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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다 한 사랑이 너무 많아서 문학과지성 시인선 492
황인숙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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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고 편안하고 차갑지 않은 목소리

영원에 가까운 목소리

목에 석류알처럼 붉은 테를 두른 예쁜 고둥이 내는 목소리

스무 살 내가 처음 바닷가에 갔을 때 들리던 목소리

아득한 바람개비 같은 목소리

수수깡 부러뜨리는 소리 같은 목소리

길고양이 내게오는 발소리 같은 목소리

모서리 동그랗게 오리는 공작가위질같은 목소리

사랑하고픈 목소리 

아름답고도 슬픈 목소리

그녀의 목소리

닮고 싶은 목소리

세월의 바람개비



바람개비 든 손, 앞으로 쭉 뻗고
운동장을 달렸네
동네 골목을 달렸네
배경은 아무래도 좋았지
바람 한 점 없는 날에도 바람개비
파르르르, 파르르르, 잘도 돌았지
야무진 바람개비 내 심장
벅찬 바람으로 파들거리고
웃음이 절로 터졌지!

서녁



이루고, 무너지고, 복구하고
만들고, 먹고, 싸고, 또 만들고
허물어지고, 사라지고, 망각하고
다시 만들고, 먹고, 싸고

하루 햇빛이 일제히 돌아가느라
몰려 있는 하늘

묽어지는 나


이상하다
거품이 일지 않는다

어제는 팔팔했는데
괜히 기진맥진한 오늘의 나
거품이, 거품이 일지 않는다

쓰지 않아도 저절로
소진돼버리는
생의 비누의 거품

저 구름 흘러가는 곳



영혼이 없거나,
혹은 있더라도
아무 힘이 없어
그러니까 그런거지

엄마도 죽고 아빠도 죽은
고아들이
고달프고 고독하게
살다가 죽기 일쑤인 거지
없어,
없어,
없어,
죽은 다음에 영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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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눈뜨고 5분이 채 되기전에 나는 미친듯이 자전거 패달을 돌려야 했다.

오늘 아이 학교 현장학습 가는 날이고 큰애 우는 소리에 눈 떳을 때 8시10분이었지

팝콘치킨을 돌려놓고 김밥을 찾아와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앉으니 8시28분

다행히 늦지는 않았을거야 우리집과 학교거리는 맘만 먹으면 2분안에도 갈 수 있는 거리거든


어제 늦은 커피와 늦게까지 돌려 듣던 라디오가 밤새 뒤척이게 했어

요즘 계속 게운하지 않은 몸 뜬금없이 화끈거리는 얼굴 올해들어 이런 일이 벌써 두번째야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지 들어야지 하는데 아이들이 모두 잠들고 나면 갑자기 주어진 고요에 마음을 뺏기고 시간을 자꾸 잊어버려 요즘은 체력때문에 자주 그러지도 못하지만


가끔은 아이들과 함께 있는 내 모습이 어색하게 느껴질때가 있어

나는 그대론데 내 주변만 변해 있는 것 같은 내가 서있는 곳에 갑자기 떨어진 것 같은 이상한 느낌말이야 

내 가족도 그럴까 어느날 가장이 되었고 원하지도 않는 초등학생이 되어있다고......


양팔을 뒤로 뻗어 기지개를 켜는데 뼈마디에서 소리가 나

너무 바쁜 아침이었어 

그래도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8시 10분에 눈을떠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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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먼나라 이웃나라 2 - 프랑스 먼나라 이웃나라 2
이원복 지음 / 김영사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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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미술 읽기 교수님께서 추천해주신 먼나라 이웃나라 프랑스편이다. 프랑스인들의 사상과 당시 사회적 분위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미술을 접할 수 있다. 역사를 건너뛰고 지금을 이해하기란 훨씬 힘들지 않을까 작은 고리 고리들이 미세하게 연결되어 여기를 바로 알게되는 것. 만화책만 들고 파는 우리집 아들도 일없이 툭펼쳤다 마지막 페이지를 보고 손에 놓는다. 말 맛나게 흥미롭게 시선 뗄 겨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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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함께 있을게 웅진 세계그림책 120
볼프 에를브루흐 글 그림, 김경연 옮김 / 웅진주니어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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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토론에서 함께한 책. 이 책은 죽음이란 늘 내 가까이 있다는 걸 애둘러 말하지 않는다. 친구로 등장하는 해골이 그렇다. 눈이 뻥비고 길게 늘어진 흰옷을 입은 이름도 죽음이다.짧은 그림책에 어쩜 이렇게 많은 것을 담았지? 삶을 의연히 그리고 죽음이 두렵지만은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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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의 눈물 이야기 꼬맹이 마음 21
나탈리 포르티에 지음, 이정주 옮김 / 어린이작가정신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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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바다로 흘러가기까지의 과정을 잘 그려낸 이야기. 릴리가 눈물을 맞이하고 눈물을 이야기하고 눈물에 대해 처방하고 눈물을 위로하는 과정이 책을 덮은지 오랜 지금도 릴리의 말과 행동이 떠오른다. 앞으로도 그럴 것같다. 생각하면 잔잔한 어떤 감동이 밀려오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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