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약초산나물 50
이상각 지음 / 아마존북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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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자연의 사계는 언제나 인간에게 넉넉한 치유의 식탁을 베푼다. 척박한 비바람과 모진 겨울의 삭풍을 견뎌내고 대지 위로 솟아오른 야생 풀꽃들은 단순히 허기를 달래는 식재료를 넘어, 오랜 세월 우리 선조들의 생명을 보듬어온 훌륭한 명약이었다. 아마존북스에서 출간된 이상각 저자의 《한국의 약초 산나물 50》은 산과 들에 자생하는 식물들이 지닌 고유한 생명력과 그 속에 응축된 약리적 효능을 체계적이고 친절하게 집대성한 실전 안내서다.


본 도서는 우리 땅의 야생에서 약이 되는 산나물 42가지와 나무나물 8가지를 엄선하여 수록했다. 각 식물의 자생 생태와 고유한 특성, 질환별 약리 효능은 물론 채취 시기와 올바른 손질법, 맛깔스러운 요리법까지 아우른다.


현대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환별 맞춤 나물 소개는 특히 눈길을 끈다. 암 예방과 항암에 탁월한 개미취와 산머위, 혈당 조절과 당뇨 완화에 도움을 주는 둥굴레와 산뽕나무, 그리고 뇌 건강을 지키고 치매를 예방하는 곰취와 참취 등 우리 주변의 식물들이 지닌 치유력이 명쾌하게 정리되어 있다. 뇌경색과 심근경색 등 혈관 및 뇌 질환 예방에 특효를 보여 나이 들수록 밥상에 꼭 올려야 할 나물로 꼽힌 눈개승마나, 꽃을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의 시름을 잊게 해준다고 하여 ‘망우초(忘憂草)’ 혹은 ‘근심풀이풀’이라 불린 원추리의 정겨운 유래담은 식물을 대하는 인문학적 즐거움까지 더해준다.


산나물이 이토록 강력한 치유력을 지니게 된 배경에는 ‘야생의 생존 투쟁’이 자리한다. 비닐하우스의 온실 속 화초와 달리, 야생의 풀들은 거친 자연환경과 해충, 가뭄과 추위로부터 스스로를 지켜내기 위해 독특하고 짙은 향과 고유한 2차 대사산물(파이토케미컬)을 만들어낸다. 식물 자신의 치열한 생존 무기였던 이 특화된 물질들이, 역설적으로 인간의 몸속에서는 각종 만성 질환과 암, 성인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훌륭한 항산화 약리 성분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최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산나물 수요가 급증했고, 그 결과 시중에는 재배 산나물이 대중화되었다. 재배된 나물은 인공적인 환경에서 빠르게 길러진 탓에 비타민, 미네랄, 그리고 특유의 강렬한 약리 성분과 향취 면에서는 거친 야생산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재배 나물 역시 꾸준히 장기적으로 섭취한다면 훌륭한 식이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초보 채취자들이 야생에서 겪기 쉬운 ‘독초 오인 사고’의 위험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일상적인 건강 관리용 식재료로 적극 권장할 만하다.


이 책이 전하는 또 하나의 결정적인 미덕은 바로 ‘독성의 안전한 제거’에 대한 엄격한 강조다. 식물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미량의 독성을 품고 있는 경우가 많아, 이를 간과하고 섭취했다가는 자칫 간 손상이나 중독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저자는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조리법을 현대적으로 정리하여, 끓는 물에 충분히 삶아 데친 후 맑은 찬물에 오랫동안 담가 독성을 우려내는 기본 원칙을 충실히 제시한다. 특히 독성이 강하면서도 단순한 데치기만으로는 성분이 잘 빠지지 않는 비비추의 경우, 손으로 거품이 일어날 때까지 세심하게 비벼 치대며 씻어내야 한다는 실전 팁을 상세히 일러준다. 이러한 경고와 해독 지침은 산나물을 안전하게 향유하기 위해 반드시 숙지해야 할 대목이다.


산나물 요리의 본질은 화려한 기교가 아니라 자연의 숨결을 그대로 살리는 데 있다. 본연의 향감과 식감을 온전히 느끼기 위해 지나치게 자극적인 양념은 덜어내고, 내 몸의 상태와 체질에 맞춰 알맞은 나물을 선별해 올리는 것이야말로 현대 생활습관병을 다스리는 가장 정직한 출발점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격언처럼, 책장을 덮고 나면 그동안 산책길이나 등산로 주변에서 무심코 스쳐 지나쳤던 무수한 풀잎들이 저마다 고유한 약성을 품은 경이로운 자원으로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 선명한 원색 컬러 사진과 더불어 실용적인 채취·가공 노하우를 집약한 《한국의 약초 산나물 50》은 자연식과 약초에 입문하려는 일반인은 물론, 자연의 치유력으로 식탁 혁명을 꿈꾸는 모든 이에게 더없이 든든하고 명쾌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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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의 말로 살아간다 - MBC 라디오 <여성시대>>가 전하는 인생의 한마디
여성시대 지음 / 김영사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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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 혼자 살아가는 것 같지만 결국 서로의 말로 살아간다.




김영사에서 출간한 『우리는 서로의 말로 살아간다』는 MBC 라디오 <여성시대>에 소개되었던 수많은 편지 가운데 오래도록 기억될 60편의 사연을 골라 엮은 책이다. 거창한 성공담이나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가족과 이웃, 부부와 자녀 사이에서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법한 평범한 삶의 풍경이다. 그런데 그 평범함 속에 웃음과 눈물, 상처와 위로, 그리고 다시 살아갈 힘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동병상련의 감정은 때로 낯선 사람의 위로보다 더 깊이 마음에 닿는다. 누군가의 고단한 이야기를 읽으며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고, 다른 사람의 경험을 통해 지나온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같은 일상이라도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무엇을 배워내느냐에 따라 삶의 의미는 달라진다. 결국 사연 속 경험을 자신의 삶을 위한 자양분으로 바꾸는 것은 독자의 몫일 것이다.


책 속에는 가슴을 찡하게 만드는 이야기뿐 아니라 긴박한 삶 속에서 한바탕 웃음을 터뜨리게 하는 사연도 있다. 그러나 그 웃음과 눈물의 바탕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힘겨운 순간마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삶을 다시 일으켜 세웠다는 것이다.


“살면 살아지고 살아지면 잘 살았다 싶은날 있제.”


국수집 할머니의 이 말은 삶보다 죽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던 한 사람의 마음을 돌려세운다. 특별한 위로나 거창한 충고가 아니지만, 진심이 담긴 평범한 말 한마디가 꺼져가던 마음을 다시 뛰게 만들었다. 말에는 사람을 살리는 힘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장명조(모모)의 『모모의 새날』도 오래 기억에 남는다. 요양원이라는 공간에서 마주하는 고독과 고립, 때로는 거친 언행과 폭력적인 현실을 생각하면 결코 가볍게 읽을 수 없는 이야기다. 그런데 글쓴이는 병원에서 보낸 6개월을 좌절의 시간이 아니라 재기와 새로운 출발을 위한 시간으로 받아들인다. 스스로 선택하고 삶의 의미를 다시 만들어가는 모습에서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책에 실린 사연 상당수는 지난 세월을 돌아보는 중장년들의 이야기다. 지금보다 생활이 어려웠던 시절, 제대로 배우지 못했고 제대로 가르치지도 못했다는 아쉬움을 가슴에 묻은 채 억척스럽게 살아내야 했던 사람들이다. 때로는 가난과 서러움이 복받치고, 때로는 가족 간의 갈등으로 마음이 무너졌지만 결국 서로 의지하고 위로하며 삶을 이어왔다.


세월이 흐른 뒤 돌아보니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한 것은 대단한 성공이나 특별한 행운만이 아니었다. 어려울 때 건넨 한마디의 위로, 함께 울고 웃어준 가족과 이웃, 서로를 포기하지 않았던 마음이 삶을 버티게 한 힘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각박한 현실 속에서 사람 사이의 거리가 점점 멀어지고 불안과 위협이 일상이 되어가는 요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쩌면 거창한 해답보다 따뜻한 말 한마디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서로의 말로 살아간다』는 바로 그 평범하지만 소중한 진실을 일깨워준다. 사람은 혼자서 삶을 완성하는 존재가 아니라 서로의 말과 마음을 주고받으며 오늘을 견디고 내일을 살아가는 존재라는 사실이다.


책장을 덮으며 나 역시 누군가에게 건넸던 말과 들었던 말을 떠올리게 된다. 어쩌면 내가 힘든 시절을 지나올 수 있었던 것도 이름 없이 건네받은 따뜻한 한마디 덕분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나도 누군가에게 삶을 조금 더 견딜 수 있게 하는 말을 건네고 싶어진다. 말 한마디가 인생을 바꾸지는 못할지라도, 적어도 다시 일어설 힘을 줄 수는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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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 ㅣ 열린책들 테마 컬렉션 : 호러
에드거 앨런 포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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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의 문장은 어둠 속에서 갑자기 피부를 스치는 차가운 손길처럼 서늘하고 집요하다. 그의 작품에는 공포와 불안, 광기와 죽음의 냄새가 짙게 배어 있다. 그러나 포의 문학을 단순한 공포문학으로만 규정하기에는 그 안에 담긴 인간 심리의 깊이가 너무 깊다.


불안정한 삶과 궁핍, 사랑하는 사람들의 잇따른 죽음, 질병과 알코올 문제 등 포가 감당해야 했던 삶의 무게는 그의 작품 세계와 떼어놓기 어렵다. 물론 작가의 생애와 작품을 그대로 동일시할 수는 없지만, 그가 끊임없이 죽음과 상실, 공포와 광기를 응시했다는 사실은 그의 문학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단편집의 백미로 꼽을 만한 〈어셔가의 몰락〉은 그러한 포의 세계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기괴한 저택에서 신경 쇠약에 시달리는 로더릭 어셔와 병든 여동생 매들린의 모습, 죽은 줄 알았던 매들린의 귀환, 그리고 마침내 저택 자체가 무너지는 결말은 인간 정신의 붕괴를 고딕적 이미지로 형상화한다. 무너지는 저택은 곧 무너지는 인간의 내면처럼 읽힌다.


〈생매장〉, 〈검은 고양이〉, 〈붉은 죽음의 가면〉 등에서도 죽음은 단순히 독자를 놀라게 하는 장치가 아니다. 죄책감과 광기, 공포와 자기파괴의 본능이 뒤엉켜 있다. 포가 보여주는 가장 무서운 존재는 외부의 괴물이 아니라 결국 인간 자신의 내면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포의 문학에서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어두운 심연의 한편에 냉철한 이성이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모르그가의 살인 사건〉과 〈도둑맞은 편지〉의 탐정 뒤팽은 현대 추리문학의 중요한 원형이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관찰과 논리로 사건을 풀어가는 뒤팽은 공포와 광기의 세계를 구축한 포의 또 다른 얼굴이다. 〈황금벌레〉의 치밀한 암호 해독 역시 포가 얼마나 뛰어난 논리적 구성 능력을 지닌 작가였는지를 보여준다.


결국 포의 천재성은 인간의 가장 어두운 심연을 응시하면서도 그것을 치밀한 언어와 구조로 문학적 질서 안에 세워 올렸다는 데 있다. 감성과 이성, 공포와 추리, 죽음과 삶이 그의 작품 안에서 독특하게 공존한다.


열린책들의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은 단순히 무서운 이야기를 모아놓은 책이 아니다. 인간이 얼마나 쉽게 공포와 욕망, 죄책감과 광기에 흔들리는 존재인지를 들여다보게 하는 심리의 기록이며, 동시에 훗날 현대 심리소설과 추리문학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문학적 원형을 만나는 시간이다.


포의 작품을 읽고 나면 공포의 대상이 달라진다. 무서운 것은 어둠 속의 괴물이 아니라 때로는 그 어둠을 품고 살아가는 인간 자신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심연을 응시할 용기가 있다면, 포가 만들어낸 서늘하고 정교한 미로 속으로 들어가 보길 권한다. 불쾌할 만큼 잔혹한 어둠 속에서도 인간 영혼의 가장 깊은 곳을 비추는 문학의 빛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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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세이 ㅣ 메이트북스 클래식 32
호메로스 지음, 정영훈 엮음, 이선미 옮김 / 메이트북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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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인생이라는 거친 바다에서 흔들리는 당신을 위한 가장 오래된 생존 지침서


눈앞의 유혹에 흔들리고, 예기치 못한 역경에 좌절하며, 내가 가고 있는 길이 과연 옳은지 의심스러울 때 우리는 어디에서 답을 찾아야 할까.


수천 년의 시간을 견뎌온 호메로스의 『오디세이』는 놀랍게도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여전히 유효한 답을 건넨다. 메이트북스에서 출간된 이 책은 방대한 원전의 진입장벽을 낮추면서도 오디세우스가 10년에 걸쳐 겪은 모험과 고난의 핵심을 밀도 있게 담아냈다. 대서사시를 한 권으로 압축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작업은 아니지만, 편역자는 사건의 맥락과 긴장감을 놓치지 않으면서 원작의 정수를 단단하게 건져 올렸다.


무엇보다 소설을 읽는 듯 이야기의 연결이 매끄럽다. 사건은 끊임없이 새로운 위기를 만들어내고, 그때마다 오디세우스가 어떤 선택을 하는지 따라가다 보면 책을 내려놓기가 쉽지 않다. 단순한 요약본이라기보다 『오디세이』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장면과 인간적 의미를 압축해 보여주는 ‘엑기스’에 가깝다.


『오디세이』는 『일리아스』와 더불어 약 2,800년 동안 서양 문학과 예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수많은 이야기의 원형이 되어왔다. 트로이 전쟁에 참전했던 이타카의 왕 오디세우스가 전쟁이 끝난 뒤 고향으로 돌아가기까지 겪는 10년간의 방랑과 모험이 중심 이야기다. 하지만 이 작품의 진정한 가치는 괴물과 신, 바다와 섬이 등장하는 환상적인 모험에 있지 않다. 그 안에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살아가면서 마주하게 되는 두려움과 유혹, 실패와 선택, 자만과 후회, 인내와 결단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오디세우스가 위대한 이유도 단순히 힘이 세기 때문이 아니다. 그는 위기의 순간마다 힘보다 지혜를 사용한다. 세이렌의 노래를 듣고 싶은 욕망을 억누르기 위해 자신을 돛대에 묶도록 명령한 장면은 대표적이다. 유혹을 이길 수 있다고 자신하는 것이 아니라 유혹에 흔들릴 인간의 본성을 인정하고 미리 자신을 통제할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이것은 오늘날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절제는 의지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유혹으로부터 자신을 물리적으로 분리하는 전략까지 필요하다.


반대로 오디세우스에게 고난의 씨앗을 뿌린 것은 그의 자만심이었다. 폴리페모스의 눈을 멀게 한 뒤 자신의 이름을 드러내며 상대를 비웃었던 순간, 승리에 도취된 오만은 새로운 재앙을 불러왔다. 폴리페모스의 아버지인 포세이돈의 분노를 사면서 그의 귀향은 더욱 길고 고통스러운 여정이 된다.


여기서 『오디세이』가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작은 성공에 만족해 자만하는 순간, 인생은 다시 우리를 시험한다.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바로 그 순간이 새로운 위기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단 한 번의 승리가 아니라, 승리한 뒤에도 자신을 돌아보고 다음 항해를 준비하는 자세인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오디세우스가 오기기아섬에서 칼립소가 제안한 영생과 평온을 거절하는 장면은 더욱 인상적이다. 칼립소는 아름다움과 영원한 삶, 고통 없는 안락한 생활을 제안한다. 그러나 오디세우스는 그것을 마다하고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이 기다리는 이타카로 돌아가기를 선택한다.


그가 지나온 처절한 고난을 생각하면 이 선택은 단순한 귀향이 아니다. 편안한 영생보다 불완전하지만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유한한 삶을 선택한 것이다. 오디세우스에게 이타카는 단순한 지리적 공간이 아니라 자신이 누구인지 확인할 수 있는 삶의 근원이었다.


그러나 『오디세이』의 진정한 압권은 귀환이 끝이 아니라는 데 있다.


마침내 이타카로 돌아온 오디세우스는 아내 페넬로페에게 구혼하며 자신의 집을 차지하고 있던 구혼자들을 처단한다. 그리고 모든 것이 끝난 것처럼 보이는 순간에도 그의 항해는 완전히 끝나지 않는다. 포세이돈의 노여움을 풀기 위해 다시 길을 떠나야 하고, 바다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사는 땅까지 걸어가야 한다.


이 결말은 인생에 대한 상당히 역설적인 통찰을 보여준다.


우리는 흔히 목표에 도달하면 모든 것이 끝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인생에서 하나의 목적지를 통과하면 또 다른 과제가 기다린다. 귀환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오디세우스의 항해는 단순한 ‘집으로 돌아가는 여행’이 아니다. 그것은 한 인간이 수많은 유혹과 실패와 고난을 통과하면서 자신을 발견하고, 마침내 다시 자신의 삶을 선택하는 과정이다.


오늘의 우리 역시 오디세우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돈과 성공, 쾌락과 편안함이라는 세이렌의 노래를 듣고, 예상하지 못한 폭풍을 만나며, 때로는 작은 성공 앞에서 자만하기도 한다. 그러다 삶의 방향을 잃고 어디로 가야 할지 흔들린다.


그럴 때 『오디세이』는 말한다. 삶의 항해에서 중요한 것은 폭풍이 없는 바다가 아니라 폭풍 속에서도 자신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잊지 않는 것이라고.


명확한 목표를 향한 의지, 순간의 충동을 이겨내는 자기통제, 실패와 고난을 견디는 인내, 그리고 때가 되었을 때 결단하는 지혜. 이 모든 생존의 기술이 오디세우스의 긴 항해 속에 녹아 있다.


수천 년 전 한 영웅이 건넌 바다는 오늘도 우리 앞에 펼쳐져 있다. 이름만 다를 뿐 우리가 만나는 폭풍과 유혹, 두려움과 선택은 여전히 존재한다.


인생이라는 거친 바다에서 길을 잃었다고 느껴질 때, 이 책은 오래된 이야기 하나를 다시 들려준다.


돌아갈 곳을 잊지 말고, 유혹에 자신을 맡기지 말며, 때로는 다시 항해를 시작하라.


오디세우스의 여정은 끝나지 않았다. 어쩌면 그것은 지금도 우리의 삶 속에서 계속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오디세이』가 수천 년의 시간을 건너 오늘의 독자에게까지 살아남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바다를 건너고 있으며, 결국 우리 자신의 이타카를 향해 항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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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후회 없이 사랑하고 있는가
김태현 지음 / 프로방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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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미루며 살아가는가.

조금 더 여유가 생기면, 일이 끝나면, 다음에 만나면, 언젠가 시간이 나면 마음을 표현하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삶에서 가장 확실한 사실 하나는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무한하지 않다는 것이다.


김태현의 『지금 후회 없이 사랑하고 있는가』는 바로 그 지점에서 우리에게 묻는다. 지금 나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충분히 사랑을 표현하며 살고 있는가. 혹시 나중이라는 말 뒤에 소중한 마음을 미뤄두고 있지는 않은가.


사랑은 뜨거운 심장으로 시작되지만, 오래 지속되는 관계를 위해서는 머리도 필요하다. 상대를 이해하려는 지성과 관계를 돌아보는 깊은 사유가 있어야 한다. 저자는 사랑을 단순한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배우고 노력해야 하는 삶의 태도로 바라본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사랑을 ‘거리’와 ‘온도’의 문제로 바라보는 시선이다. 가까운 사이라고 해서 언제나 마음까지 가까운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 우리는 익숙함을 이유로 소홀해지기 쉽다. 사랑한다는 이유로 상대의 영역을 침범하거나, 반대로 너무 익숙하다는 이유로 상대의 마음을 당연하게 여길 수도 있다.


그래서 건강한 관계에는 적절한 경계가 필요하다. 상대를 나와 동일한 사람으로 만들려 하기보다 서로 다른 존재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 말하기보다 먼저 듣는 것, 상대가 원하는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책에서 소개하는 게리 채프먼의 ‘사랑의 다섯 가지 언어’ 역시 이러한 관계의 차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하지만 이 책이 특별하게 다가온 이유는 책의 내용 자체만이 아니었다. 책을 읽으며 나는 손녀의 사진을 한참 바라보게 되었다. 사진 속 어린 손녀를 보면서 앞으로 아이가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함께 여행도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살아갈 미래를 상상했다. 언젠가는 손녀가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하고, 나 역시 살아오면서 얻은 경험을 들려줄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문득 그런 미래가 반드시 주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생각보다 짧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어왔다. 그러자 지금 눈앞에 있는 손녀의 모습이 이전과는 다르게 느껴졌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오늘 함께하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된 것이다.


이 장면은 저자의 이야기가 아니다. 책을 읽는 과정에서 책의 메시지가 나의 삶과 만나 만들어낸 나 자신의 경험이다. 좋은 책은 저자의 이야기를 독자에게 전달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독자의 기억을 불러내고, 자신의 관계를 돌아보게 하며,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겼던 사람과 시간을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내게 ‘사랑에 관한 책’이라기보다 내가 사랑하고 있는 사람들을 다시 바라보게 만든 책이었다.


물론 책에서 다루는 관계와 사랑의 방법 가운데는 이미 여러 자기계발서나 관계 관련 서적에서 접했던 익숙한 내용도 있다. 특별히 새로운 이론이나 획기적인 해법을 제시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사랑과 관계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새로운 지식보다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실제 삶에서 실천하는 일이 아닐까.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맙다는 말을 얼마나 자주 하는가. 미안하다는 말을 아끼고 있지는 않은가. 함께할 수 있는 오늘을 당연하게 생각하면서 정작 소중한 사람에게 마음을 표현하는 일은 뒤로 미루고 있지는 않은가.


결국 사랑은 거창한 사건으로 증명되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작은 선택에서 드러난다. 한마디 더 들어주고, 한 번 더 바라보고, 고맙다는 말을 건네고, 함께할 수 있을 때 함께하는 것. 사랑은 그렇게 평범한 하루 속에서 완성된다.


‘지금 후회 없이 사랑하고 있는가.’


이 질문은 책을 덮은 뒤에도 오래 남는다. 그리고 어쩌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오늘의 행동으로 결정될 것이다.


사랑할 시간이 아직 남아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시간은 조용히 흘러간다. 그렇다면 사랑해야 할 가장 좋은 때는 언젠가가 아니라 지금이다. 후회 없는 사랑은 완벽하게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할 수 있는 오늘을 놓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김태현의 『지금 후회 없이 사랑하고 있는가』는 바로 그 단순하지만 쉽게 잊고 사는 진실을 다시 일깨워주는 책이다. 책을 읽고 나서 가족의 얼굴을 한 번 더 바라보게 된다면, 그리고 마음속에만 담아두었던 “사랑한다”, “고맙다”라는 말을 오늘 건넬 수 있다면, 이 책은 이미 충분히 제 역할을 다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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