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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김영민 지음 / 어크로스 / 201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그동안 많은 요청이 있었을 것 같은데 다소 늦게 책이 발간된 것 같다. 신문기사에서 언급한 칼럼계의 아이돌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자신만의 확실한 글쓰기 방법을 보유하고 있는 것 같다. 또한 본업도 남들이 쉽게 달성하기 어려울만큼 성공한 것 같은데 이런 글쓰기 능력까지 보유한 사실에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이 책은 재치 넘치고 날카로운 칼럼, 조금은 딱딱하지만 전문적인 평론 그리고 작가의 생각을 알 수 있는 인터뷰 크게 3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3가지 색다른 형태의 독서의 맛을 느낄 수 있어 작가가 그토록 싫어하는 지루함은 느낄 수 없었다.
칼럼 부분은 지면의 제한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기위해 짧지만 강렬한 문장들이 많이 있는 것 같다. 그렇기에 다서 냉소적으로 볼 수 있는 시선들과 비꼬는 듯한 어투를 가지고 있어 조금은 불편한 부분도 있다.
하지만 오히려 이 부분에서 작가만의 매력을 얻을 수 있다고 하겠다. 누군가에 본인의 생각을 가르치려 하거나 주입 시키려 하지 않고 그럴수도 있겠네하는 생각이 스스로 들게끔 하는 역할을 하기위한 작가만의 글쓰기 방식이 아닐까 한다.
특히 칼럼 부분은 곁에 두고 문득 생각날때마다 읽고 싶을만큼 매력적이다.
역사상 가장 뛰어난 권투 선수 중 한 사람이었던 마크 타이슨은 이렇게 말했다.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처맞기 전까지는.’ 사람들은 대개 그럴싸한 기대를 가지고 한해를 시작하지만, 곧 그 모든 것들이 얼마나 무력하게 무너지는지 깨닫게 된다. 링에 오를 때는 맞을 것을 각오해야 한다. 따라서 나는 새해에 행복해지겠다는 계획 같은 건 없다.p.23
이제 오늘이후로 신랑 신부는 노화의 과정을 홀로 겪지 않고, 배우자와 함께 겪게 될 것입니다. 결혼을 통해서 유한한 생물체의 고단함과 외로움과 무기력함을 위로하고 연민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 위로와 연민 속에서 비로소 상대에게 너무 심한 일은 하지 않게 되고, 그러한 절제 속에서 인간에게 허락된 행복을 최대한 누리기를 신랑 신부에게 기원합니다. p.45
이런 제사의례가 범사회적으로 정착된 것은 아주 오랜 옛날이 아니라 구조조정이 한창이던 조선 후기의 일이다. 극가로부터의 공공 서비스를 크게 기대할 수 없게 된 사람들이 조상 중에서 출세한 인물만 골라 시조로 기리고, 각종 의례를 준수하며 자신들을 조직하기 시작했다. p.67
스가 아쓰코에 따르면, 과거의 향기는 기억 속에만 존재할 뿐마법을 써서 돌아간다 해도 같은 향기를 반복해서 음미할 수는없다. 이제 공동체는 개인의 고독을 인정한 위에서만 건설될 수있다는 것을 인정하며, 더러움을 찾아 떠나는 무심한 로봇청소기처럼 앞으로 나아갈 때다. p.148
자신이 생각하는 사회의 정의를 위해 싸워온 고故 백남기 씨가 생전에 연명치료거부 의사를 표명했다는 사실은, 사회 정의 실현만큼이나, 개인의자유와 그에 따르는 존엄을 실현하겠다는 열망을 가지고 있었음을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는 병원에서 300일이 넘도록 자신이 원한 존엄을 기다리며 누워 있어야 했다.
그리고 그가 표명한 연명치료 거부의사는 그의 죽음을 존엄스럽게 만들기보다는 주치의에 의해 선택적으로 활용되어 자신의 사인이 외인사가 아닌 병사가 되는 근거가 되었다. p.1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