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번을 두드려야 강철이 된다
우유철 지음 / 세이코리아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 입니다>


우유철 저자의 회고록 <만 번을 두드려야 강철이 된다>는 현대제철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킨 국제적 경영인의 경험을 담고 있다. 이 책은 위대한 업적을 이루는 자에게 필요한 자질과 조건을 자신의 경험과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생생하게 제시한다. 저자는 과감한 용기, 불굴의 전진, 끈기, 목표를 향한 몰입, 다양한 호기심과 창의적 사고, 신기술에 대한 유연한 수용력, 그리고 사람을 향한 진심 등 조직의 성공을 이끌어내기 위한 필요 능력을 소개한다.


저자의 커리어 대부분은 신규 사업 수행에서 비롯되었다. 프로젝트 초기 특유의 활기와 도전에서 큰 동기 부여를 얻었으며, 다양한 신규 사업을 통해 개인의 한계를 넘어서는 경험을 하고 사업 추진의 기반을 확장할 수 있었다. 특히 임기 중 최대 성과로 꼽히는 당진제철소 프로젝트의 성공은 저자가 가진 투철한 책임 의식과 정몽구 회장의 뛰어난 용병술이 시너지를 이루어낸 결과였다. 한보철강 인수부터 일관제철소 건설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혼신의 힘을 다하며 '몰입의 경지'를 경험했던 순간들은 저자 인생 최고의 순간으로 기록된다.


저자는 불과 2주 만에 로켓 사업 기술연구소장에서 제철 사업 총괄로 급변하는 드라마틱한 변화를 겪기도 했다. 정몽구 회장의 용인술은 '일관제철소 건설'이라는 초대형 프로젝트를 성공시킬 저력과 불굴의 끈기를 가진 인물을 기용하는 데 있었으며, 어떠한 새로운 업무라도 기필코 해낼 것이라는 믿음이 가는 인물로 저자 우유철을 선택했다. 저자는 완전히 새로운 프로젝트나 낯선 환경에서 일하는 경험이 풍부했으며, 현대 계열사를 두루 거치며 신규 사업을 위해 인재를 영입하고 팀을 꾸려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끈질긴 노력과 친화력으로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낸 경험이 많았다.


한보철강 당진 공장 인수를 시작으로 국제 최대의 자동차용 고급 강판 전문 일관제철소로 거듭나는 여정이 시작되었다. 마침내 "쇳물에서 자동차까지"라는 수직 계열화를 달성하며 제철 사업이 완성되기까지, 저자는 현대제철연구소장, 제철 공장 설비 및 원료 구매 총괄, 제철 사업 총괄 사장, 대표이사 사장으로 권한과 책임을 확대하며 제철소 건설부터 운영까지 전 과정을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박사 학위 취득 후 현대정공에서 시작된 제2의 직장 생활에서도 컨테이너 생산 자동화, 국책 사업 기획, K-1 전차 업그레이드, 갤로퍼 개발, 냉동 컨테이너용 냉동기 개발, 로켓 개발, 현대제철 프로젝트 등 전혀 관련성이 없는 분야들을 연속적으로 경험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목표 설정, 구성원 통제, 공정 일정 및 리스크 관리 등 프로젝트 관리의 원칙을 공고히 다지는 계기를 마련했다.


저자는 비즈니스 관계에서도 신뢰와 우정이 매우 중요하며, 상대방을 일로서뿐만 아니라 존재 자체에 진심으로 다가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이를 '비즈니스 프렌드십'이라 부른다. 불가능해 보였던 일관제철소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요인은 현대 특유의 도전 정신이다. 창업주 정주영 회장 때부터 각인된 불굴의 기상이 정몽구 회장의 추진력과 뚝심, 리더십을 만나 위대한 도전과 성공으로 이어진 것이다.


저자는 운명은 늘 우리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우리는 그 질문에 치열하게 답을 찾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우연조차 필연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 인생을 개척하는 사람들의 모습이며, 일은 세상에서 자신이 태어난 의미를 만들어가는 중요한 도구라고 역설한다. 일하는 과정에서 타인과 관계 맺는 법과 자신의 위치를 알게 되며, 일함으로써 자신이 세상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과 그 무게감을 확인하게 된다.


미션형 직장인으로서 자신감을 가지고 일류인 상대방보다 더 잘 해내겠다는 마음으로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하는 '프로페셔널'의 자세를 강조한다. 비즈니스 오리엔티드 마인드, 몰입, 헌신의 자세로 기업이 요구하는 재능과 역량을 쏟아붓는 마음이 저자를 성공하는 직장인으로 만들었다. 중역으로서 자리나 월급에 앞서 회사 경영과 사업에 주인의식을 가지고 책임을 지는 자세가 필요하며, 회사의 이익, 국가의 이익, 그리고 오너, 주주, 임직원, 고객, 협력업체, 관련 기관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이익에 반하지 않는 최선의 경영을 해야 한다는 확신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한 엔지니어가 최고 경영자로 성장하며 겪은 도전과 성취, 그리고 그 과정에서 깨달은 리더십과 삶의 지혜를 진솔하게 담아내고 있다. 조직 경영과 리더십의 본질을 고민하는 분들, 그리고 자신의 분야에서 '강철'처럼 단단한 성과를 만들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깊은 영감과 실질적인 통찰을 제공하는 필독서라 할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리사이클러 이기원 디스토피아 트릴로지
이기원 지음 / 마인드마크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았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 입니다>

이기원 작가의 장편소설 <리사이클러>는 2025년 봄에 출간된 작품으로, 한국형 디스토피아의 새로운 초석을 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소설은 서기 2120년, 전 세계 모든 국가가 몰락하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서울, '뉴소울시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쓸모없어진 하층민의 육체를 재활용하여 만든 '리사이클러'라는 존재가 등장한다. 리사이클러는 '재활용인간'이란 뜻으로 인간의 몸을 가지고 있지만 뇌속 칩에 프로그래밍 된 매뉴얼대로만 움직이는 생체로봇을 말한다. 하층민들은 젊고 건강한 몸으로 인생을 다시 살 수 있다는 매혹적인 제안 뒤에 숨겨진 잔혹한 현실을 파헤치며, 인간의 존엄성과 경제적 효용성 간의 갈등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우리 시대의 양극화라는 불공정의 극대화된 모습을 1구역과 2구역이라는 물리적 경계로 구분해서 엄연한 차이를 받아들여야만 생태계가 유지된다는 필연적 불평등을 적나라하게 보여 줌으로써 디스토피아가 아닌 유토피아의 세상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할것인지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소설의 주인공 동운은 1구역 주민들의 평온한 삶을 보장하기 위해 잡다한 하층민들의 삶의 사고들을 처리하는 에르트에 근무하는 2구역 사람이다. 그는 자기와 같은 하층민의 존재가 단순히 경제적 가치에 기반하고 있다는 사실을 점차 깨닫게 된다. 특히 췌장암 말기라는 선언은 이제 2구역에서마저 더이상의 소용가치가 사라지고 폐수의 강에 버려질 운명이라는 절망감에 빠지게 한다. 리사이클러 정비공으로부터 들은 불로초라는 1구역의 신약에 대한 허무맹랑한 소문을 맹신하고 1구역의 고급맨션에서 불로초로 여겨지는 아타셰케이스를 탈취하기 위해 먼저 그곳에 들었다가 갑자기 타오른 불에그을린 강도와 처절한 싸움을 벌인다. 이기원 작가는 이러한 설정을 통해 현대 사회의 물질만능주의와 인간 소외 문제를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다. 물질만능과 인간성 소멸은 결과적으로 투쟁과 이기심, 나는 살아야 하고 그러러면 다른 사람은 죽어도 괜찮다는 사고가 판을 치는 지옥같은 디스토피아의 모습이었다. 그 아타셰케이스는 실제로는 불에그을린 강도나 말기암인 동운에 전혀 불필요한 1구역 다른사람의 줄기세포였을 뿐이었음에도 영생이라는 허영을 좇다 마침내 리사이클러의 운명에 빠지게 되는데도 죽기 직전까지도 리사이클러로 환생한 강도와 죽을 힘을 다해 싸운다.


2구역은 1구역에서 볼 때 필요악이었으며 1구역의 안락과 평온을 위해 소모품처럼 이용될 수 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가지며 그들은 비록 사회의 하층민으로서 착취당하고 있지만, 그 속에서도 인간으로서의 감정과 욕망을 가지고 있음을 드러낸다. 결국이러한 감정과 욕망이 저항이라는 모습으로 1구역에 체제전복을 기도하기도 하지만 그 모든 출발점은 단지 무위도식하고 호의호식하려는 우매한 욕망이었을 뿐이며 결코 성공하지 못하게 된다. 오늘날의 양극화의 골이 좁혀지지 않고 시간이 흐를수록 간격이 더 벌어지며 필연으로 나타나는 것을 암담하게 그린 모습이라 할 것이다.이러한 모습은 우리에게 인간의 본질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도록 만든다. 과연 우리는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가? 그리고 그 가치관이 우리를 어떻게 정의하는가?


<리사이클러>는 단순히 미래의 디스토피아를 그린 것이 아니라,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날카롭게 비추는 거울과도 같다. 이 작품을 통해 우리는 물질적 가치에만 치중하는 사회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어떻게 지켜나갈 수 있을지 고민해보아야 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두의 행복 - 버지니아 울프와 함께 정원을 걷다 열다
버지니아 울프 지음, 모명숙 옮김 / 열림원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버지니아 울프의 수필집 <모두의 행복 버지니아 울프와 함께 정원을 걷다>는 정원이라는 공간을 통해 작가의 깊은 내면과 철학적 사유를 탐구하는 흥미로운 여정을 만난다. 영국여류작가인 버지니아 울프가 100년전에 섬세한 관찰과 직감을 통해 집필한 이 책에서 정원은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는 물리적 장소를 넘어선다. 작가의 오랜 거처였던 몽크스 하우스의 정원처럼, 이곳은 삶과 밀접하게 연결된 휴식처이자 영감의 원천이며, 내면을 들여다보고 사색을 펼치는 성찰의 공간이 된다.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본질에 집중하게 하는 힘을 가진 상징적인 장소인 셈이다.

이 수필집을 읽다 보면, 작가는 자주 어린 시절 정원에 대한 기억과 현재 정원에서 느끼는 감각들을 교차시키며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러한 시제 변화는 독자에게 때때로 혼란을 줄 수도 있지만, 이는 버지니아 울프 특유의 글쓰기 방식이자 중요한 문학적 장치로 이해해야 한다. 우리의 의식은 시간의 순서대로만 흐르지 않고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인상이 뒤섞여 나타나는데, 이러한 비선형적인 전개는 인간 내면세계의 복잡하고 다층적인 특성을 생생하게 표현하게 된다. 정원에 대한 현재의 느낌이 어린 시절 기억을 불러오고, 그 기억이 다시 현재의 인식을 형성하는 과정을 통해 단일한 자아가 아닌 과거와 현재가 직조된 자아의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이러한 시제 교차는 시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제시한다. 시간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주관적인 경험과 기억에 따라 유연하게 늘어나거나 줄어들 수 있다는 모더니즘적 사유를 반영한다. 이는 과거의 기억, 특히 어린 시절 경험이 현재의 인물에게 얼마나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는지를 강조하며, 기억이 현재를 이해하는 열쇠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감정 역시 과거와 현재가 겹쳐지며 깊이와 복잡성을 더하게 되는데, 이는 독자가 작가의 복합적인 내면 풍경을 함께 느끼도록 해준다.

1919년 37세부터 직접 가꾸고 생활의 일부로 끔찍이 사랑한 뭉크스하우스는 경매물건을 울프가 낙찰받은 저택으로 라운드하우스와 3000제곱미터의 토지를 가지고 있었다. 계절마다 모습을 변화하여 등장한다. 정원에 꽃과 나무뿐 아니라 각종 채소도 가꾸고 과일도 가꾸었다. 육체적으로 고된 노동을 해야 했지만 을프는 이곳에서의 일상이 그 어느것보다 행복했다고 일기에 기록하였다.정원은 아름다운 경관은 물론 풍요로운 수확을 안겨 주었으며 울프의 작품을 완성해가는 데 '존재'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주었다. 울프는 비내리는 날 정원의 꽃들을 바라보거나 산책을 하면서 사유와 글을 쓰는 것을 최고의 행복으로 여겼다.

이 책의 핵심 주제 중 하나는 '존재'와 '비존재'에 대한 탐구다. 버지니아 울프에게 '존재'는 생물학적인 삶을 넘어, 삶의 순간순간을 깊이 느끼고 경험하는 상태, 즉 '존재의 순간(Moments of Being)'을 의미한다. 이는 외부 세계와 내면이 일치하며 강렬한 감각이나 명확한 인식을 느끼는 때로, 정원에서의 경험처럼 자연과의 교감 속에서 찾아오는 찰나의 깨달음이나 자신과의 깊은 연결감을 느끼는 순간들이 바로 진정한 '존재'를 느끼는 때라고 본다. 이러한 순간들은 불연속적일지라도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핵심이다.

반면 '비존재'는 작가가 '솜뭉치(cotton wool)' 같다고 표현한 상태다. 이는 삶이 기계적으로 반복되거나, 주변 세계나 내면과 단절되어 무감각하게 흘러가는 때를 의미한다. 깊이 있는 성찰이나 감정 없이 기능적으로만 살아가는 듯한 상태는 생물학적으로는 살아있지만 의식적, 감정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것과 유사하며, 삶의 의미나 행복을 느끼기 어렵다.


<모두의 행복 버지니아 울프와 함께 정원을 걷다>에서 정원은 바로 이러한 '존재'의 순간들을 불러일으키는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한다. 정원의 아름다움, 자연의 감각적 경험은 '솜뭉치' 같은 일상에서 벗어나 '존재의 순간'으로 이끌며, 어린 시절의 정원 기억과 현재의 경험이 교차하는 것은 과거의 '존재의 순간'들이 현재의 '존재'를 어떻게 형성하고 지속시키는지 보여준다.

이 수필집은 정원이라는 공간을 통해 작가의 내면 깊숙한 곳으로 독자를 안내하며, 삶의 질적인 경험, 즉 '진정으로 살아있다고 느끼는 순간들'인 '존재'와 그 반대 상태인 '비존재'의 의미를 탐구하게 한다. 시제 변화와 의식의 흐름을 활용한 그녀의 글쓰기는 이러한 내면의 복잡성과 시간에 대한 사유를 효과적으로 드러내며, 독자 스스로 자신의 삶 속에서 '존재의 순간'들을 인식하고 가치를 부여하도록 이끄는 깊이 있는 울림을 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포기할 자유
이재구 지음 / 아마존북스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책을 증정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 입니다.>


이재구 작가의 장편소설 <포기할 자유>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차가운 현실 속에서 인간 본연의 가치가 어떻게 변질되고 훼손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주인공 형구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평생을 가족에게 바친 헌신과 희생이 오히려 그들의 탐욕 앞에서 무력화되고 결국 이용의 핑계로 전락하는 비극을 목격하게 된다. 작가는 정의, 공정, 사랑, 자비, 헌신, 희생, 우애, 신뢰와 같은 긍정적인 미덕들이 돈이라는 자본주의의 척도 아래 철저히 유린당하는 모습을 그리며 독자에게 깊은 슬픔과 질문을 던지고 있다.


소설 속 형구의 헌신이 가족 내에서 무시되고 도구화되는 과정은 오늘날 우리 사회의 여러 단면과 놀랍도록 닮아 있다. 집단 이기주의와 확증 편향에 사로잡혀 오로지 물질적 이익만을 좇는 세태, 특히 일부 유튜버나 종교 지도자들이 대중을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며 가스라이팅 수준으로 현혹하는 모습은 소설 속 형구 가족들에게서 느껴지는 차가운 계산적인 태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념이나 돈에 눈이 멀어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도덕과 윤리를 저버리는 행위, 심지어 가족이나 친구와의 관계마저 헌신짝처럼 내팽개치는 반인륜적인 모습들이 나타나는 현실은 소설의 비극성을 더욱 강화하며 독자에게 씁쓸한 기시감을 선사한다.


작가 이재구는 이러한 자본주의의 병폐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될 때 나타나는 극단적인 형태를 형구가 사이비 종교 집단에 납치되어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을 위한 도구로 전락하는 장면을 통해 현실감 있게 보여준다. 돈과 이념에 눈이 멀어 이성을 상실한 채 타인을 착취하고 조종하는 집단의 모습, 그리고 그들에게 '가스라이팅' 당해 인간성을 상실하는 대중의 모습은, 오늘날 돈과 권력을 좇는 일부 세력들이 대중을 기만하고 이용하는 현실과 겹쳐 보인다. 이는 인간의 자유로운 사유와 판단이 자본이나 특정 이념 앞에서 얼마나 쉽게 제약을 받을 수 있는지, 그리고 비판적 사고의 부재가 얼마나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강력하게 시사한다.


<포기할 자유>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모든 가치의 척도가 될 때, 인간의 선한 본성과 미덕이 어떻게 왜곡되고 파괴될 수 있는지를 형구와 그의 가족 이야기를 통해 생생하게 고발하는 작품이다. 소설은 물질적 풍요만을 좇는 삶의 허무함을 꼬집으며, 진정한 인간적 가치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역설한다. 형구의 비극적인 삶은 우리 사회가 잃어버린 소중한 가치들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하는 거울 역할을 하며, 독자로 하여금 오늘날 우리 사회의 모습과 자신의 삶을 깊이 성찰하게 만드는 울림을 제공 해준다.


돈에 영혼을 팔아버린 유튜버, 극우에 편향되어 동족마져 죽어도 괜찮다고 외치는 이성 상실자들, 이들을 부추기는 허수아비 정치, 종교에서 지도자적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 자신의 영리를 위해 어제의 동료를 오늘의 원수라고 몰아부치는 철새족들, 공정한 보도를 갈구하는 수많은 선량한 대중들이 모두 일독 했으면 한다.


#포기할자유 #이재구 #아마존북스 # 북유럽카페 #피보다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육체노동자 프랑스 여성작가 소설 6
클레르 갈루아 지음, 오명숙 옮김 / 열림원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 입니다.>


클레르 갈루아는 1937년 파리 출생으로 제 2차 세계 대전의 한 복판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마리클레르, 엘르, 마리프랑스, 르피가로, 마리마치 등 유수의 잡지에 문학 비평을 집필하였다. 주요 작품으로 <나의 유일한 욕망>,<양팔 가득 장미꽃을>,<흰 실로 수 놓는 소녀>,<예레미야의 밤>,<인생은 소설이 아니다>,<네개로 조각난 가슴>,<만약 사랑에 관해 이야기 하라면>,<위험한 시간등>이 있다.


빅토르와 라이오넬, 세베르가 동성연인인줄 알면서 크리스틴의 머릿속은 오로지 빅토르만이 사랑의 대상이었다. 소설의 시작은 병을 앓다 죽은 빅토르의 장례에 참석차 코르뒤레로 출발하면서 시작 된다. 역대 가장 많은 폭설이 내린 날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빅토르의 집에 도착한 크리스틴은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격렬한 포옹을 빅토르의 주검에 쏟아낸다. 그동안 연인으로 동거해온 라이오넬이나 세베로나 빅토르의 부모조차도 망설인 행동을 영원한 작별을 아파하며 표출한 것이다. 크리스틴의 빅토르에 대한 사랑은 어떠한 보상도 배제한 일방적인 사랑, 영적인 사랑이었던 것일까?

작가는 이러한 구체적인 묘사를 통해 인물들에게 생명력을 불어넣고 그들이 겪는 갈등과 감정을 독자에게 더욱 설득력 있게 전달하려 했을 것이다.

"드라마 연출은 사절이야. 눈물도 안되고. 나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떠드는 것도 안돼. 크리스틴만 나하고 동행하는거야. 너희둘하고 우리 부모님, 호기심 때문에 돌아가지 않고 남아 있는 하객들은 기차를 타고 따라오도록 해" 살아 있을 때 빅토르는 유언처럼 다짐해둔 이 말이 크리스틴의 가슴을 영원히 매이도록 해버린 것이다.


클레르 갈루아의 소설 <육체노동자>는 1970년대를 배경으로, 당시 사회에서 쉽게 드러내기 어려웠던 다양한 인간 관계와 그 속에서 인물들이 겪는 내면의 복잡한 갈등 및 욕망을 섬세하게 그려낸 수작이다. 발표된 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독자들에게 선사하는 강렬한 울림은 여전히 유효하며, 시대를 초월하는 가치를 보여준다. 작가는 단순히 남녀 간의 관계를 넘어 동성 간의 사랑, 그리고 여러 인물이 복잡하게 얽힌 다자간의 애정 전선까지 솔직하고 거침없이 다루었다. 이러한 관계의 다층적인 묘사는 인간의 욕망과 감정이 얼마나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지를 생생하게 드러내며, 독자로 하여금 사랑과 관계의 본질에 대해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진다. 글의 전개가 하루라는 시간안에 10년간의 다양한 시간과 장소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무작위로 다룬 관계로 전후관계나 스토리의 전개가 잘 연결되지 않는 난해함이 있어 다소 혼란스럽지만 책을 다 읽고나서 가슴속 저 밑바닥에서 치미는 감동을 묵직하게 맛볼 수 있다는 게 이 책을 읽는 묘미다.


소설은 겉으로 보기에 '난잡해 보일 수 있는' 관계들 속에서도 인물들이 겪는 내면적 고뇌, 관계 속에서의 충돌, 그리고 보수적인 사회적 시선과의 마찰을 예리하게 포착하고 있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과 방황, 금기된 욕망으로 인한 죄책감, 사랑과 질투, 소유욕 등이 뒤섞인 복합적인 감정의 소용돌이, 그리고 사회적 규범에 맞서며 느끼는 고립감 등이 인물들의 삶을 관통하는 주요 갈등 양상으로 나타난다. 특히 주인공 크리스틴의 시점에서 연모의 대상인 빅토르, 동성애자인 세베르, 라이오넬, 크리스틴에게 매달리는 아쉴 등 다양한 배경과 관계를 가진 인물들과 얽히며 겪는 이야기는, 작가가 인간 관계의 다층성과 주인공의 내면 성장 과정을 심도 있게 탐구하려는 의도를 잘 보여주고 있다.


클레르 갈루아는 이러한 복잡한 관계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갈등 속에서도 인물들의 섬세한 감정선을 놓치지 않고 파고들며 인간 본연의 나약함과 동시에 강렬하게 발현되는 욕망을 그렸다. 소설 속 인물들은 완벽하지 않으며 때로는 이기적이거나 어리석은 선택을 하기도 하지만, 작가는 그들의 그러한 모습조차 인간 본연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복잡한 관계 속에서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지난한 과정을 밟도록 유도하였다. 시대적 제약 속에서 관계에 대한 보수적인 시선에 용감하게 도전하며, 사랑의 형태는 다양할 수 있으며 인간의 감정은 사회적 규범으로 쉽게 재단할 수 없음을 강력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물론 오늘날의 관점에서 다소 시대착오적인 시선이나 표현일일 수도 있으나, 그 시대에 이토록 솔직하고 대담하게 인간 관계의 복잡성을 탐구했다는 점 자체만으로도 <육체노동자>는 문학사적 의미가 매우 크다. 성소수자나 인간 관계에 대한 편향된 신념에서 벗어나 좀더 유연한 사고를 원한다면 일독을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