 이용하여 수성구에 있는 학교까지 통학하거나 버스를 2번씩이나 갈아타고 학교에 다녔다소설 속에서처럼 남토니 남민이라고 불려지거나 놀림거리가 되진 않았지만대놓고 말하지 않았지만 암묵적인 모두의 목표는 같은 것이었다어떻게든 수성구학군에 소속되어 수성구의 인프라를 누리며 소위 좋은 대학에 가고 그들의 리그에 끼일 수 있다는 것. 20여년이 지난 지금은 조금은 달라졌을까?!

 

올해 초 15년간 살았던 부산을 떠나서 부모님이 계신 대구로 이사를 가려고 집을 알아보았던 적이 있다네이버 지도를 통해서 대구시 이곳 저곳을 살펴 보았다내가 다녔던 초등학교 근처동대구역이 가까우면서 대구 중심가로 접근성이 좋은 곳 등등 직접 발품을 팔 수 없는 상황이라 더 지도를 열심히 보았다그러면서 여러 커뮤니티 게시판 등에서 사람들이 어떤 동네나 어떤 아파트에 대해 평판을 올린 것들도 같이 읽어 볼 수 있었다그러면서 처음 알았던 사실들도 많아서 적잖이 놀랐다흔히들 이야기 하는 초품아라고 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라는 말은 워낙 많이 들어서 이제 새롭지도 않았는데 수동구라는 단어가 있어서 놀랐다.


대구의 강남인 수성구와 수성구와 인접한 동구를 합친 말이었다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한쪽은 수성구이고 그 반대편은 동구인 것이었다동구에 새로운 아파트가 곧 분양예정인데 행정구역으로는 동구이지만 길 하나만 건너면 수성구이기 때문에 집값도 수성구보다는 싸면서 수성구의 편리한 인프라를 누릴 수 있다는 말인 것이었다내가 대구에 살고 있을 때만 하더라도 들어보지 못한 단어였다.

수동구라고 불릴 수 있는 지역에 있는 아파트는 수성구에 있는 아파트보다는 싸지만 같은 동구에 있는 다른 아파트보다는 훨씬 비싼 값에 나와 있었다나의 학창시절 때보다 수성구를 향한 사람들의 욕망은 더 심해졌구나달라지지 않았구나.


소설 속에서 주인공 의 유년시절과 수아를 통해 한 번 더 겪는 중앙동과 남일동의 경계구분 짓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이런 상황이 떠오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그러다 적극적인 주해의 모습을 보고 통쾌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이방인으로 들어와 어떻게든 그곳에서 정착하며 살아가기 위해 변화를 시도하고 노력하는 모습이 애처로워 보이면서도 안쓰러웠다과연 얼마나 바뀔까 싶은 마음도 들었다. ‘수아의 초등학교 입학과 함께 더 이 악물고 맞서 싸우다 재개발로 한껏 희망에 부풀었다 정점에 다다랐을 때 주해의 노력으로 바꿀 수 없는 사건이 생겨버리자 주해는 그만 모든 걸 포기하고 도피를 선택한다이 부분에서 나 또한 너무 아쉬웠고 사람들은 정말 쉽게 변하지 않구나쉽게 도움도 주지 않구나 싶었다.


소설 마지막 부분에 주인공이 불을 지를 때는 그만 다 타버려라아주 활활 다 타버려서 동네가 아주 그냥 사라져버려라 싶은 마음이 들었다그러면 그 동네가 없어지는 거니까 더 이상 경계를 구분짓지 않아도 되겠지싶었는데 그렇게 되지 않았다그래도 주인공은 재개발이 이루어지는 시작점을 보고 소설이 끝난다몇 십년이 지나도 바뀌지 않던 동네가 변화를 추구하던 주해가 떠난 뒤에야 허물어지는 모습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결국에는 개인 하나만의 노력으로는 경계를 허물 수 없고 변화를 일으키기 힘들다는 것을 표현한 것일까?! 


경계를 만들고 선을 긋고 구분하는 것은 사람이며 그것으로 인해 고통을 받는 것 또한 사람이다누가 함부로 선을 그어버리고 규정해버리는 것일까?! 지리적인 경계를 토대로 사람을 미리 평가하는 것은 위험한 행동이라 생각한다저 사람은 어느 지역 출신이니까 이럴 거야어느 지역 출신이라서 무조건 안 돼가 아니라 그 사람 하나만을 바라보았으면 좋겠다마음이 따뜻하고 긍정적인 사람이구나혹은 좋은 일을 많이 하고 어려운 사람을 잘 돕는 사람.이 더 눈에 띄고 높이 평가받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내가 이렇게 경험했고 내가 이렇게 자랐으니까 내 아이들만큼은 이렇게 되지 않아야 한다 하는 마음으로 조금씩 바뀌어나가면 좋겠다무조건적인 다들 같은 목표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다양성을 인정하고 개성을 인정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아이를 좋은 학교에 진학시키고 싶어하는 부모의 마음이야 다 같겠지만 그로 인해서 지역을 구분짓고 아이들의 마음에 상처를 입히고 본인도 상처를 받거나 힘든 일이 계속 되는 것이 세대를 넘어서까지 이어지지 말았으면 좋겠다.

 

소위 ‘SKY’라 불리는 대학교에 가지 못하더라도 아이의 취미와 개성을 잘 살려서 그것을 살려주는 학교에 진학할 수 있고그로 인해 취업도 어느 정도 보장이 된다면 이만큼 혹은 그만큼 우리는 어느 지역에 살고 있는가에 집착하지 않아도 될지 모르겠다또 우리 나라 어느 지역을 가더라도 일자리가 고루 분포되어 있고 누릴 수 있는 환경이 비슷하다면그럴 수 있다면 집에 대한 고민은 지금보다 훨씬 더 줄어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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