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은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
너는 여름에게 "가. 가. 가."라고 재촉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서 달력을 보았다. 거기서 8월은 지나가지 않았다. 아주 긴 하루처럼, 아주 긴 순간처럼, 멈추어 있었다.
나는 멍하니 앉아있다 다시 8월을 보낸다.
나는 여름에 무얼하고 있지? 책을 한 권 읽었고 또...
8월 중의 며칠은 <바람의 그림자>를 메고 다녔고, 며칠은 그 책을 읽었고, 며칠은 그 책의 뒷장에 편지를 썼고, 며칠은 그 책을 떠나보내려고 했다.
<바람의 그림자>에서 다니엘 셈페레를 만났다. 그에게서 나를 본다. 소설을 읽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누군가의 과거를 깊숙히 파고드는 아이. 그리고 그는 소설 속에 '있게' 된 운명 덕에, 화자라는 역할에 발목 잡힌다.
다니엘은 말한다. 그는 듣고, 그의 귀는 확성기처럼 그가 듣는 소리를 다시 뿜어낸다.
다니엘은 기억한다. 그는 뭔가를 기억하고, 그의 기억들은 이 책을 읽는 모든 사람들에게도 전달된다.
그는 전달자이다.
나는 여기 글을 적고 있음으로써 다니엘의 기억을 전달하는 화자가 된다.
나는 발목 잡혔다고 생각했다. 내가 왜 너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지? 나는 네 기억에서 먼지를 털어내고 윤기를 내고, 가장 값진 것의 이름을 붙이며 슬퍼했다. 내 기억도 아닌 것을! 그런 역할을 맡게 된 것에 화가 났다.
그리고 오랫동안 '기억'이니 '추억'이니 하는 말에 과민반응했다.
"과거는 소멸되는게 아니라 다시끔 회생하지만 과거를 없애려는 음모는 늘 존재하기 마련이다." -보르헤스
보르헤스는 전쟁의 기억을 감추려는 음모에 대해 그렇게 말했지만, 나 자신은 내가 그에 필적하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렇다고 망각의 약을 만들어 보려 했던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