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림트 - 빈에서 만난 황금빛 키스의 화가 클래식 클라우드 3
전원경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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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대상에 대해 많은 애정을 쏟아부었다면, 그때의 기억을 간직하기 위해 새롭게 다시 그 대상을 끄집어내는 것에 주저하게된다. 그 대상이 더이상 새로운 무엇인가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경우라면 더욱 더 그렇다.
마치 첫사랑을 기억(특히 미화된 기억) 속의 모습에서 다시 끄집어내거나 혹은 현실에서 마주치게 되는 경우의 두려움과 같은 감정일테다.

클림트는 나에게 바로 그런 존재다.
나는 2005년 빈에서 그의 작품을 실제로 처음 만났다. 클림트를 보기위해 빈을 간 것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그때의 경험은 잊혀지지 않는다.(정확히는 클림트와 브뤼헐을 만나기 위함이었다.) 특히 벨베데레에서 처음으로 만난 유디트를 본 순간은 잊혀질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아있다. 클림트라는 존재에대해 처음으로 관심을 갖게 해 준 작품을 직접 봤기 때문에 그 기억은 더욱 강렬했던 것 같다.

이런 이유로 이 책을 읽기까지 많이 망설였던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클림트의 삶과 작품을 다루고 있지만, 빈이라는 공간과 그 공간이 클림트에게 어떤 의미인지 여행기 형태로 담은 책이기에 망설임을 뒤로 하고 읽었다.
클림트의 빈에서 생활 그리고 그가 머물렀던 공간을 통한 작품의 해석을 한다는 점에서 신선하게 다가왔으니, 이 책의 기획의도가 독자에게 정확하게 잘 전달되었음에 틀림없다. ˝우리 시대 대표작가 100인이 내 인생의 거장을 찾아 떠난다.˝


19세기말 클림트가 등장하기 직전 빈의 분위기는 이러했다. 이 기간을 작가 헤르만 브로호는 ˝즐거운 종말˝이라고 불렀다. 당시 빈 예술가들을 지배했던 유미주위를 생각해보면 참으로 적절한 표현이었다. 그리고 클림트는 이러한 빈의 분위기와 더할 나위없이 어울리는 사람이었다......무엇보다 그의 초상에 의해 관능적이고 우아한 빈의 귀부인들은 영원한 생명력을 얻었으니 말이다. p.46

클림트는 이 모자이크들이 주는 ‘경건한 단순함‘에 완전히 압도되지 않았을까? 아마도 이 화가는 시공간이 영원히 정지한 듯한 평면성과 장식성이 극도로 강조된 천국을 통해 시간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는 아름다움의 원형을 발견했을 것이다. p.137

1894년작 마리 보로이니크의 초상은 젊은 시절 클림트가 그렸단 전통적이고 고전적인 그림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으며 승승장구하던 청년 예술가는 성공이 보장된 길을 벗어나 새로운 예술을 찾았다. 이 고풍스러운 초상에서 키스까지 완전히 다른 사람의 작품이라고 해도 믿을 만한 변화를 클림트는 단 15년 사이에 이뤄낸 것이다. 이것이 천재가 아니면 과연 무엇일까. p.160

알텐베르크의 말처럼 클림트의 풍경에는 고요한 깊이가 있다. 이 픙경들을 보면 같은 시기에 클림트가 그렸던 그림들, 기존 질서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민 관능적인 여인들의 모습이 전혀 오버랩되지 않는다. 풍경은 아주 신비로운 모습으로 마치 태곳적부터 계속 불어오는 바람을 머금은 듯한 인상을 준다. 무엇보다도 클림트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호수의 에메랄드빛 물색이었다. p.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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