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브라이슨 발칙한 미국산책 - 개정판
빌 브라이슨 지음, 강주헌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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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글을 읽을 때 그의 유년기를 안다는 게, 때로는 아주 중요하구나, 생각해본다. 출간 시기상으로는 그의 여행에세이들이 이 책보다 먼저이지만, 책 속 이야기로 치면 이 책은 빌 브라이슨의 책 중 가장 앞에 온다. 바로 빌 브라이슨의 유소년 시절이 담겨 있는 책이다.

1950년대 평범한 미국 중산층을 대변하는 빌 브라이슨의 개구진 눈을 따라가다 보면 미국이 진짜 잘 살았다. 너무 잘살아서 정말 해괴망측한 일도 많이 벌어졌었다. 단적으로 원자력 붐. 마치 대안 에너지원이라도 찾은 양, 원자력은 선망의 대상이었다.

자본주의 태동기 혹은 미국 역사를 공부하겠다고 마음 먹은 적은 없지만, 빌 브라이슨의 이 책을 통해 미국 전후 사회 역사를 보게 된 것인데 한편으로는 많이 화도 나고, 어찔어찔했다. 빌 브라이슨은 풍자와 조롱을 통해 미국의 1950년대를 말하겠지만 한국의 독자인 나는 그 풍자와 조롱마저도 너무 가볍게 느껴지곤 했던 것이다. 한국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누린 풍요.

두려운 것은 지금 우리가 착취하고, 실험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하는 점이다. 또다시 몇십년 뒤 만약 현재 풍요의 시대를 풍자할 때, 그 풍자조차 너무나 가볍게 느껴져, 분노할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각성제 역할을 톡톡히 하는, 그러나 여전히 빌 브라이슨 표인 책이다. 기회가 된다면, 빌 브라이슨의 여행 에세이를 읽기 전에 이 책을 일독할 것을 권한다. 미국 속을 걸어 나와 세상을 돌아보는 빌 브라이슨의 시선을 더욱 생생하게, 어쩌면 전과 다르게 느낄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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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에 두 권의 책에서 토마스를 만났다. 둘 모두 어린 아이였고, 이름은 같았다.

내게는 의미심장했다. 동시에 만난 두 권의 책이 토마스라는 이름으로 통하고 있다는 것이.  

그렇지만 내가 그 둘을 비교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 작가, 폴 혼슈마이어는 새로운 언어로 책이 번역될 때마다 표지를 직접 새로 그린다다. <엄마, 돌아와요>의 미국판 원작<Mother, come home>의 표지는 아주 멋지다. 여기에 띄우면 재미없어진다. 다른 표지들도 찾아보았는데,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그 어떤 표지보다도 미국판 표지가 좋았다. 어쨌든, 그 그림을 처음 보는 순간, 그리고 책을 덮고 난 순간 잠시 동안 표지에 응축된 슬픔이 가볍지 않았다. 상자 안에 말 한 마디(제목)와 함께 어떤장면을 통해 책 한 권을 드러내는 것이 표지 이미지라면, 표지 디자인이란 정말 대단한 것이다. 지금껏 보았던 중 가장 인상 깊었다. 그 외에 이 책에 관해 몇 가지 메모를 해본다.

1. 이 책은 숨은 그림 찾기처럼 꼼꼼히 들여다보는 것이 재밌는 책이다.   2. 만화의 대사는 희곡의 그것만큼이나 풍부하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3. 이 책은 상실감에 대한 간절하고 간접적인 첫 기억이다. 4. 한 언어권에서 다른 언어권을 넘어올 때 책은 많이 달라진다. 그 과정에는 많은 사람의 눈과 손이 있다. 어쩌면 그게 모두 다 같은 데 뿌리를 둔 다른 책일 수도 있다.  

 

이 책도 원작의 이미지가 매우 아름다웠다. 내가 너무 갇혀 있는 건 아닐까? 그럴지도 모른다.  

이 책은 청소년 문고로 분류되어 나왔지만, 또 권위 있는 청소년 문학상을 수상했던 책이지만, 분명 아주 너른 독자층을 얻을 만한 책이다. 이쯤에서 나는 매우 고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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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옹, 풍경을 마시다
왕희지 외 지음, 서은숙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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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옹. 술취한 늙은이, 뭔가에 취한 누군가, 풍경에 취한 취옹.

"그해는 눈이 무척 많이 내려 온 세상이 마치 운무로 가득 찬 것 같았다."

그의 나레이션을 들으며 나는 그 세상으로 갔다.

"해가 드는 곳은 이미 눈이 녹았지만 그 반대쪽은 흰 눈이 여전하다. 이처럼 흑백이 대비되는 기묘한 절경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풍경을 즐긴다는 게 대체 뭐지? 나에겐 너무나 낯선 즐거움이다. 아주 고리타분해 보이는 옛 취향 같았다.

"대설이 내린 어느 날 밤이다. 야경이 지난 후 나는 갑자기 밖으로 나갈 채비를 했다. 시동은 추운 날씨 때문에 내 머리가 어떻게 된 것은 아닌지 의아한 눈초리로 나를 쳐다보았다. 눈을 밟으며 매화를 찾아보는 묘미를 어찌 알겠는가. 나는 작은 배에 몸을 싣고 털옷을 걸치고 화로를 품에 안고 혼자 호심정으로 갔다."

매화를 찾기 위해서? 

이 책은 역대 기행 산문을 모아 엮은 책이라고 소개 되었다. 또 한번 풀어 설명하자면 풍경에 대한 위대한 중국 산문들을 엮은 것이라고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의 특별함을 다른 것으로 기억할 것이다. 이 책은 나에게 매우 환상적인 단편 소설 모음집과 같았다.

그 글들은 내가 지극히 좁은 세계에 살고 있음을 느끼게 했다. 나는 그 글 속의 풍경을 바라보며 내가 이곳의 취미, 풍경, 글쓰기에 길들여져 있음에 놀랐다. 

그 풍경 속에 '친구'가 등장하는 것을 보면서 나는 내 친구와 상상할 수 있던 환상을 하나 더 추가 했다. 차원을 이동해서 우리가 그곳에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마치 <프린스 앤 프린세스>의 아이들처럼 다른 세계로 떠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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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짐지고이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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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그림자 1 잊힌 책들의 묘지 4부작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정동섭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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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지상 곳곳을 탐험한다. 닿지 않는 곳이 없게끔 지구의 구석 구석 자유로이. 바람이 땅 속으로 스민다.  뱀굴, 두더지굴, 개미굴로 파고들어 이윽고 지구의 반대편, 땅 위로 솟아오른다. 바람은 하늘로 날아오른다. 더 멀리, 더 멀리, 그러나 단단한 벽에 부딪친다. 하늘은 바람조차 뚫을 수 없는 단단한 지붕이다.

만약 하늘에 구멍이 난다면? 바람이 새나갈까? 바람의 우주여행은 가능하게 될까? 

그렇지만 하늘에 구멍이 나면, 바람과 함께 지구의 모든 것이 우주 밖으로 빨려 나갈 것이다. 바람이 새기 시작하면 지구는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 지구는 바람의 흔적이며 기억이었으니까.

소설 <바람의 그림자>에는 바람같은 인물이 등장한다.  방랑하면서도 끝내 헤어날 수 없는 운명에 발목잡혀 지구에 머물러 있는 인물. 그의 이름은 훌리안 카락스로, 소설 속에 등장하는 소설 <바람의 그림자>의 작가이다. 곧 이 소설은 "책 속의 책"의 구조를 이루고 있는데, 독자가 읽고 있는 책 <바람의 그림자>는 곧 소설 속의 화자인 다니엘이 매혹되었던 책 <바람의 그림자>이다. 이 이중(二重)의 책은 더불어 이중의 화자, 이중의 세계를 만든다. 

세상에 단 한 권 밖에 남지않은 책 바람의 그림자를 읽게 된 소년 다니엘은, 이 비밀스런 책의 운명을 추적하게 된다. 책은

 바람의 그림자. 그 비밀스런 그늘 속에서 웅성거림이 있다.  

 이제 나는 바람에게도 그림자가 있는 것을, 그림자에게도 소리가 있는 것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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