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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친애하는 악플러 ㅣ 탐 청소년 문학 36
나윤아 지음 / 탐 / 2024년 11월
평점 :
주인공 두 아이가 어렵게 어렵게 내딛는 한발이 때로는 버퍼 같으면서도, 자꾸 뒷걸음치는 마음이 안타까워도, 응원하게 된다. 애초에 성장은 버퍼를 수용하는 것이다. 그런 것일 테니까.
제목에서는 악플러가 앞으로 나와 있지만, 이 책에 더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아마도 인플루언서일 거다. '작가의 말'을 읽으면서 난생처음 인플루언서라는 말에 대해 곱씹어 보지 않았나 싶다. (언젠가 '선한 영향력'이란 말이 유행처럼 맴돌 때, 살짝 웃기시네, 하며 코웃음을 쳤던 기억은 있다.)
누구나 알겠지만 인플루언서의 본뜻을 따져보면 '영향력자'다. 그간 나는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손쉽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듯이 가볍게 권력을 쥐여주는 그 명칭이 내심 불편했다. 영향력이 잘 꾸며진 이미지로 질투심을 유발하고, 과소비를 부추기는 것에 불과한다는 점 때문에 더욱 그랬을 거다. 그런 시대를 반성하듯 돌아보는 '최유안'이라는 캐릭터는 분명 남다르다. 그리고 사랑스럽다. 소설이기에 가능한 것일까? 한 사람쯤은, 어딘가에, 이런 존재가 있기를 꿈꾸어 보았다.
그런 최유안이 닿기를 바라는 대상이 '김주언'이다. 웬일인지 읽는 내내 상관이 있는지 없는지 모를 "너에게 닿기를" 이란 이름만 아는 만화 제목이 떠오르기도 했네. 유안이의 마음이 주언이에게 닿았던 순간, 순간, (물론 소설 속에서라지만) 주언의 "정전된 건물" 같던 마음에 불이 켜졌다. 사회적 이슈를 다루기만 한 게 아니라 그런 마음의 변화를 비추려 했던 게, 이 작품의 진가가 아닌가 싶다.
*출판사에서 도서만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