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걷기 - 몸과 마음을 살리는 걷기는 따로 있다
애너벨 스트리츠 지음, 김주희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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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았으며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한 리뷰 입니다.


운동과 건강을 주제로 한 책은 많지만, 이처럼 심리적, 신체적 치유를 동시에 다룬 책은 그리 많지 않다. 애나벨 스트리츠의 <치유의 걷기>는 단순히 걷기의 신체적 이점만을 논하지 않는다. 이 책은 걷기를 통해 마음과 몸이 어떻게 회복되고, 균형을 이룰 수 있는지를 깊이 탐구한다. 애나벨 스트리츠는 걷기의 과학적 근거와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며, 독자들에게 걷기를 치유의 도구로 삼을 것을 권장한다.


책의 주요 내용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걷기가 신체와 마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과학적 분석이다. 스트리츠는 걷기가 스트레스 감소, 우울증 완화, 심장 건강 증진, 면역력 강화 등 여러 면에서 유익함을 뒷받침하는 연구들을 제시한다. 둘째, 걷기와 관련된 다양한 접근법을 소개한다. 운동량을 늘리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걷기만으로도 충분히 효과적인 운동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하며, 동시에 걷기 자체가 심리적인 회복과 정서적인 안정을 가져다준다고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걷기의 환경적 요소가 중요함을 강조하며, 자연 속에서 걷는 것이 건강에 더욱 큰 이점을 가져다 준다고 말한다.


책을 읽고 나면, 걷기를 단순한 운동 이상의 행위로 재인식하게 된다. 걷기는 우리 몸을 움직여 건강을 증진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마음의 부담을 덜어주고 스트레스와 불안을 해소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저자는 걷기를 통해 우리가 내면의 평화를 찾고,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개인적으로, 오랜 기간 지속해 온 달리기를 통해 건강을 회복한 경험이 떠올랐다. 5년 넘게 매일 아침 6킬로미터 이상을 달려왔는데, 그 과정에서 고질적인 허리 통증과 만성 두통을 거의 잊을 정도로 회복되었다. 달리기를 시작했을 때는 그저 체력을 기르고 싶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신체적 변화뿐만 아니라 정신적 안정을 느끼게 되었다. 달리기를 하는 동안, 나는 논둑길을 따라 펼쳐진 평야의 자연 풍경을 즐기며, 여름에는 일출을, 겨울에는 하얀 달을 보는 특별한 경험을 계속 해왔다. 이처럼 걷기나 달리기와 같은 유산소 운동이 신체적 치유뿐만 아니라 정신적 힐링에도 큰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치유의 걷기>는 나에게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킨 책이다.


책에서 제시하는 걷기의 치료적 효과는 단순히 이론적인 것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지침을 제공한다. 저자 애나벨 스트리츠는 걷기의 심리적, 신체적 장점을 잘 설명하며, 걷기를 통해 건강을 회복하고, 일상에서 치유를 경험할 수 있는 방법을 독자에게 전달한다. 특히, 자연 속에서 걷기를 권장하는 부분은 현대인들이 자연과 가까워지며 심리적 치유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달리기라는 더 높은 강도의 운동이 주는 효과를 경험했지만, 걷기 역시 그 자체로 무척 강력한 치유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이 책은 잘 설명한다. 걷기라는 단순한 행위가 심리적 안정과 신체적 회복을 동시에 이루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실천할 가치가 충분한 내용이라 생각된다.


걷기는 특히 바쁜 일상 속에서 손쉽게 시작할 수 있는 운동이며, 부담 없이 실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누구에게나 추천할 수 있다. 자연 속에서 걷거나, 평범한 길을 걸으면서도 충분히 많은 치유적 효과를 경험할 수 있다. 이 책은 단순히 걷기에 대한 기술적인 부분을 다룬 것이 아니라, 걷기라는 행위를 통해 삶의 질을 어떻게 향상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 실질적이고도 감동적인 메시지를 전해준다.


"일상이 감당할 수 없을만큼 바쁘고 과중한 책임과 결정으로 지쳐 있을 때는 사막이나 평야처럼 단순한 공간을, 모든 것이 혼란의 홍수 속에서 우르르 무너져 내릴 때는 산이 베푸는 탁 트인 시야가, 자신감을 잃었을 때는 강이 지닌 굳건함을, 슬픔에 휩쓸려 중심을 잃었을 때는 숲과 나무가 건네는 다정한 포옹이, 자기 연민에 깊이 빠졌을 때는 묘비가 상기 시키는 감사의 마음이, 지루하거나 불안할 때는 도시의 넘치는 활기가 필요했다." 이처럼 걷는 장소에 따라 감정의 정화 방향이 달라지고 이러한 섬세한 변화를 이 책에 표현 하고자 하였다.


운동을 시작하고자 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치유와 회복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 이 책을 통해 걷기가 단순한 운동 이상의 가치가 있음을 깨닫게 되며, 우리의 삶에서 걷기를 더 의미 있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치유의걷기 #애나벨스트리츠 #걷기 #자연 #심리적치유 #신체적회복 #운동 #건강 #웰빙 #자기계발 #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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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몸체와 그 사용법 - 신지학 입문서 제1권
애니 베전트 지음, 남우현 옮김 / 지식나무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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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읽고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한 리뷰 입니다>


바쁜 현대 사회를 살아가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도대체 나는 누구인가? 거울 속에 비친 이 육체가 정말 나의 전부인가?"


오늘 소개할 책은 이러한 근원적인 물음에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는 애니 베전트(Annie Besant)의 고전, <영혼 몸체와 그 사용법(Man and His Bodies)>이다. 이 책은 단순한 신비주의 서적을 넘어, 우리가 평생 입고 살아야 할 '옷'인 육체와 마음을 어떻게 관리하고 사용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실용적인 '인생 사용 설명서'와도 같다.


책의 핵심 내용: 인간은 육체 그 이상의 존재다

애니 베전트는 인간을 '영적인 존재(Man)'가 물질세계에 머물기 위해 여러 겹의 '몸(Bodies)'을 입고 있는 상태로 정의한다. 책에서 설명하는 주요 개념은 크게 세 가지 몸체로 나뉜다.

  1. 물질계 : 우리가 눈으로 보고 만질 수 있는 가장 둔탁한 몸이다. 저자는 육체가 영혼의 감옥이 아니라, 영혼이 세상과 소통하기 위한 소중한 도구임을 강조한다. 따라서 맑고 깨끗한 음식과 규칙적인 습관으로 육체를 '길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2. 심령계 : 감정과 욕망을 담당하는 몸이다. 우리가 느끼는 기쁨, 슬픔, 분노는 '나' 자신이 아니라 이 아스트랄체의 진동일 뿐이다. 저자는 이 감정의 파도에 휩쓸리지 말고, 욕망을 정화하여 더 높은 차원의 감각을 깨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3. 정신계 : 생각과 지성을 담당하는 몸이다. 생각 또한 물질적인 힘을 가지고 있어, 우리가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멘탈체가 형성되고 이것이 곧 외부 세계를 창조한다고 설명한다.

결국 이 책의 핵심 메시지는 "나는 나의 육체도, 감정도, 생각도 아니다. 나는 그것들을 지켜보고 사용하는 주체(The Self)이다"라는 깨달음이다.


이 책을 덮으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깊은 '안도감'과 '해방감'이었다. 살다 보면 통제할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나 부정적인 생각 때문에 괴로울 때가 많다. 그때마다 우리는 자책하며 "나는 왜 이럴까?"라고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애니 베전트는 따뜻하면서도 단호한 목소리로 말해준다. 그 요동치는 감정과 생각은 당신 자체가 아니라고 말이다. 마치 운전자가 자동차의 소음을 자신의 목소리로 착각하지 않듯, 우리 또한 몸과 마음이라는 도구가 내는 소리를 '나'와 동일시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 관점의 전환은 삶을 대하는 태도를 완전히 바꿔놓는다.


삶의 주도권을 되찾다

이 책은 우리에게 삶의 주도권을 쥐여준다. 육체가 피곤하다고 해서, 감정이 우울하다고 해서 무기력하게 끌려다닐 필요가 없다. "이건 내 아스트랄체가 반응하는구나, 내가 진정시켜야겠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우리는 노예가 아닌 주인이 된다.


긍정적인 자기 변화의 확신

저자는 우리의 몸들이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라, 노력에 따라 끊임없이 진화하고 정화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좋은 음식을 먹으면 육체가 건강해지듯, 좋은 생각을 하고 고귀한 감정을 품으면 우리의 영혼 몸체들도 빛나게 바뀐다. 이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성장의 기회다.


영적 성장을 위한 구체적 가이드

추상적인 철학에 그치지 않고 식습관, 명상, 생각 훈련 등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한다는 점이 이 책의 큰 매력이다. 100년도 더 된 책이지만 그 통찰은 현대 심리학이나 뇌과학의 자기 조절 이론과도 맞닿아 있어 놀라움을 준다.


<영혼 몸체와 그 사용법>은 복잡한 세상 속에서 길을 잃은 현대인들에게 진정한 자아를 찾는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 내 몸과 마음을 더 잘 이해하고, 더 나은 나로 성장하고 싶은 모든 분께 일독을 권한다.


이 책을 통해 당신이 단순한 육체의 거주자가 아닌, 위대한 영혼의 여행자임을 깨닫는 기쁨을 누리길 바란다.


#애니베전트 #영혼몸체와그사용법 #지식나무 #신지학 #영적성장 #마음공부 #명상 #자아성찰 #책추천 #서평 #인문학 #영성 #멘탈관리 #독서기록 #베스트셀러 #고전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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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와 사상체질 성격 - 유형별 개념과 특징
백유상 지음 / 우공출판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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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한 리뷰 입니다>


백유상의 <MBTI와 사상체질성격>은 현대 심리유형론의 대표 모델인 MBTI와 동양 전통의 체질학인 사상체질을 하나의 지도로 겹쳐 읽도록 제안하는 독창적인 저작이다. 이 책은 두 체계의 단순한 병치를 넘어 **“사람이 왜 이렇게 다르게 행동하는가”**라는 오래된 질문을 동서양 관점에서 동시에 해석한다는 점에서 개성 있는 지적 만족을 준다.


저자는 MBTI를 통해 개인의 인지 기능과 선호 경향을 설명하면서도, 그 선호가 환경적·신체적 기반과 어떤 상호작용을 하는지를 사상체질을 통해 재구성한다. 다시 말해, MBTI가 ‘마음의 구조’를, 사상체질이 ‘몸의 기질’을 말한다면, 이 책은 두 층위를 통합해 심리-신체 일관성이라는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MBTI 유형을 사상체질의 네 체질(태양·태음·소양·소음)로 일대일 대응시키지 않고, 각 체질에서 주로 나타나는 정서적 패턴과 행동 경향을 MBTI 기능 스택으로 풀어낸 구성력이다. 예를 들어 소양인은 ‘외향 직관 + 감성적 추진력’의 성향으로 재해석하고, 소음인은 ‘내향 감각 + 신중한 판단’을 기반으로 한 안정 추구적 성향으로 설명한다. 이는 기존 사상체질 연구에서 보기 힘든 현대적 해설로, 독자로 하여금 체질을 단순 신체 특성과 연결하는 오류에서 벗어나도록 한다.


책의 장점은 단순한 유형 비교에서 그치지 않고, 각 유형·체질의 강점을 인정하고 삶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제안하는 실용성에 있다. 저자는 “어떤 성격이 더 우월한가”라는 질문에 단호히 선을 긋고, 각 체질적 기반과 심리 유형이 환경과 맥락에 따라 최적성(Optimality)을 달리한다는 관점을 취한다. 이는 자기수용적이고 균형 잡힌 성격 이해를 돕는 대목이다.


더불어 책은 사례 서술이 풍부해, 이론을 처음 접하는 독자라도 이해하기 쉽다. 인물 유형 비교, 일상 속 갈등 사례, 의사소통 스타일 분석 등을 통해 MBTI–사상체질 조합에 따른 관계 패턴의 미묘한 차이를 자연스럽게 체감할 수 있다. 특히 직장 내 협업, 연인 관계, 가족 내 갈등 같은 실제 상황을 체질+MBTI의 복합 관점으로 풀어낸 점은 다독가로서도 높은 가치를 느낀 부분이다.


결국 이 책은 성격을 바라보는 두 개의 세계—동양의 기질학과 서양의 인지 심리학—을 ‘대립’이 아니라 ‘보완’의 길로 안내하는 작업이다. 독자는 자신을 단일한 유형으로 고정시키는 대신, 체질적 기반 + 심리적 선호라는 다층적 정체성 구조를 이해하며 더 넓은 자존감과 타인 이해 능력을 얻게 된다.


요약하자면, <MBTI와 사상체질성격>은 성격 심리학을 좋아하는 독자뿐 아니라, 자기 탐색을 깊이 있게 이어가고 싶은 이들에게 의미 있는 지적 여정을 제공하는 책이다.


“성격은 하나의 렌즈가 아니라, 여러 층위가 겹쳐진 투명한 지층이다.”

“체질은 몸의 습관이고, MBTI는 마음의 습관이다.”

“성격의 이해는 나를 규정하는 일이 아니라 나를 확장하는 일이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전통 지식과 현대 심리학을 결코 억지로 합치지 않는 절제에 있다. 대조적일 수 있는 두 체계의 공통분모를 섬세하게 찾아내고, 독자가 실제 삶에서 적용할 수 있을 만큼 명료하게 재구성했다. 또한 저자의 문장력과 설명 방식이 친절하여 전문 용어에 부담이 있는 독자도 편안하게 따라갈 수 있다. 무엇보다도 ‘나와 타인의 차이에 대한 관용’을 자연스럽게 확장하는 책이라는 점에서, 성격 책이 자주 빠지는 단선적·규정적 함정을 훌륭하게 피한다.

성격 이해를 보다 입체적으로 바라보고 싶은 모든 독자에게 기꺼이 추천한다.


#MBTI와사상체질성격 #MBTI #사상체질 #백유상 #우공출판사 #심리학 #기질 #성격이해 #독서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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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버린 도시, 서울
방서현 지음 / 문이당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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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한 리뷰 입니다>


방서현의 <내가 버린 도시, 서울>은 도시 서울의 가장 밑바닥에서부터 정상까지 겹겹이 쌓인 계급의 단면을 잔혹할 만큼 생생하게 드러낸다.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판잣집촌, 이른바 ‘똥수저 동네’라 불리는 공간의 한겨울 풍경을 이토록 실감나게 재현해냈다는 사실이다. 살을 에는 바람과 벽 틈으로 스며드는 한기가 피부 아래까지 밀려드는 장면은 독자로 하여금 “세상에!”를 연신 내뱉게 한다.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환경만큼이나 거칠고, 계급이 만들어낸 생존의 방식이 성격을 뒤틀어 놓는다.


주인공 ‘나’를 둘러싼 첫 번째 인물은 똥수저 동네의 ‘일수’이다. 그는 욕설과 주먹을 일상어처럼 쓰는 아이로, 생존 경쟁 속에서 인간다움의 여유 따위는 허락되지 않은 삶을 살아간다. 그의 부모 또한 동네 전체를 뒤덮은 무법의 공기를 고스란히 반영하는 존재들이다. 어린아이는 존중받지 못하고 노인은 존경받지 못하는 이 세계는 질서가 아닌 ‘힘’만이 지배하는 영역이다. 일수는 단순한 악역이 아니라, 극한의 빈곤이 어떤 인성을 만들어내는지 보여주는 리얼한 산 증거다.


다음 계급은 흙수저로 반지하 단칸방의 위층에 사는 '현수'다. 아주 작은 미끼-빵-으로 '나'를 청소부로 이용한다. 이곳 사람들은 판잣집을 비웃지만, 실상은 조금 더 튼튼한 벽과 조금 덜 새는 천장 정도의 차이밖에 없다. 송이 엄마를 향한 송이 아빠의 가정폭력은 이곳의 치안이나 생활고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장면이다. 이 계층은 스스로의 불안과 결핍을 감추기 위해 자신보다 더 아래를 찾는다. 그리고 그들의 야만적 언행은 똑같은 계급 내에서도 거리낌 없이 횡행한다.


‘나’는 초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계급의 세계를 본격적으로 마주한다. 교실은 거대한 축소판 사회다. 은수저 아이 ‘윤우'는 태어날 때부터 누려온 안정된 환경과 당연하게 주어진 교육·자원·여유를 바탕으로 자연스러운 리더의 자리를 차지한다. 그는 사악하지도, 특별히 선하지도 않다. 다만 금수저로 태어난 덕분에 이미 경기의 전반부가 시작되기 이전부터 앞줄에 서 있을 뿐이다. '윤우'의 존재는 ‘나’에게 돌이킬 수 없는 계급의 벽을 실감하게 만드는 결정적 인물이다.


금수저의 백미는 '도아'에게서 볼 수 있다. 가족 모두가 내로라 하는 명예와 권력, 부귀를 거머쥔 이 시대의 최고위 계층이다. 그러다 보니 '도아' 는 잘 짜여진 커리큘럼을 따라 새로운 세상의 리더로 착실하게 정상궤도를 밟고 있다. 정계든 재계든 실력과 인품을 갖춘 맞춤형 인간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약간 방향은 다르지만 부귀만으로 금수저계급을 꿰찬 '단비'의 유형도 보여준다. 막대한 부를 바탕으로 세상의 약한 존재들을 핍박하고 억압하는 무리들이다. 그들은 돈으로 무엇이든 가질 수 있다고 믿는다. 인품은 이미 바닥에 던져 버린지 오래다.


주인공 ‘나’는 오직 공부만이 이 불평등을 넘어설 수 있다고 굳게 믿는다. 필사적으로 책에 매달린 끝에 전교 1위라는 성취를 거머쥐지만, 그것은 계급 구도를 흔들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작은 승리일 뿐이다. 금수저와 다이아수저가 이미 보유한 인맥, 자산, 문화적 자본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견고해지고, 그들은 아래 계급을 위해 사다리를 놓을 의지를 갖고 있지 않다. 소설은 결국 ‘노력’이라는 단어가 계급 앞에서 얼마나 무력해지는지를 냉정하게 드러낸다.


<내가 버린 도시, 서울>은 계급을 은근하게 묘사하지 않는다. 오히려 도시 곳곳에 숨겨진 잔혹한 계급의 지형도를 대낮처럼 선명하게 펼쳐 보인다. 하층민의 절망, 중하층의 위선, 상류층의 단단한 울타리가 서로 맞물려 만들어내는 이 시스템은 단순한 소설을 넘어 오늘날 한국 사회의 축소판으로 읽힌다. 무엇보다 주인공 ‘나’가 끝내 체감하는 허무함은 우리 시대 청년들이 마주하는 구조적 벽과 정확히 맞물린다. 방서현은 이 소설을 통해 ‘도시’와 ‘계급’ 사이에 놓인 인간의 존엄이 어떻게 소모되고 부서지는지를 뼈아프게 보여준다.


#내가버린도시서울 #방서현 #한국문학 #계급사회 #도시빈곤 #사회비평소설 #책추천 #소설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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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처럼 인생을 살아라 세계철학전집 6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 지음, 이근오 엮음 / 모티브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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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한 리뷰 입니다>


이근오 엮음의 <개처럼 인생을 살아라>는 고대 그리스 견유학파의 대표 철학자 디오게네스를 오늘의 언어로 다시 불러낸 책이다. 원전 특유의 난해함을 걷어내고, 마치 짧은 소설을 읽듯 술술 넘어가는 문장 속에 디오게네스 사상의 핵심을 명료하게 담아낸 해석이 돋보인다. 철학 입문자나 일상의 성찰을 찾는 독자들에게 특히 권하고 싶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1. “가장 단순한 삶이 가장 자유로운 삶이다” — 비워내는 삶의 힘

이 책이 던지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는 단 하나다. 행복은 더 많이 가지는 데서 오지 않고, 더 많이 비워낼 때 비로소 시작된다.

디오게네스는 사회적 지위, 물질적 소유, 타인의 시선 같은 ‘불필요한 짐’을 단호히 내려놓음으로써 자유를 실천한 사람이다. 그가 말한 단순함은 가난이나 고행이 아니라 나를 비좁게 만드는 욕망을 걸러내는 능력이다.

지금 시대야말로 이 메시지가 더 절실하게 다가온다. 더 많은 정보, 더 많은 옵션, 더 많은 비교에 짓눌린 현대인에게 ‘비움의 자유’는 오히려 가장 어려운 실천이기 때문이다.


2. 사회적 규범이 만든 ‘인위적 부끄러움’에 대하여

견유학파의 핵심은 **“자연에 따라, 단순하고 자유롭게 살라”**는 명제다. 디오게네스는 우리를 옭아매는 부끄러움의 상당수가 사실은 사회가 만들어낸 허상임을 지적한다.

이 책은 규범을 무작정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규범이 진정으로 의미 있는지 분별하는 태도를 강조한다.

익숙함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관습을 의심하며, 타인의 시선보다 자신의 진실에 귀 기울이는 삶—이 책은 그 용기를 독자에게 조용히 권유한다.


3. ‘개처럼 살아라’의 참뜻 — 무례함이 아닌 정직함

이 책의 제목이 오해를 부를 수도 있지만, 디오게네스가 말한 ‘개처럼 산다’는 것은 극단적 무례함의 옹호가 아니다.

그는 ‘개’라는 존재가 가진 솔직함, 비위선성, 본능적 정직성을 삶의 기준으로 삼았다.

선한 이에게 꼬리를 흔들고, 악한 이에게는 이를 드러내며, 거짓에는 단호하게 짖어대는 그 단순명료한 가치판단을 위선의 시대와 대비되는 하나의 철학적 자세로 보여준다.

권력자에게는 냉소적이되, 약자에게는 따뜻했던 디오게네스의 태도는 오늘날의 윤리 문제—정직, 정의, 공정함—을 돌아보게 하는 힘을 가진다.


4. 미래를 좇기보다 ‘지금’을 보는 감각

책은 또한 미래에 대한 불안이 우리를 얼마나 흔들어 놓는지를 지적한다.

반대로 현재를 바라보면 이미 내 삶에 존재하는 평범하지만 귀한 것들—건강, 사랑하는 사람들, 하루의 안정—을 재발견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욕망과 공포가 만들어낸 ‘허상의 미래’에서 벗어나 삶의 중심을 현재에 두는 존재론적 태도에 가깝다.


<개처럼 인생을 살아라>는 디오게네스라는 고대 철학자를 빌려, "어떻게 더 자유롭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현대적 인문서다.

간결한 문장, 이야기처럼 읽히는 구성, 그리고 원전의 정신을 현대적으로 번역한 이근오 역자의 해석이 결합되어 철학이 낯선 독자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타인의 시선을 이유로 스스로를 억누르는 시대,

생산성과 효율이 인간의 가치를 대신하는 시대에

이 책이 제안하는 ‘개처럼 단순하고 정직한 삶’은 오히려 더 혁신적이고 더 용기 있는 선택처럼 느껴진다.

철학을 통해 삶의 방향을 한 번쯤 다시 점검해보고 싶은 이들에게,

그리고 ‘나답게 살아간다’는 말의 실질적 의미를 찾고 싶은 이들에게

충분히 가치 있는 읽을거리다.


#개처럼인생을살아라 #디오게네스 #이근오 #모티브 #견유학파 #그리스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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