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도 1년밖에 안 남았고… - 보조작가 김국시의 생활 에세이
김국시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큐멘터리와 교양 프로그램 작가부터 드라마 작가, 아침 뉴스 코너 작가 등 방송 작가의 다양한 세계를 경험하며 적어낸 생활 에세이.


작가라는 직업에 흥미가 있든 없든 관계 없이 현재를 살아가는 2030세대, 특히 비정규직에게 큰 울림을 줄 수 있는 책인 듯하다. '막내' 작가라며 온갖 잡일을 다 시키면서 돈은 얼마 안 주고! 보조작가를 모두 '막내'라 칭하면서부터 '작가'라는 직책이 사라지는 것만 같다. 보조작가를 감정 쓰레기통처럼 대하며, 개인 비서처럼 대하기도 한다. 심지어 애들 숙제를 시키기까지! 진짜 이런 사람들이 있나 싶었는데 있었다. 끔찍하게도. 그 사이에서 잘 버티고 버텨서 다양한 경험을 해본 작가를 칭찬해주고 싶다.


다행히 저자에게는 '달 작가'라는 좋은 인연도 있었다. 좋은 조언도 해주면서 언제 놀러가도 반겨주는 그런 사람. 심지어 본인이 돈을 다 대면서 여행도 같이 가고, 일자리도 소개해주고. 보조작가 생활 중이 그런 사람들을 만났다는 게 참 다행이다 싶다. 좋았던 작가들은 실명으로 써도 좋았을 것 같지만, 뭐, 본인은 다 아니까.


그림도 귀엽지만, 글을 잘 쓸 것 같다며 출판을 권유한 편집자의 센스가 돋보인다. 참 글을 맛깔나게 쓴다. 나는 같은 말도 재미없게 하는데 이런 걸 보면 참 부럽다. 평범한 일상도 재밌게 그려낼 수 있는 사람, 그리고 사소한 일도 많이 생각하는 사람, 그리고 본인의 삶에 만족하는 사람. 평소에 사람들에게 잘했기 때문에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겠지?


읽다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에세이를 찾는다면 읽어보면 좋을 것이다.


원대했던 작가의 꿈이 ‘현실‘적인 생활에 파묻혔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합리화를 잘하기에, 나를 속일 만큼, 내가 현실에 만족하고 행복할 이유를 찾을 수 있다 - P12

어떤 이유가 있어서 행복한 게 아니라, 불행할 이유가 없어서 행복했다 - P24

내가 나의 단점을, 부족한 점을, 어떤 합리화도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하기가 이렇게나 힘들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깨달았다 - P33

가족같이 일하자는 말은 네가 무상으로 희생할 수 있는 최대치를 해보라는 말이다 - P6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래도 괜찮아
사노 요코 지음, 이지수 옮김 / 북로드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에세이는 저자가 인연을 맺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저자가 사고 싶던 책을 본인이 직접 사서 할부로 갚을 수 있게 해준 서점 직원 요시노 씨, 꽃처럼 아름다운 레이 씨, 자신을 짝사랑했던 듯한 하숙집 동생, 유부남과 바람을 피는 듯한 친구, 심지어 부동산 사기꾼까지도. 저자는 보통 사람들이 안 좋게 바라볼 문제를 눈치채도 암시만 줄 뿐 그에 대해 가타부타하지 않는다. 눈치가 없어서라기보다는 그런 문제들에는 신경을 크게 쓰지 않는 모습이다.


초반부터 독자의 마음을 얻어야 해서인지 늘 에세이는 초반이 가장 좋다. 물론 끝까지 마음에 드는 에세이도 있지만, 대부분은 미묘한 차이라도 초반의 내용이 더 와닿는다. 맨 처음의 글 때문에 이 책을 쓰려고 마음 먹은 게 아닐까 정도로. 이 에세이 역시 첫 글이 왠지 모르게 가장 와닿았다. 가족의 이야기여서였을까. ‘가족 중 제일 미인이고 귀여워했다’고 생각하는 동생이 사실 ‘모두의 명령을 듣느라 힘들었고 외모에 자신감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이야기도 인상적이었지만, 그보다 더 기억에 남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솔직한 서른 살 - 찌질해도 나는 나야, 안 그래?
박도 지음 / 필름(Feelm) / 2019년 12월
평점 :
절판


솔직함을 담은 책. 예쁜 글귀가 가득한 에세이도 좋고, 사회에 대한 깊은 고민을 담은 에세이도 좋지만 이렇게 꾸밈 없는 솔직함을 담은 책도 참 좋다. 꾸밈이 없다고 생각이 짧은 건 아니고, 작가를 더 가까이서 느낄 수 있다. 작가는 본인을 찌질하다고 하지만 글쎄, 그냥 솔직하고 친근한 사람이다.


때로는 솔직함과 무례함 사이에서 고민하기도 한다. 선을 넘으면 안 된다는 걸 알지만 내뱉어야 시원하다. 그래서 회사 생활에 괴로움을 느끼기도 하는 점이 나와 닮은 듯하다. 다행히 예민한 편은 아니고 회사를 오래 다니면서 많이 참았지만 한 번 문제를 느끼기 시작하면 내뱉고 싶어진다. 돌려 말하는 재주는 없다. 정말. 같은 말을 해도 예쁘게 하는 사람이 있는데 왜 난 돌려서 말해도 돌린 것 같지 않다고들 하지? 저자의 소소한(?) 고민들에 공감이 간다.


작가는 글로 잘 먹고 잘 살고 싶다고 했는데, 최근 작가 인스타그램()을 보면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인스타그램이 더 날것 그대로인 듯해서 더 눈길을 끈다. 지금 해외에 체류하고 있으니 해외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본인만의 생각을 담아내면 또 다르게 느껴지지 않을까. 저자가 생각할 때는 맨하탄에서의 찌질한 삶일지 몰라도, 같은 상황에서도 더 많은 생각을 하고 재미있게 표현하는 사람이니까. 역시 글쓰기 습관이 중요한가 싶다.


좋은 책은 많지만, 오랜만에 마음이 가는 에세이를 만났다. 좋은 책이랑 좋아하는 책은 다를 수밖에 없으니까 자주 있지는 않는데 말이다. 에세이는 김민철 작가 이후로 없다시피 했는데. 다음 책이 나와도 보고 싶다.

소위 찌질한 사람들은 대체로 솔직하다. 표현에 능하고 기본적으로 감정을 잘 드러낸다. 그 감정들이 외부에 쉽게 노출되기 때문에 누가 봐도 찌질한 게 티가 난다. - P11

열정도 사람의 영역인지라, 방향을 알려주지 않으면 ‘에라 모르겠다‘ 하는 생각이 들고 이내 식어버린다 - P23

일단 지른다. 공격한다. 부당함을 견디는 인내도 없다. 예민한 데다가 공격적인 성향은 솔직한 성격으로까지 이어진다. - P22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살인의 쌍곡선
니시무라 교타로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소설은 두 가지 이야기가 각각 진행되다가 합쳐진다. 하나는 고시바 형제가 '쌍둥이'임을 이용해서 경찰을 따돌리며 강도질을 하는 내용, 또 하나는 도베 쿄코 등 도쿄에서 사는 남녀 여섯 명이 눈 덮인 산에 있는 호텔에 초대를 받아서 왔다가 한 명씩 죽어가는 내용. 외부와 고립된 호텔에서 머무는 사람이 죽을 때마다 그 자리에는 살인임을 드러내는 카드가 놓인다. 누가 왜 죽였는지도 모르고, 서로 간의 공통점이라곤 도쿄에서 왔다는 것 정도다. 이유도 모르고 하나하나 죽어가며 두려워하던 중 끊겼던 호텔 전화가 잠시 이어져 사람들에게 사건이 알려지게 된다. 대개 두 가지 이상 이야기가 섞여있으면 집중이 덜 되는 쪽이 있게 마련인데 두 이야기 모두 흥미롭게 진행된다. 쌍둥이가 경찰을 어떻게 따돌릴지, 범인의 윤곽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지. 흥미를 놓지 못 하게 만드는 이야기가 계속해서 나온다.
.
읽다 보면 범인이 어떤 일로 문제를 일으켰을까 살짝은 보인다. 누구인지는 애매했지만. 왜 휴대폰을 안 쓸까 싶기도 했다. 그 모든 이유가 소설이 나왔을 때인 듯하다. 소설이 나온 게 70년대다. 그 때 이런 추리소설이라니? 충격이 꽤 컸을 듯하다. 지금 봐도 촌스럽지 않고 뻔하지 않다. 전혀 다른 것으로 보이던 사건들이 만나가는 과정이 인상적이다. 40년 동안 사랑 받아온 이유가 있겠지.
.
우리는 모두 평범한 사람들이다. 크게 누군가에게 잘못한 적이 없는데도 죽어나간다면 억울하고 답답할 것이다. 막상 알았더라도 왜 그 중에 하필 나인가 싶을 거고. 사람들의 심리에 공감하며 읽어보는 것도 재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행, 가장 나답게 - 여행을 하면서 내가 알게 된 것
조헌주 지음 / 북오션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새 책을 읽고 싶지 않았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있고 싶었다. 그렇다고 해서 멍 때린 적은 없고 다른 일들을 해왔지만. 여행을 가지 못 하는 대신, 여행 책이라도 읽으니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


저자가 여행을 다니면서 한 생각과 여행지에서의 추억이 적절히 어우러져 편히 읽을 수 있으면서도 흥미로운 책이다. 책을 읽다보니 여행을 다니면서 나도 작은 메모지를 가지고 다니며 글을 써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으로만 남길 게 아니라 당시 상황이나 생각을 담아낸 글이 있는 것도 여행을 떠올리게 하기 좋은 방법인 듯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