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25년동안 대학 앞에서 소규모 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서점 주인 혹은 사장님(이 책에서는 서점 아저씨라고 한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내가 다녔던 대학앞에도 그리 크지 않은 규모의 인문사회과학 서적을 주로 취급하던 서점이 있었다. ˝마가책방˝(그 곳에서 사랑의 단상과 시뮬라크르 샀던 순간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그 마가책방 옆에는 어느정도 규모의 서점이 있었고 그 곳에서는 많은 전공서적과 수험서적이 있었던 거 같다. 온라인 서점이 없었던 그 당시가 이런 작은 서점과 어느정도 규모가 있는 서점이 우리 주변에 늘 존재했었다. 지금은 인터넷서점과 부분도서정가제 그리고 대형 중고서점 등으로 인해 소규모 책방은 점점 그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이 책의 작가도 현재 어려운 환경에서 일을 하고 있고 또 나름의 주관을 가지고 일생을 살아가고 있음에 틀림없다. 그리고 혼자만 잘 살고 더 풍요롭기 보다는 공동체 모두가 함께 더 잘 살 수 있기를 바라고 있고 그렇게되기 위해 실천하는 삶에 존경을 보낸다.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90년대 특히 풀무질 책방에 드나드는 사람이 많았고, 책이 많이 팔리던 그 시대에 대한 작가의 끝없는 과분한 찬사가 조금은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결국 작가 본인과 풀무질 서점의 전성기에 대한 그리움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한편으로는 역설적으로 지금 우리의 현실이 약육강식의 자본의 논리가 모든 것을 집어삼켜 버려서 그 아쉬움을 토로하기 위한 표현이라는 생각도 든다.그의 25년 분투기는 내게 완전도서정가제와 더불어 골목상권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게 한다.대학 앞에 풀무질 같은 인문사회과학 책방이 하나둘 다시 생겨났으면 좋겠다. 우라나라에서는 참 힘든 일이다. 동네에서 책도 많지 않고 드나드는 사람들도 적다. 하지만 왔던 사람이 또 오고 그 사람이 또 다른 사람을 데리고 온다면 문을 닫지 않는다. 어차피 돈을 많이 벌려고 책방 일을 하지는 않았을 테니까. p.10그렇개 술마시고 책을 사고 공부를 하고 데모를 하던 학생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20년이 지나 그때 학생들이 아이를 데리고 다시 책방 풀무질에 와서 ˝이곳이 내가 대학 다닐때도 있었던 책방이야˝ 라면서 아이들에게 책을 한 권 고르라고 말을 하면 난 코 끝이 더욱 찡해진다. ˝삐삐˝와 ˝풀무질 알림판˝ 이 있었던 시절이 그립다. 세싱을 맑고 밝게 바꾸려는 책도 많이 팔려서 더 그립다. p.79유럽에는 대학 앞에는 새책방도 대여섯개씩 있고 한 책방도 그만큼 있다. 책방들은 저마다 다르다. 어느 곳은 문학, 어느 곳은 음악/미술, 어느 곳은 철학, 어느 곳은 사회과학 책들을 판다. 우리나라는 언제 이럴 수 있을까. 책방을 하려는 사람들이 돈벌이로만 생각하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면 이루어질 수 없다. 나라 정책입안자들이 책이라는 상품을 다른 공산품과 똑같이 다루는 한 이루어질 수 없는 끔이다. p.207
책을 선택하게 되는 계기는 다양하다.이 책은 가족 여름 휴가지로 부여에 있는 리조트를 1차 대상지로 고려하면서 읽게 되었다......하지만 최종 여름휴가지는 부여가 아닌 다른 곳으로 선택했다. -.-;개인적으로 특이하게 초등학교 수학여행을 부여, 논산, 공주쪽으로 갔었다. 그래서인지 백제의 유물들을 보면 어렸을 때 기억때문인지는 몰라도 더 친숙하게 다가온다. 삼국중에서 상대적으로 덜 조명받고 적게 연구된 백제사의 주요한 논점을 잘 정리해 둔 책을 만나게 된 것은 비록 부여를 휴가지로 가지 못하게 된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조만간 부여로의 여행을 계획해야겠다.칠지도의 비밀은 1500여년전 이 칼을 만들고 전해 준 사람, 그리고 이 칼을 하사받은 사람이 가장 정확히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이 땅에 없고 그 누구도 그들과 만나 대화할 수 없다. 그 시대로 돌아가 볼 수도 없다. 다만 그들이 남겨 놓은 칠지도만 남아 있을 뿐이다. 우리는 칠지도가 알고 있고 숨기고 있는 무언의 사실을 이끌어 내어 유언의 사실로 승화시켜야 한다. p.238이와 같이 기벌포는 우리 나라 고대사에서 획을 긋는 전쟁터였다. 백제멸망을 알리는 비극의 장소이기도 했으며 신라에 의한 삼국통일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전투가 있었던 곳이다.......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기벌포의 정확한 위치를 찾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패망한 나라인 백제와 연관된 지명이기 때문일 것이다. p.324
어떤 대상에 대해 많은 애정을 쏟아부었다면, 그때의 기억을 간직하기 위해 새롭게 다시 그 대상을 끄집어내는 것에 주저하게된다. 그 대상이 더이상 새로운 무엇인가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경우라면 더욱 더 그렇다. 마치 첫사랑을 기억(특히 미화된 기억) 속의 모습에서 다시 끄집어내거나 혹은 현실에서 마주치게 되는 경우의 두려움과 같은 감정일테다.클림트는 나에게 바로 그런 존재다.나는 2005년 빈에서 그의 작품을 실제로 처음 만났다. 클림트를 보기위해 빈을 간 것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그때의 경험은 잊혀지지 않는다.(정확히는 클림트와 브뤼헐을 만나기 위함이었다.) 특히 벨베데레에서 처음으로 만난 유디트를 본 순간은 잊혀질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아있다. 클림트라는 존재에대해 처음으로 관심을 갖게 해 준 작품을 직접 봤기 때문에 그 기억은 더욱 강렬했던 것 같다.이런 이유로 이 책을 읽기까지 많이 망설였던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클림트의 삶과 작품을 다루고 있지만, 빈이라는 공간과 그 공간이 클림트에게 어떤 의미인지 여행기 형태로 담은 책이기에 망설임을 뒤로 하고 읽었다.클림트의 빈에서 생활 그리고 그가 머물렀던 공간을 통한 작품의 해석을 한다는 점에서 신선하게 다가왔으니, 이 책의 기획의도가 독자에게 정확하게 잘 전달되었음에 틀림없다. ˝우리 시대 대표작가 100인이 내 인생의 거장을 찾아 떠난다.˝19세기말 클림트가 등장하기 직전 빈의 분위기는 이러했다. 이 기간을 작가 헤르만 브로호는 ˝즐거운 종말˝이라고 불렀다. 당시 빈 예술가들을 지배했던 유미주위를 생각해보면 참으로 적절한 표현이었다. 그리고 클림트는 이러한 빈의 분위기와 더할 나위없이 어울리는 사람이었다......무엇보다 그의 초상에 의해 관능적이고 우아한 빈의 귀부인들은 영원한 생명력을 얻었으니 말이다. p.46클림트는 이 모자이크들이 주는 ‘경건한 단순함‘에 완전히 압도되지 않았을까? 아마도 이 화가는 시공간이 영원히 정지한 듯한 평면성과 장식성이 극도로 강조된 천국을 통해 시간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는 아름다움의 원형을 발견했을 것이다. p.1371894년작 마리 보로이니크의 초상은 젊은 시절 클림트가 그렸단 전통적이고 고전적인 그림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으며 승승장구하던 청년 예술가는 성공이 보장된 길을 벗어나 새로운 예술을 찾았다. 이 고풍스러운 초상에서 키스까지 완전히 다른 사람의 작품이라고 해도 믿을 만한 변화를 클림트는 단 15년 사이에 이뤄낸 것이다. 이것이 천재가 아니면 과연 무엇일까. p.160알텐베르크의 말처럼 클림트의 풍경에는 고요한 깊이가 있다. 이 픙경들을 보면 같은 시기에 클림트가 그렸던 그림들, 기존 질서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민 관능적인 여인들의 모습이 전혀 오버랩되지 않는다. 풍경은 아주 신비로운 모습으로 마치 태곳적부터 계속 불어오는 바람을 머금은 듯한 인상을 준다. 무엇보다도 클림트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호수의 에메랄드빛 물색이었다. p.230
시니컬하고 직설적인 그래서 때로는 편협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독서광의 책에 대한 생각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그의 삶에 상당부분은 공감이 가진 않지만 책 아니 독서에 대한 열정만은 존경할 만 하다.역설적으로 많은 사람들과 유쾌하게 지내며 공감의 능력을 가진 그런 사람이 가진 책에대한 시선은 어떤 것일까에대해 궁금하게 만든 책인 것 같다.
이 책의 저자가 말한 것으로 기억하는 용어가 있다. 정치를 떠나면서 앞으로 작가(정권 교체이후에는 어용(?)작가)로 살아갈 것임을 말하며 구체적으로는 ˝지식 소매상˝이 될 것이라고 말한 것 같다.이 책은 작가가 천명한 지식 소매상의 역할을 충실히 소화한 책이다. 역사가와 역사서를 소개하고 그를 통해 우리는 역사의 매력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대략 18권 정도 된다. 일반 독자로서는 이 모든 책을 새롭게 완독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하지만 지식 소매상인 작가를 통해 우리는 각자의 책에서 말하고 있는 핵심 혹은 쓰여지게 된 이유 및 배경에 대해 알 수 있다.이와 비슷한 구성으로 쓰여진 책이 청춘의 독서이다. 이 책은 대학 진학을 앞둔 딸을 그 대상으로 하여 고전을 선택하고 그 책의 내용을 풀어준 것으로 기억한다. 역사의 역사는 청춘의 독서에서 그 대상이 일반 독자로 확대된 것이라 할 수 있겠다.이 책 후기에 작가는 이 책의 성격을 규정한다. 자유여행이 아니라 패키지여행과 같은 책이고 본인은 패키지여행의 가이드 역할을 했음을 얘기한다. 그렇기에 이 책은 지식 소매상을 자처하는 작가의 역할을 충실하게 작업한 결과물인 것이다.나는 그의 가이드 역할에 만족한 한 명의 패키지여행객이고, 이 책을 통해 이제는 자유여행을 준비하는 한 명이다.계급과 계급 대립의 폐지는 곧 사회 변화의 동력 소멸을 의미한다. 변화의 동력을 잃으면 사회는 영원히 같은 상태가 지속되는 천년왕국이 된다. 공산주의 혁명이라는 역사의 마지막 사건을 통해 인류 역사는 공산주의 사회라는 최종단계에 들어가고 역사는 종말을 맞는 것이다.......공산주의 혁명 이전의 사회에는 적용할 수 있지만 공산주의 사회에는 적용할 수 없다면 그 역사법칙을 보편적 진리라고 할 수 없기때문이다. p.162이 책들이 있었기에 우리는 선조들이 펼쳤던 민족해방 투쟁에 대해 기본적인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투키디테스의 시대부터 박은식의 시대까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당대사˝를 기록하고 서술하는 것이 역사가의 가장 중대한 임무라는 것을 새삼 확인할 수 있다. 오늘의 한국 역사가와 역사학자들 가운데 이 임무를 수행하는데 열정을 쏟는 이가 많지 않은 것은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p.190헤르도토스에게 역사 서술은 돈이 되는 사업이었고, 사마천에게는 실존적 인간의 존재 증명이었으며, 할둔에게는 학문 연구였다. 마르크스에게는 혁명의 무기를 제작하는 활동이였고, 박은식과 신채호에게는 민족의 광복을위한 투쟁이었다.......민족주의자든 아나키스트든 마르크스주의자든 식민지 시대 지식인들이 쓴 역사를 읽으면 가슴이 아리다. 그들이 살았던 사회적 환경과 오늘 내가 살아가는 세상이 같지 않은 데도 이러는 이유가 무엇일까? p.213인류 역사의 모든 것이 여기에 이 햇빛 속에 떠도는 먼지같은 귀퉁이를 아주 잠깐 지배하려고 흐르게 했던 유혈의 강을 생각해보라......우리의 거만함, 자신의 중요성에 대한 과신, 우리가 우주에서 어떤 우월한 지위에 있다는 망상은 이 엷은 빛나는 점의 모습에서 새로운 도전을 받게 되었다. 우리 행성은 우주의 어둠에 크게 둘러싸인 외로운 티끌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칼 세이건 p.2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