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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조세희 지음 / 이성과힘 / 200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르네상스 – 인간을 향한 사랑과 신체 자유- 의 회복을 꿈꾸며
프롤로그 – 작품 안의 경계 종단하기 -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이하 난•쏘•공)은, 난장이와 그 가족을 중심으로 하는 12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각의 단편은 독립적이면서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우화적이라고 불릴 만큼, 많은 상징성을 내포한 소설에서, 길을 잃지 않고 여행을 마치기 위해서는 취사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단순한 이분법적 논리에서 벗어나 대립적 존재들의 의미성을 파악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소재로서, ‘칼’을 선택하였다. ‘칼날’에서 난장이를 보호하기 위해 사용되었고, 난장이의 아들 영수가 은강 그룹 회장의 동생을 죽일 때도 사용된 칼을 가지고 뫼비우스의 띠를 종단하는 여행을 나서 보고자 한다.
1. 거인론 – 동굴이론을 통한 난장이 바로보기 –
‘난•쏘•공’에서 중심에 두어야 할 인물은 단연 ‘난장이’이다. 지금까지 난장이를 이야기하면서, 난장이의 왜소한 몸과 그에 따른 차별 속에, 억눌리고 소외된 계층을 대표한다라는 점은 쉽게 떠올려 왔다. 그러나, ‘난장이’라는 명칭에서 오는 고정된 관념 때문에, 그 이상의 담론을 끌어내지 못한 것 또한 사실이다. 이제 ‘난•쏘•공’안에서 난장이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보고자 한다. 고정된 관념 속에서, 우리가 사고하지 못한 난장이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가. 그 진정한 의미를 찾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조세희가 말하고자 했지만, 드러내놓고 말하지 못했던 담론으로 한 발짝 다가서게 될 것이다.
고정된 난장이의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먼저 대립적인 ‘거인’의 이미지를 정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대립항에 대한 정확한 고찰을 통해, 난장이를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는 것이다.
‘두 집 여자는 거인처럼 서서 고개를 저었다. 난장이의 키는 두 여자의 어깨 밑까지밖에 안 찼다.’ (칼날, 39면)
‘그들은 아버지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그들과 악수할 때 아버지는 발뒤꿈치를 들었다.아버지가 어떤 자세를 취했건 상관이 없었다. 난장이 아버지가 우리들에게는 거인처럼 보였다.’ (난•쏘•공, 76면)
‘난•쏘•공’에 나오는 거인에 관한 표현들이다. ‘칼날’에서의 거인은 키가 작은 난장이의 육체에 대립된, 두 집 여자의 육체 묘사임을 알 수 있다. 신애가 난장이를 보호하기 위해, 사나이를 칼로 찔러 죽이려 할 때도, 두 집 여자들은, 수수방관할 뿐이다. 신애와 눈길이 마주쳤을 땐, 목을 움츠리며 피하는 육체적 거인일 뿐이다.
두번째, 난•쏘•공 단편 안의 표현은 사회적이다. 처음 보는 사람이 아버지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 함으로서, 자식이 느낀 거인이란 이미지는 거인이 갖는 사회적 지위에 대한 상징성을 보여준다. 비록, 난장이를 거인으로 묘사했지만, 이것은 어린 자녀의 부모에 대한 시각으로, 학교에 들어가기 전의 아이들이 부모들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은 의미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렇게만 본다면, 거인의 이미지를 육체적 강자, 사회적 강자로서, 난장이와 대립되는 위치에 놓는 것에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거인의 표현이 난장이와 대립적 구조만을 보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대립을 부정하는 정반대의 표현이 마지막으로 발표된 단편에서 나타난다.
‘잠시 후에 판결을 받을 피고인의 아버지는 사실은 굉장히 큰 거인이었다고 단숨에 말했다.’ (내 그물로 오는 가시고기, 243면)
‘내 그물로 오는 가시고기’ 중, 경훈에게 말하는 여공의 입을 통해, 조세희는 분명히 밝히고 있다. ‘난장이’는 ‘큰 거인’이다. 그렇다면, 육체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약자인 난장이를 바라보는 조세희의 시각은 어떠하기에 이런 표현이 가능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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