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가위내 20대 시절의 추억과 같은 이름이다.열혈남아로 시작해서 중경삼림에서 절정으로 치달았고, 그리고 화양연화와 함께 사그라졌다.지나고 보니 와닿는 건 그게 제 첫 영화였고 첫 경험이었단 사실입니다. 이전까지 고속도로를 달려 본적없는 10대가 지금은 페라리 운전석에 앉아 그 차의 속도의 힘에 파묻힌 채 다른 차를 추월하고 차선도 바꿔가며 신나게 질주하는 그런 경험이었죠. 내가 또 시나리오 없이 찍는 감독이니까 지도도 안 보고 운전하는 것 같았을 거고. p. 104 「열혈남아」나는 그들이 고립된게 아니라 자기만의 세상에서 살아가는 거라고 하소 싶습니다. 그렇게 살아도 즐거운 거고요. 영화에서 양조위가 왕페이 앞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장면이 나와요. 그 장면에서 바깥의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은 너무 빨리 움직여서 흐릿하게 보입니다. 그렇게 찍은 이유는 저들은 그저 지나가는 사람들이고 초점은 두 사람에 맞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p.128 「중경삼림」영화가 비밀을 품은 채 끝난다는 건 알았지만 그걸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문제였죠.....양조위가 아핑과의 대화 중에 비밀이 생기면 구멍에 대고 말하는 어떤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있짆아요. 양조위도 자기 비밀을 앙코르와트에 말하게하면 되겠다 싶었습니다. p.162 「화양연화」빔 벤더스가 자기 책을 두고 한 말 같은거죠. 그러니까 우리가 하려 했던 도전은 ˝묘사가 불가능한 경력을 묘사하려는 시도˝였다고. 저는 제 영하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왜 그래야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거든. 사람들이 재즈를 두고 ˝무엇인지 꼭 물어봐야겠다면, 결국 영영 모를 것이다˝라고 하는 것처럼요. p.271
1편이 책에 얽힌 이야기와 주인공 2명의 배경에 대한 이야기 였다면, 2편은 주인공 주변의 인물들의 이야기까지 확대된다. 저자 후기의 마지막 말처럼 ˝이야기는 이제야 본편에 들어섰습니다˝가 어울리는 이야기 전개였던거 같다.
책에 대한 애정을 가진 작가가 잘 만든 대중소설이다. 책이 단순히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소장물로써 소유주에게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 과정에서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물론 책의 컨텐츠와도 잘 연결시킨다. 내성적이지만 지적이고 청순한 겉모습과 달리 은근한 섹시미를 갖춘것으로 등장하는 여주인공과 겉모습은 마초 혹은 남성성이 강조되지만 실제는 자신감없고 내성적이며 남의 시선을 더 신경쓰는 남주인공의 조합은 이 책이 7권이나 나올 만큼 대중적인 성공을 한 요소중 하나일 것이다.순식간에 첫번째 이야기를 다 읽을만큼 재미있다. 책에 대한 색다른 시각도 흥미롭다.몇권까지 읽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현재로써는 7권 완독의 가능성이 높을만큼 첫권의 느낌은 괜찮다.하지만 누구한테 털어놓기만 해도 마음이 편해진 일도 분명 있는 게 아니겠냐. ‘이삭줍기‘에도 나오잖아. ‘도움이 되고 안되고를 떠나서 우리가 서로에게 필요한 사이가 된다면 알마나 좋을까?‘ 달짝지근하지만 가슴을 저미는 일 아니더냐? 가슴에 쌓인게 있으면 뭐든 말해도 좋다. 얼마든지 들어줄 테니. p.164만일 그게 사실이라면 남편의 엄청난 비밀이 밝혀졌는데도 눈도 깜짝하지 않고 웃으며 거짓말을 한 셈이다. 정말로 그런 사람이 바보 천지일 리가 없다.˝사가구치 씨도 부인의 거짓말을 알고 있었을 거예요. 논리적으로 생각하면 부인의 말은 전혀 앞뒤가 맞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그 거짓말을 지적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부인의 따뜻한 배려를 받아들인 거예요.˝ p.224
독서의 미덕은 읽기가 아니라 구매와 소장에 있다라는 농담처럼 들리는 말이 출판업계에서는 생계와 직계되어 그냥 웃고 넘기기만 할 말은 아닐게다. 이 책의 저자는 바로 출판업계에서 가장 바람직한 독자의 롤 모델이라 할 만하다. 또한 단순 소장의 목적 뿐만아니라 량과 종류에 있어 남부럽지 않은 독서력까지 갖춘 인물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의 직업에서 주는 시간적 여유 또한 그러한 독서력과 덕력(?)에 일정 부분 도움이 된 것 같다. 그렇지 않다고 할 수 있겠지만 일반 기업에 다니는 직장인에 비해서는 충분히 이점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다량의 독서력과 이미 여러편의 책을 쓴 이력이 있는 작가의 노하우 덕분에 책이 쉽게 읽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일상적인 사건을 말하고 관련된 책의 정보를 주는 구성 또한 이 책이 쉽게 읽을 수 있는데 도움을 준다. 이 점에서 이 책은 제목(독서만담)과 내용의 일치성이 뛰어나다 하겠다. 책과 인생에 대한 진솔한 모습을 책을 읽는 내내 느낄수 있다. 작가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는 책임에 틀림없다.(사족)(1)부러움 : 서재....작가는 언제 없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늘 가지고 살아가지만, 불안해할 대상조차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는 사실도 작가는 알기에 그토록 함께사는 부인의 눈치를 보는 것이라 생각된다.(2)동질감 : 이제는 승리보다 패배가 잘 어울리는 팀을 함께 응원하고 있다는 사실....횟수로 3년째 패배의 행보가 더 많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나는 그 패배가 낯설다.노년에 이른 분들의 서재를 보면 서재가 주인과 함께 늙은 것을 자주 발견한다. 서재에 꽂힌 책이 대부분 주인이 젊은 시절에 모은 책이기 때문이다. 그분들의 서재를 보면 주인이 어느 시대에 젊었는지 한눈에 보인다. 특정시대의 책들로 이뤄진 서재를 보면 왜 노년이 되어서 독서를 게을리하는지 의아했다.....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책에 담긴 지식과 이야기가 일정한 주기를 두고 ‘재생산‘되어서인 듯하다. p.57도저히 미워할 수도 없고 오히려 마음이 짠해지는 패배자들의 삶은 날조된 이미지나 탐욕으로 점철된 승리자의 삶보다 더 배울만한 가치가 있다. 더구나 몇 사람을 제외하고 우리는 모두 패배자들이다. 그리고 우리의 일상생활은 패배와 실패의 연속이다. 나는 아내와 싸움에서 늘 패배하며, 아내는 아내대로 매주 로또 당첨번호를 비껴간다. 내가 응원하는 삼성 라이온즈는 요새 승리보다 패배가 잘 어울리는 팀이고, 100야드를 간신히 보내는 내 옆에서 가볍게 150야드를 날리는 동료 골퍼가 있다......좋은 패배자를 곁에 둔다는 것은 느긋함과 배려심 그리고 인정 넘치는 삶을 산다는 뜻 아닐까. p.172
이 책은 SF소설이라기 보다 타임슬립이라는 SF소설의 주요장치만을 빌려서 쓴 차별 특히 인종에 대한 차별을 다루고 있는 사회성 짙은 소설이라 할 수 있다.하지만 이 책이 가진 흡입력과 몰입도는 여느 SF소설을 능가한다고 하겠다. 최근에 읽은 어느 소설보다 초반의 몰입도는 압도적이라 하겠다.또한 인종차별이 만연하던 19세기 미국에서 노예의 삶이란 어떤 것인가에 대해 가슴 와닿게 쓰여져있다.한 인간은 그가 살고 있는 시대에 갇혀 주어진 역할대로 살아갈수 밖에 없는 나약한 존재라는 생각이 들게하는 소설이기도 하다. 다나가 서서히 노예로서 적응 하는 모습에서 느끼는 갈등이나, 백인 노예 농장주 와일린가의 사람들에게서 연민을 느끼는 표현들에서 작가의 관점은 비난 대상이라기 보다는 나 역시 그랬을 것 같은 연민이 먼저 느껴졌기 때문이다.나는 루퍼스에게 최악의 수호자였다. 흑인을 열등한 인간으로 보는 사회에서 흑인으로서 그를 지켜야했고, 여자를 영원히 자라지 못하는 어란아이로 여기는 사회에서 여자로서 그를 지켜야했다. 내 몸 하나 지키기도 벅찬 곳에서 말이다. 그래도 나는 최대한 루퍼스를 도욾 것이다. 그리고 루퍼스와 우정을 유지하고 어쩌면 나에게나 앞으로 그의 노예가 될 사람에게느 도움이 될 생각을 심어주려 했다. p.124몇년씩 살게 된다면 결국에는 이곳이 그에게 영향을 미치게 되리라. 대단한 영향은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케빈이 살아남으려면 이곳의 삶을 견뎌낼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 일어나는 일에 동참할 필요는 없다고 해도 침묵 해야 할 것이다. 전쟁 전 남부에서는 언론의 자유가 그다지 보장되지 않았다. 이 시공간이 케빈을 죽이거나 어떤 식으로든 그에게 흔적을 남길 것이다. p.143등은 벌써 둔하게 아프기 시작했다. 나는 둔.한. 수.치.심.을 느꼈다. 노예란 ‘길고 느린 둔화 과정‘이었다. ˝쓰러지기 전에 그 옷들 그만 때려˝ 앨리스가 말했다. ˝이건 내가 할게. 부엌채로 돌아가.˝˝그 놈이 돌아올지도 몰라. 네가 곤란해 질거야.˝ 말은 그렇게 했지만 앨리스가 아니라 내가 곤란해질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또 부엌채에서 질질 끌려나가서 채찍질을 당하고 싶지는 않았다. p.3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