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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친애하는 악플러 탐 청소년 문학 36
나윤아 지음 / 탐 / 2024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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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두 아이가 어렵게 어렵게 내딛는 한발이 때로는 버퍼 같으면서도, 자꾸 뒷걸음치는 마음이 안타까워도, 응원하게 된다. 애초에 성장은 버퍼를 수용하는 것이다. 그런 것일 테니까. 
제목에서는 악플러가 앞으로 나와 있지만, 이 책에 더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아마도 인플루언서일 거다. '작가의 말'을 읽으면서 난생처음 인플루언서라는 말에 대해 곱씹어 보지 않았나 싶다. (언젠가 '선한 영향력'이란 말이 유행처럼 맴돌 때, 살짝 웃기시네, 하며 코웃음을 쳤던 기억은 있다.) 
누구나 알겠지만 인플루언서의 본뜻을 따져보면 '영향력자'다. 그간 나는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손쉽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듯이 가볍게 권력을 쥐여주는 그 명칭이 내심 불편했다. 영향력이 잘 꾸며진 이미지로 질투심을 유발하고, 과소비를 부추기는 것에 불과한다는 점 때문에 더욱 그랬을 거다. 그런 시대를 반성하듯 돌아보는 '최유안'이라는 캐릭터는 분명 남다르다. 그리고 사랑스럽다. 소설이기에 가능한 것일까? 한 사람쯤은, 어딘가에, 이런 존재가 있기를 꿈꾸어 보았다.
그런 최유안이 닿기를 바라는 대상이 '김주언'이다. 웬일인지 읽는 내내 상관이 있는지 없는지 모를 "너에게 닿기를" 이란 이름만 아는 만화 제목이 떠오르기도 했네. 유안이의 마음이 주언이에게 닿았던 순간, 순간, (물론 소설 속에서라지만) 주언의 "정전된 건물" 같던 마음에 불이 켜졌다. 사회적 이슈를 다루기만 한 게 아니라 그런 마음의 변화를 비추려 했던 게, 이 작품의 진가가 아닌가 싶다.   

*출판사에서 도서만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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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에 두 권의 책에서 토마스를 만났다. 둘 모두 어린 아이였고, 이름은 같았다.

내게는 의미심장했다. 동시에 만난 두 권의 책이 토마스라는 이름으로 통하고 있다는 것이.  

그렇지만 내가 그 둘을 비교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 작가, 폴 혼슈마이어는 새로운 언어로 책이 번역될 때마다 표지를 직접 새로 그린다다. <엄마, 돌아와요>의 미국판 원작<Mother, come home>의 표지는 아주 멋지다. 여기에 띄우면 재미없어진다. 다른 표지들도 찾아보았는데,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그 어떤 표지보다도 미국판 표지가 좋았다. 어쨌든, 그 그림을 처음 보는 순간, 그리고 책을 덮고 난 순간 잠시 동안 표지에 응축된 슬픔이 가볍지 않았다. 상자 안에 말 한 마디(제목)와 함께 어떤장면을 통해 책 한 권을 드러내는 것이 표지 이미지라면, 표지 디자인이란 정말 대단한 것이다. 지금껏 보았던 중 가장 인상 깊었다. 그 외에 이 책에 관해 몇 가지 메모를 해본다.

1. 이 책은 숨은 그림 찾기처럼 꼼꼼히 들여다보는 것이 재밌는 책이다.   2. 만화의 대사는 희곡의 그것만큼이나 풍부하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3. 이 책은 상실감에 대한 간절하고 간접적인 첫 기억이다. 4. 한 언어권에서 다른 언어권을 넘어올 때 책은 많이 달라진다. 그 과정에는 많은 사람의 눈과 손이 있다. 어쩌면 그게 모두 다 같은 데 뿌리를 둔 다른 책일 수도 있다.  

 

이 책도 원작의 이미지가 매우 아름다웠다. 내가 너무 갇혀 있는 건 아닐까? 그럴지도 모른다.  

이 책은 청소년 문고로 분류되어 나왔지만, 또 권위 있는 청소년 문학상을 수상했던 책이지만, 분명 아주 너른 독자층을 얻을 만한 책이다. 이쯤에서 나는 매우 고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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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짐지고이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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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발의 순간을 기다리며 나는 몇몇의 작가들을 지켜본다. 그들은 언젠가 폭발하고 팽창하는 우주를 만들 것이다. 

   크리스 반 알스버그. 무슨 일을 저지를 거야?

   그의 책들은 종종 기쁨을 선사하고 그 후엔 허탈함을 몰고 왔다. 그의 뛰어난 발상들은 점점 더 밝아지다 최고로 빛을 발하기 전에 사라지는 별처럼 아쉬웠다. 리버벤드는 어떨까?

   꿈, 환상, 발상. 그것을 책으로 옮겨오는 대담한 시도에 또다시 놀라다. 첫 장을 펼치자 이번엔 막 산 색칠공부 책이다. 채색되지 않은 윤곽선으로만 이루어진 어느 마을의 풍경. 이곳이 리버벤드다. 오는 사람도 가는 사람도 없는 기묘한 평화로움, 기묘한 고요가 흐르는 마을. 몇 장을 넘기면, 소름끼치는 광경이다. 여전히 윤곽선으로만 이루어진 하얀 사람들. 그러나 이곳에 굴러들어온 역마차, 이전엔 한 번도 선 적 없는 역마차를 휘감고 있는 것은 무심하고 광포한 크레파스 자국이다. 색이라고는 없는 마을에 (수상스런 빛이 번쩍하고 나서) 색이 나타난 것이다. 그것도 "꼬불꼬불한 밧줄과 뻣뻣한 철사"의 형태로 사물을 옭아맨 올가미로서. 이 올가미의 정체를 밟아가는 보안관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림 한 장에 상황 하나가 있어 마치 그 그림들 각각이 하나의 챕터인 것처럼. 마치 여러사람이 한 부분씩 지어내서 만들어내는 한 편의 이야기처럼.

  이야기는 멋대로 흘러간다.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윤곽선 마을'의 충격은 가시고, 이성이 눈을 뜬다. 이 책 또한 그의 다른 책들이 그러하듯 너무 수사학적인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며,

  '기법은 놀랍지만 어쩐지 이야기가 허술한데?' '어쩐지 구심점이 없는 것 같아.', '쓸데 없는 장면이 너무 많아.', '이야기가  너무 상투적인거야 아님 아무것도 구상하지 않은거야?', '아무리 그림책이라지만 서사가...'

  그런 생각을 하다 책의 마지막 장에 도달했을 때 갑자기... 그림 위로 크레용을 쥔 어린이의 손이 등장한다. 폭소가 터진다. 이런! 이것은 서사의 고급스러움 따위는 아예 생각할 필요도 없는 진짜 "그림책-색칠공부책"이잖아. 나는 마치 이제껏 그가 딴청 피우고 엉터리로 지어내던 이야기에 정신이 팔렸던 것이다. 

  나는 그것을 기대했던 것이다. 그림이 아니라 그림책이라면 당연히 매력적인 이야기와 더불어 있어야 한다고 그렇게 믿었건만 그런 잣대로 크리스 반 알스버그의 책을 보는 동안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이다. 그렇다면 그에게서 이야기는 기대할 필요가 없는 것일까? 아니, 그는 이야기가 더 이상 이야기의 구조 안에만 있지 않음을 보여주는 자기 나름의 방식을 끝없이 시도하는 작가가 아닌가 싶다. 나는 또다시 어떻게 그의 이야기에 속아 넘어갈지 기대된다. '리버벤드의 이상한 마을'을 내가 본 중 가장 멋진 작품으로 꼽는 것은, 그가 트릭이랄 것도 없는 트릭을 써서 내 믿음을 흔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이 작가가 사랑스럽다. 그러나, 나는 또다시 재촉하겠지. 무슨 일을 저지를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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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은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

너는 여름에게 "가. 가. 가."라고 재촉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서 달력을 보았다. 거기서 8월은 지나가지 않았다. 아주 긴 하루처럼, 아주 긴 순간처럼, 멈추어 있었다.

나는 멍하니 앉아있다 다시 8월을 보낸다.

나는 여름에 무얼하고 있지? 책을 한 권 읽었고 또... 

8월 중의 며칠은  <바람의 그림자>를 메고 다녔고, 며칠은 그 책을 읽었고, 며칠은 그 책의 뒷장에 편지를 썼고, 며칠은 그 책을 떠나보내려고 했다.

<바람의 그림자>에서 다니엘 셈페레를 만났다. 그에게서 나를 본다. 소설을 읽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누군가의 과거를 깊숙히 파고드는 아이. 그리고 그는 소설 속에 '있게' 된 운명 덕에, 화자라는 역할에 발목 잡힌다.

다니엘은 말한다. 그는 듣고, 그의 귀는 확성기처럼 그가 듣는 소리를 다시 뿜어낸다.

다니엘은 기억한다. 그는 뭔가를 기억하고, 그의 기억들은 이 책을 읽는 모든 사람들에게도 전달된다.

그는 전달자이다.

나는 여기 글을 적고 있음으로써 다니엘의 기억을 전달하는 화자가 된다.

나는 발목 잡혔다고 생각했다. 내가 왜 너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지? 나는 네 기억에서 먼지를 털어내고 윤기를 내고, 가장 값진 것의 이름을 붙이며 슬퍼했다. 내 기억도 아닌 것을! 그런 역할을 맡게 된 것에 화가 났다. 

그리고 오랫동안 '기억'이니 '추억'이니 하는 말에 과민반응했다. 

"과거는 소멸되는게 아니라 다시끔 회생하지만 과거를 없애려는 음모는 늘 존재하기 마련이다." -보르헤스

보르헤스는 전쟁의 기억을 감추려는 음모에 대해 그렇게 말했지만, 나 자신은 내가 그에 필적하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렇다고 망각의 약을 만들어 보려 했던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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