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그대 - 1983년 제7회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
서영은 외 / 문학사상사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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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을 별 볼 일 없는 노처녀의 신파, 사랑 얘기로 읽지는 않았다. 기본적인 줄거리는 그야말로 궁상맞아 보이긴 하지만.... <먼 그대>에는 객관적인 주변도, 대상도 사실상 없다. 자신을 옥죄이는 모든 환경에 대해 -남들이 보기에는 가장 수동적인 모습으로 보일지라도-가장 적극적으로 싸워나가는 한 개인이 있을 뿐이다. 그건 자기 자신을 완성하기 위한 길이다.

외면적으로 보이는 것, 부, 지위 이런 것만이 행복의 지표처럼 여겨지는 요즘 세태이긴 하지만, 그러한 세태 속에서 이 책은 인간이 정말 그런 걸로 측정되는 존재이던가 하고 질문하는 것 같다. 가장 초라해 보이는 거지일지라도, 내면은 그 어떤 부자보다 더 풍부하고 치열할 수 있는 것이다.'먼 그대'로 상징되는 것이 정신적이든 물질적이든 '행복'은 아닐지도 모른다. 주인공도 왜 자신이 그 무거운 짐을 감당하려 애 쓰는 지 뚜렷한 이유를 댈 수 없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이루어야 할 목표가 정말 행복일까? 자기 자신을 이기고, 삶을 이겨내는 것이 더 의미 있는 목표가 아닐까? 이 책은 진부하지만 죽기 전에 풀어야 할 문제, 산다는 것의 의미를 묻고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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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레즈 데께루 청목정선세계문학 83
프랑소와 모리악 지음, 김진현 옮김 / 청목(청목사) / 199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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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린 전기 '그리고 아무 말도 없었다'를 보면, 전혜린이 '쟝 아제베도'에게 쓴 편지가 있다. 사실 쟝 아제베도라는 이름은 나중에 편집자가 임의로 썼다는 것 같다. 바로 그 쟝 아제베도가 나오는 책이 떼레즈 데께루다. 떼레즈 데께루는 상식의 선에서는 도저히 이해도, 용서도 안 될 만한 여자다. 고전적인 소설에서는 이런 캐릭터의 여자를 묘사하는 것 조차 암암리에 금기시되어 오지 않았을까? 그만큼 떼레즈 데께루는 비교적 건전한 소설 속의 인물들만 접해오던 사람들에게 쇼크를 주기에 충분한 인물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도 모르게 사회에서 요구하는 대로 행동하게 된다. 가령 어린 아기들을 보면, 여자들은 '어머나, 예뻐라'하면서 한껏 미소를 지어 보이게 되고, 남편의 건강을 걱정하고... 그러한 행동들은 어쩌면 삶을 계속 유지하도록 만드는 나름의 균형감각일 지 모른다. 그렇지만, 가끔은 그런 균형 감각 없이, 관습이 쥐어주는 습관에의 동화 없이 세상을 생경하게 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사람들 앞에서는 선도, 악도 참 모호하다. 객관적으로는 악녀이기에 충분한 죄가 있음에도, 떼레즈 데께루는 악녀로만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나는 내 속에 있는 떼레즈 데께루를 보게 된 것 같다. 어느 날 익숙했던 모든 일상, 사람들이 낯설게 보일 때 숨어 있던 그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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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 - 프랑스에세 1
미셸드 몽테뉴 지음 / 인폴리오 / 199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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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철학책이라면, 머리를 쥐어짜고 앉아 읽어도 이해가 될까 말까한 논의들로 가득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철학에 대해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흔히 개똥철학이라고 하는 것처럼(몽테뉴를 절대로 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몽테뉴 스스로 깊이있게 생각한 것을 줄줄 쓴 책이다. 그래서 선행적인 철학교육 없이도, 보통 사람들이 읽어서 이해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그리고, 읽는 만큼 건질만한 내용들도 많다고 생각한다. 먼저, 삶과 주변을 깊이있게 성찰하는 자세는 누구나 본받을 만하다고 생각한다. 말로만 누구에게나 철학은 있다고 하면서도, 철학이란 학문은 너무나 특수한 분야이고, 철학자만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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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스의 과학 미스테리
콜린 브루스 지음, 이덕환 옮김 / 까치 / 199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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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의 추리소설만큼 흥미진진한 추리 과정이 전개된 책일 줄 알았다. 그런데, 첫 장부터 그냥 간단하게 사건이 해결되고, 단지 그 사건을 해결하는 데 과학적인 설명이 필요한 것을 보고 좀 불안했다. 나는 추리 소설을 읽을 때처럼 사건이 이리 저리 꼬여서 미로처럼 보이다가, 뒤통수를 치는 듯한 기발한 추리로 해결되는 것을 보여줄 줄 알았었다.

이 책은 재밌는 추리소설이 아니라, 과학을 설명하기 위해 추리 소설의 형식을 도입한 것이다. 그러므로, 나처럼 과학을 이용한 추리소설을 기대한 사람들은 좀 실망할 것이다. 그렇지만, 좀 더 실생활에 가까운 곳에서 과학을 접하고 싶은 사람들은 건질 게 있을 것 같다. 물론, 설명들이 쉽지 않아서, 이게 과연 쉬운 설명인가 의심스러울 때도 많지만, 그래도 광속, 빛이 파동인가,입자인가 등의 과학적인 문제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기에는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쉬운 점은 과학적인 상식의 부족 탓이 크긴 하지만, 설명이 부족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는 점이다. 부록으로라도 원리를 이론적인 내용으로 좀 더 소개해 주거나, 주석이라도 달아준다면, 좀 더 편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아마도 과학도들에게는 이미 알고 있으므로 새로울 것이 없고, 인문학 쪽 사람들에게는 너무 어렵고.. 그런 느낌이 들 것 같다. 이 책에서 문제 삼고 있는 주제에 대한 관심을 시작으로, 잘 이해가 안 되는 점은 인터넷이나 다른 과학이론서를 통해 보충해 간다면, 이 책을 읽은 보람을 충분히 가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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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 전2권 세트
열린책들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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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를 읽으면서도 느꼈지만, 베르베르의 소설은 하나의 훌륭한 건축물 같다. 등장인물 하나, 에피소드 하나 전체적인 구조 안에서 의미 없는 것이 없다. '개미'가 작은 생명체를 통해 우리 자신에 대한 성찰을 하도록 만들었다면, '뇌'는 우리 몸의 작지만 핵심적인 하나의 기관을 통해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과연, 나의 삶을 움직이는 동기는 무엇인가? 우리의 뇌는 그 동기에 따라, 또 그 동기가 얼마나 강한가에 따라 물리적인 공간을 넘어서고,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다. 재밌게 읽었다. 베르베르의 진정한 관심은 역시 '인간'인 것 같다. '개미'에서 생명체 혹은 인간 자신의 존재 문제를 다루었다면, '뇌'는 인간의 정신과 능력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정신이 '뇌'라는 물리적인 부분만을 통해 가능한지, 물리적인 한계도 벗어날 수 있는 지는 읽는 사람마다 다르게 결론 내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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