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한국의 노동자들 - 노동인권 변호사가 함께한 노동자들의 법정투쟁 이야기
윤지영 지음 / 클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직업이 다양한 만큼 그에 따라 여러 다양한 사건, 사고 등이 끊이질 않는다. 각종 이해관계가 얽혀 있으며, 다양한 사람이 한 공간에서 지내거나 불특정 다수를 상대해야 하거나, 위험하거나 특수한 환경, 이상한 계약 관계 등등으로 늘 노동과 관련한 곳엔 여러 문제들이 산적해있는 게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떤 법이든, 계약이든 서로가 약속한 대로 잘 지키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텐데 우리가 사는 사회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이런 노동에 관련된 문제를 상담해 주고, 힘없는 그들을 위해 수임료도 받지 않고 열심히 뛴 변호사 이야기가 이렇게 따뜻하고 고맙게 다가오는 게 아닐까?!

책 《안녕하세요, 한국의 노동자들》이 더 반가운 이유다.



책 제목 위에 작게 '노동자들의 법정투쟁 이야기'란 부제가

괜스레 가슴 저릿하게 다가왔던 건 목차를 살펴본 뒤였다.


목차를 보면 하나같이 다 안타깝고 슬픈 사연들이다.

그들의 죄라면 시키는 대로 혹은 그보다 더 열심히 일한 것뿐이었다.

책은 소설처럼, 다큐처럼

근로자들이 어떤 상황에 처했고, 어떤 식으로 상담을 했으며

그런 과정에서 어떤 일들이 있었고, 어떤 법을 적용받았고,

어떤 법으로 승소하려고 노력하셨는지

법을 잘 몰라도 이해하기 쉽게 쓰여서 쉽게 읽혔다.

(내용은 마음이 아파 한 번씩 심호흡을 해야 했지만 ^^;)

안타깝게 유명을 달리하신 분도 많았다.

그럼에도 유지영 변호사 님은 의미 있는 한 문장이라도 건지기 위해, 유족들을 위해, 좋은 선례를 남기기 위해 고군분투하셨다.


근로복지공단은 이만수 씨에 대해 업무상 질병 판정을 하면서 자살의 업무 관련성을 인정했다. 근로복지공단이 자살을 산재로 인정한 최초의 사례였다.

24p.



청주방송국의 PD가 자살한 사건도 마음이 아팠다.

방송국의 노동 문제를 한 문장으로 꼬집어주셨다.



또 시대가 변함에 따라 달라지는 고용계약의 형태도

근로자들의 지위를 위태롭게 하는 것 같다.

언제부턴가 우리 입에 익숙해진 단어

'비정규직', '계약직', '프리랜서'...

이 세 단어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바로 '불안정감'일 것이다.

'우리(고용주)는 언제든 널 원할 때 쓰고, 원하지 않을 때 쓰지 않겠다.'라는 의미가 아닐는지...

자발적으로 비정규직이나 계약직 혹은 프리랜서를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많은 경우가 비자발적으로 그런 위치에 있으리라 생각된다.



난 9년 전, 임금 체불로 온갖 자료를 들고 노동청에 간 적이 있고,

그 이듬해인 8년 전에 들어간 회사에서는 내가 입사하고 6개월 뒤에

폐업하는 바람에 실업 급여를 받은 적이 있다.

내 인생에서 그런 사건이 있으리라고는,

내 입에서 그런 단어를 언급하리라고는,

내가 피해자가 되어 그런 곳을 드나들게 되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뉴스에서 자주 언급되는 노동 문제는

건설 현장이나 열악한 공장에서나 벌어지는 일들이라 싶었고,

딴 나라 이야기처럼 들렸기에 그런 일들을 내가 직접 겪게 되자

법학과를 나름 좋은 성적으로 졸업한 나였음에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빨리 떠오르지 않았고,

내가 잘못한 것이 없는데도 자책감 비슷한 감정도 들었다.

내가 겪은 일은 나보다 더 힘든 일을 겪은 사람에 비하면

정말 새 발의 피지만, 그들의 일화를 읽는 내내 잊고 지냈다 생각했던 여러 일들이 자꾸 떠올라 책을 읽기가 힘들었다.

돌이켜보면 직장 내 성희롱 사건도 비일비재했다.

그 당시에는 큰일이라 여기지 않았고 그저 기분 나빠하다가 신고하거나 상부에 보고하기 애매해서 스리슬쩍 넘어갔던 것 같다.

상부, 즉 상사들은 죄다 남자였으므로...

십여 년 전에 일어났던 일을 지금 똑같이 겪는다면 난 녹음부터 했을 듯하다.

여러 사례를 읽으면서 힘들기도 했지만, 끝내 승소했고, 원하는 결과를 얻었다고 했을 때는 같이 박수를 쳤다.

다만, 좋은 책이었던 만큼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책 말미에 추천사의 전문을 싣기 보다(뒤표지에도 추천사 일부를 빼곡히 실었으므로)

무료로 법률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곳이라든지,

혹시나 직장 내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게 될 때 모아두면 좋을 증거자료 같은 걸 알려줬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 일을 겪어봤던 사람으로서

당하면 머릿속이 금방 새하얗게 되어버리니 말이다.

골리앗 같은 존재와 힘겹게 싸웠던,

어쩌면 지금도 싸우고 있을 이들에게 미약하나마 응원을 보낸다.

정의는 승리한다고, 당신들이 잘못한 것은 없다고.



본 포스팅은 #출판사클 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