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양형 이유 - 책망과 옹호, 유죄와 무죄 사이에 서 있는 한 판사의 기록
박주영 지음 / 김영사 / 201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의 시작은 다양한 사건과 그에 따른 판결, 그리고 양형 이유다. 양형 이유는 판사가 유일하게 형식에 구애 받지 않고 서술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한다. 공소사실에 대한 판단과 이유, 결정문 등으로 이뤄진 판결문이 아닌, 판결문에 미처 담지 못한 내용을 담아낸다고 한다. 판결문은 법률을 나열하고 딱딱하게 서술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진짜 판사의 생각을 엿보려면 양형 이유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형량이 적다고 공분을 토해내지만, 판사는 정해진 양형 기준에 따라 형을 내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해진 기준 안에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는 양형 이유에 드러날 듯하다. 이 이유에 그 판사가 생각하는 정의, 도의가 드러나는 것이 아닐까.


판사가 격무에 시달린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그 사실은 계속 변하지 않고 있다. 누군가 과로사로 죽어도 판사들이 맡는 판결의 양은 변함이 없다. 사람을 갈아서 쓰는 수준이다. 저녁도 없고 주말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은 자신의 사건을 제대로 봐주지 않는 판사에게 울분을 토해낸다. 주어진 시간이 짧아서 최대한 서면을 읽고 증거를 본다 하더라도, 국민에게는 부족하게만 느껴질 따름이다. 책을 보면 판사의 상황도 조금이나마 알게 되겠지만, 평생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사건을 겪는 국민에게는 여전히 판결이 아쉽지 않을까. 내가 몇 년을 고생하게 만든 사건인데 10분, 20분만에 판결이 난다면 당연히 부족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다른 직업과 마찬가지로 법관도 경험이 필요하다는 게 새삼 와닿았다. 경력법관 제도가 생긴 이유도 이것일 것이다. 물론 경험이 있다고 해서 모든 걸 알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본인이 어떤 부분들에 대해서는 무지할 수 있다는 사실도 염두에 둬야 한다. 소년범죄를 다루면서 깨달은 바를 보면, 어느 법원에서도 ‘전문성’을 키워야 하지 않을까 싶다. 모든 사건은 다르지만, 나름의 공통점이 있을 테니 한 법원에 오래 있으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