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파니 메일러 실종사건
조엘 디케르 지음, 임미경 옮김 / 밝은세상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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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재스 로젠버그는 1994년 오르피아 4인 살인사건을 데렉 스콧과 함께 조사를 했다. 당시 범인으로는 ‘카페 아테나’ 주인 테드 테넨바움이 범인으로 지목됐고, 그 과정에서 사망했다. 재스는 당시 나타샤와 함께 살고 있었으나 안타깝게도 다시는 만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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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재스에게 기자 스테파니 메일러가 찾아와 오르피아 4인 살인사건의 범인이 틀렸으며, 눈 앞에 있는 해답을 보지 못 했다고 말한다. 그렇게 말하고 사라진 그녀. 그녀의 발자취를 따라가다가 그녀가 살해됐음을 알게 된다. 그러면서 살인사건을 다시 한 번 짚어보게 된다. 그러던 중 경찰이던 커크 하비는 그 사건을 모티브로 한 ‘다크 나이트’를 쓰고 오르피아 연극제에 올리고다 한다. 그 연극을 보면 범인을 알 수 있다며 형사들에게 얘기하고 관객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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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인 골격은 이렇고 그 외에도 정말 많은 사람이 나온다. 이 사람이 과연 한 번 나오고 말 사람인지 계속 나올 사람인지도 모르겠어서 다 기억하며 보게 만든다. 이걸 보면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의 어려움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다. 누가 범인이고 누가 진짜 증인인지 알 수가 없다. 많은 사람을 만나봐야 하고 어떤 발언에 신뢰를 가져야 할지도 정하기 어렵다.

다양한 캐릭터가 나오는 만큼 다양한 인간 군상도 볼 수 있다. 바람 피우면서 금품을 퍼주다가 돈이 부족해지고 애정이 줄어들면서 갑자기 관계를 피하고자 하는 사람, 실수로 인질극 피해자를 쏘고 자책하는 사람, 글을 쓰고 싶지만 비평이 두려운 비평가, 레즈비언인 걸 깨달은 아이, 정성을 다한 글을 빼앗겨 상처 받아 변해버린 아이 등 서로 관계를 맺으며 그 상처가 커졌다가 작아지고, 치유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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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인상 깊은 캐릭터는 다코타였다. 상처를 받는 모습을 보며, 상대방을 욕하면서 읽다가 나중에 사과를 했을 때도 사실 이해는 안 됐지만 그 이후 반응이 참 안타까웠다. 있을 법 했고. 모든 것을 빼앗기고 무시 당한 느낌이 아니었을까. 아빠는 가족을 위한다면서 회사에서 돌아오지 않고, 당연히 부모 사이는 안 좋고, 친구는 떠나고 왕따까지 당하고. 죽을 위기를 겪을 때 걱정하면서 읽게 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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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변호사를 하다가 형사로 일하고 있는 애나 캐너. 같은 펌 변호사 마크와는 헤어졌으며, 아버지가 굉장히 간섭이 심하다. 서에서는 여성으로서 차별을 받고 왕따를 당했다. 특히 재스버 몬테린 수석부서장이 애나를 가장 괴롭힌다. 남성이 많은 단체에서 일하는 여성이 얼마나 어려운지, 가정에서부터 당하는 차별이 얼마나 더 힘든지 생각해볼 수 있었다. 모든 단어에 여자, 여자, 여자. 여자인 게 죄가 아닌데도 꼬리표처럼 계속 이야기한다. 모든 일에 성별이 왜 문제가 돼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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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재스가 그대로 수사를 종결해버렸는지도 이해가 된다. 물증이 부족해도 상황과 동기를 생각해봐도 그가 범인으로 보이니까. 열정에 넘치는 초반이지만 그만큼 놓치는 점도 많을 수 있을 때고.

다양한 캐릭터를 볼 수 있고 모두가 살아있는 듯했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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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양형 이유 - 책망과 옹호, 유죄와 무죄 사이에 서 있는 한 판사의 기록
박주영 지음 / 김영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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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책의 시작은 다양한 사건과 그에 따른 판결, 그리고 양형 이유다. 양형 이유는 판사가 유일하게 형식에 구애 받지 않고 서술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한다. 공소사실에 대한 판단과 이유, 결정문 등으로 이뤄진 판결문이 아닌, 판결문에 미처 담지 못한 내용을 담아낸다고 한다. 판결문은 법률을 나열하고 딱딱하게 서술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진짜 판사의 생각을 엿보려면 양형 이유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형량이 적다고 공분을 토해내지만, 판사는 정해진 양형 기준에 따라 형을 내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해진 기준 안에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는 양형 이유에 드러날 듯하다. 이 이유에 그 판사가 생각하는 정의, 도의가 드러나는 것이 아닐까.


판사가 격무에 시달린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그 사실은 계속 변하지 않고 있다. 누군가 과로사로 죽어도 판사들이 맡는 판결의 양은 변함이 없다. 사람을 갈아서 쓰는 수준이다. 저녁도 없고 주말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은 자신의 사건을 제대로 봐주지 않는 판사에게 울분을 토해낸다. 주어진 시간이 짧아서 최대한 서면을 읽고 증거를 본다 하더라도, 국민에게는 부족하게만 느껴질 따름이다. 책을 보면 판사의 상황도 조금이나마 알게 되겠지만, 평생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사건을 겪는 국민에게는 여전히 판결이 아쉽지 않을까. 내가 몇 년을 고생하게 만든 사건인데 10분, 20분만에 판결이 난다면 당연히 부족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다른 직업과 마찬가지로 법관도 경험이 필요하다는 게 새삼 와닿았다. 경력법관 제도가 생긴 이유도 이것일 것이다. 물론 경험이 있다고 해서 모든 걸 알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본인이 어떤 부분들에 대해서는 무지할 수 있다는 사실도 염두에 둬야 한다. 소년범죄를 다루면서 깨달은 바를 보면, 어느 법원에서도 ‘전문성’을 키워야 하지 않을까 싶다. 모든 사건은 다르지만, 나름의 공통점이 있을 테니 한 법원에 오래 있으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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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양형 이유 - 책망과 옹호, 유죄와 무죄 사이에 서 있는 한 판사의 기록
박주영 지음 / 김영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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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문에 대해서, 양형 이유에 대해서, 그리고 판사의 삶에 대해서 한 번쯤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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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 김철수 - 사람을 찾습니다
정철 지음, 이소정 그림 / 허밍버드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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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그냥 평범하다. 꼰대 관련 얘기가 생각보다 많지는 않았고, 저자도 약간...꼰대의 느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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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데이즈
라파엘 몬테스 지음, 최필원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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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패스 의대생 테오도르 아발레르는 작가 지망생 클라리시를 만나 집착하게 된다. 테우는 그 감정을 ‘사랑’이라 명명하고 나름의 방법으로 클라리시를 대한다. 그 방법은 납치와 감금. 클라리시가 그를 사랑하게 될 때까지 기회를 달라며 수갑을 채우고 약을 주사하면서, 숙박지를 옮길 때는 트렁크 가방에 그녀를 넣어서 돌아다닌다. 숙소에 있는 동안은 계속해서 그녀에게 소설을 쓰게 하고 교정도 봐준다. 그러다 클라리시가 반격을 하고 반대로 본인이 수갑을 차고 침대에 묶여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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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테우의 심리를 따라 진행된다. 기분 나쁘고 소름 돋으면서도 눈을 뗄 수 없다. 정말 미쳤고 이상하고 폭력적이면서도 묘하게 친절하고 다정하다. 아무렇지도 않게 상대를 때리고 약을 주사하면서도 식사를 만들어주고 선물을 사고 어떤 상황에서도 그녀를 아름답다 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하는 행동의 이유를 사랑이라고 부르고 싶지 않다. 폭력적인 놈이 평소에는 잘해준다는 그런 것과 비슷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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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리사의 심리를 유추해보며 읽게 되기도 한다. 어디까지가 진심이고 어디까지가 연기일지, 이 이야기는 무엇을 향해 갈지. 테우의 시선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도 명확치 않다. 그래서 더 빠져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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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읽고 나서도 경악스럽고, 그 이후 이야기까지 궁금해지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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