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지인의 별장에 다녀왔다.
별장 뒤로 올라가면 깊은 야산이 나온다.
얼음을 깨러 지난 달에 오고 겨울에는 이번이 두번째다.
그런데 여름에 왔을때와는 달리 길이 그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네가 올라 갈 길은 이곳이야 안내라도 하는 듯 여름에 왔을땐 여기저기서 웃다란 풀들이 온통 뒤덮여 긴 막대기로 제껴가며 올라갔었다.그래도 다녀오고나면 양팔이며 다리가 풀독으로 빨갛게 부풀어 올랐다. 뱀이 자주 출몰하기때문에 여름에는 가급적 올라기면 안된다고 말하지만 이곳에 오면 아이들도 나도 꼭 그 계곡을 찾는다.
이 긴 겨울 끝에 여긴 이런 표정을 하고 있구나. 정말로 오랜만에 마셔보는 산공기에 몸도 놀라 저절로 펴진다. 아이들은 좋아진 길로 벌써 어디까지 올라갔는지 작은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바위 위로 마른 풀숲으로 햇살이 가득 쏟아지고 있다.이곳은 소나무가 많이 보인다 저절로 날아온 홀씨들이 땅에 정착해 작은 묘목처럼 자라 작은 소나무밭을 이루고 있었다.커다래지기 전 소나무를 보니 푸근한 마음마저 든다. 아이들은 지난 달에 왔던 얼음 계곡이 보이지 않자 약간은 실망한 얼굴이다. 하지만 몇분도 안돼 기슭을 타고 내려와 겨우 고여있는 물에서 아기고등을 찾아내고 얼음을 깼던 막대로 다시 새로운 놀이를 하기 시작했다. 두꺼운 파카는 바위 위에 벌써부터 맡겨두고 울퉁불퉁 경사진 바위, 뽀족한 바위를 건너뛰다가 발을 헛디뎌 물 속에 풍덩 빠지기도 한다.아직 차가운 계곡물에 발이 닿자 아이들은 이리뛰고 저리뛰고 난리다. 햇살의 체온을 고스란히 받아 안고 있다가 이제는 돌려줄 때라는 듯 굳어있던 바위들도 물을 뒤집어쓰고 햇살아래 반짝거렸다. 모처럼 활기띤 아이들 모습을 보며 연신 셔터를 누른다. 금방 녹아버린 얼음 계곡처럼 이 순간도 짧게 흘러가리라 그리고 빨리 뭏히리라 찰칵하고 찍히는 사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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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맥주를 마셨다. 500ml 한 캔 반 정도 집에오니 팔 다리가 풀리고 목소리가 뻑뻑한 빵조각이라도 목에 걸린듯 답답하다. 흐물흐물 연체동물 같아 어떻게 쓰러져 잠이 든건지 모르지만 어땠든 찾아온 아침 조금 이른 시간 축구 수업가는 아들을 챙기고 다시 누웠다. 전화가 울린다. 집 전화다 시계를 보니 10시 30분이 조금 안된 시간 M의 전화 였다.

까맣게 잊고 있던 약속시간 앗차, 10시반 P아파트 앞에서 만나기로 했지! 목소리를 듣는 순간 생각나서 얼마나 다행인가. 빠르게 준비하고 M과 접속한다. 분답던 마음이 정리되는 유일한 곳이라도 되는 양 빠르게 뛰던 심장 박동이 조금씩 느려진다. 함께 브런치를 든다. 신선한 야채와 생치즈 든 치아바타 빵 그리고 함께 곁들이면 맛있는 커피가 있는 곳 노란 조명등 크지 않게 들려오는 어쿠스틱 멜로디 누가 뭐래도 이시간은 행복한 시간 봄과 사랑과 벚꽃에 관한 노래가 흘러나오고 밤공기가 그리워지는 어느 연인 이야기 이곳에도 사랑노래 저곳에도 사랑노래 흠흠흠 울린다. 이런 더미 속에 있으면 내가 사랑하고 있구나! 한다. M이 앞에서 환한 이를 드러내고 웃는다. 꿈을 먹는 듯 노래를 듣는 모습이 보기 좋단다. 꿈을 먹으며 노래를 듣는 내 모습이라니... 가끔 다른 사람을 통해 내 모습을 보기도 한다. 시작과 끝이 다르게 끝나는 날은 참 좋다. 특히 아침이 마음에 안들때는...바로 오늘.

맥주를 좋아하지만 몸이 차서 나와는 잘 맞지 않는다. 어제처럼은 술을 먹지는 않을 것이다.

지켜지지 않을 짧은 다짐으로 끝날지 모르지만 어쨌든 뭐라도 마음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 하는 건 의미있는 일 같다. 

오늘 브런치 데이트에서 몇편의 시를 완성하고 돌아 왔다.지나면 아무것도 아닌데 몇시간이고 붙들고 있는 일이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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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른하다 졸리웁다 봄노래가 곧 온거리에 울려퍼질 것이다. 

차를 타고 벚꽃노래를 날리며 달린다

분홍띤 얇은 블라우스를 입고 내 몸무게가 20킬로그램밖에 안나가는 것처럼

내가 바람인지 바람이 난지 눈감고 날리고 있다.

언제까지나 이렇게 가볍게 살고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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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남편의 휴대폰 알람음이 울린다. 웅크리고 뻐근한 근육을 움직여본다.

오늘도 하루가 시작되는가보다 학교가는 생각만하면 두통이 온다는 아이말이 눈뜨자 생각나는 아침

마음이 무겁다 배도 고프다. 해놓은 밥도 없다. 뚜벅뚜벅 발걸음을 냉장고로 가서 반찬을 꺼내본다 아이들 이름을 한명씩 부른다 강윤아! 강민아! 다시 냉장고로 발걸음을 옮겨 뒤적뒤적....

야채실에는 이것저것 많이 보인다. 어머님이 시골에서 뽑아다 주신 상추 쑥갓, 마늘 등등 하나같이 죄다 아이들이 꺼리는 생식거리 그렇지만 나는 그럭저럭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식재료들 하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건 거의 없다.

언젠가 작은 녀석이 밥상앞에서 작은 소리로 투덜거리면 하는 말이 생각난다. 엄마 밥은 맛있는게 하나도 없어... 냉동고를 다시 열어본다. 아, 꼬마돈가스! 돈가스를 튀겨 줘야 겠다.

어제 저녁부터 어깨를 누르는 통증이 엄습해 온다. 몸을 비트는가 싶더니 다시 침대에 붙어버린 아이의 겨드랑이를 꼭 찌른다. 다시 발걸음은 인덕션앞 밥에 전원을 올리고 기다린다. 소리를 지른다 아까보다 높아진 소리 강윤아 강민아 휴대폰에선 다시 알람 아이들이 학교로 나설시간을 알려주는. 이것저것 먹는둥 마는둥하더니 반쯤 감긴눈으로 집을 나서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멍하게 바라본다. 어제 저녁부터 쌓기 시작한 설거지 개수대에서 그릇 몇 개를 씻어보다가 거품을 씻어내고 침대로 고스란이 엎어진다. 긴잠,긴잠을 자고싶다는 생각에 빠진다.나도 모르게 감긴 눈이 떨어지지 않는다.

2017.5.12 르베인 알라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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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누아 2017-05-12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

ieunwoo 2017-05-12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방가워~
 

아득한 소용돌이

언젠가 꿈에서 내가 둥둥떠있는 꿈을 꾸었다
그러다 발끝이 찌릿한 통증과 함께 어디론가
쏠려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발버둥을 치고 소리를 질렸다
그러나 아무런 소리를 낼수 없었다.
꿈속이지만 소용이 없다는걸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고통은 없었지만 두렵고 무서웠다
잠에서 깨어 식은 땀을 닦으며
다시는 꾸고싶지 않아 도리질을 쳤다.
이런 꿈을 여러번 꾸었다
여전히 지금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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