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그림자 1 잊힌 책들의 묘지 4부작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정동섭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바람이 지상 곳곳을 탐험한다. 닿지 않는 곳이 없게끔 지구의 구석 구석 자유로이. 바람이 땅 속으로 스민다.  뱀굴, 두더지굴, 개미굴로 파고들어 이윽고 지구의 반대편, 땅 위로 솟아오른다. 바람은 하늘로 날아오른다. 더 멀리, 더 멀리, 그러나 단단한 벽에 부딪친다. 하늘은 바람조차 뚫을 수 없는 단단한 지붕이다.

만약 하늘에 구멍이 난다면? 바람이 새나갈까? 바람의 우주여행은 가능하게 될까? 

그렇지만 하늘에 구멍이 나면, 바람과 함께 지구의 모든 것이 우주 밖으로 빨려 나갈 것이다. 바람이 새기 시작하면 지구는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 지구는 바람의 흔적이며 기억이었으니까.

소설 <바람의 그림자>에는 바람같은 인물이 등장한다.  방랑하면서도 끝내 헤어날 수 없는 운명에 발목잡혀 지구에 머물러 있는 인물. 그의 이름은 훌리안 카락스로, 소설 속에 등장하는 소설 <바람의 그림자>의 작가이다. 곧 이 소설은 "책 속의 책"의 구조를 이루고 있는데, 독자가 읽고 있는 책 <바람의 그림자>는 곧 소설 속의 화자인 다니엘이 매혹되었던 책 <바람의 그림자>이다. 이 이중(二重)의 책은 더불어 이중의 화자, 이중의 세계를 만든다. 

세상에 단 한 권 밖에 남지않은 책 바람의 그림자를 읽게 된 소년 다니엘은, 이 비밀스런 책의 운명을 추적하게 된다. 책은

 바람의 그림자. 그 비밀스런 그늘 속에서 웅성거림이 있다.  

 이제 나는 바람에게도 그림자가 있는 것을, 그림자에게도 소리가 있는 것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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