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마빠다 : 마음을 쉬는 영어 법구경
비구 수자토 영어 옮김, 홍은혜 우리말 옮김 / 바다와조약돌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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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거친 세상 속에서 마음의 주권을 세우는 지혜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우리는 좀처럼 마음을 쉬게 하지 못한다. 끊임없는 정보와 경쟁, 타인과의 비교 속에서 불안과 욕망은 커지고, 이미 지나간 일을 후회하거나 아직 오지 않은 일을 걱정하며 현재를 놓치기 쉽다. 이런 시대에 2,500년의 시간을 건너온 『담마빠다』는 의외로 단순하고 명료한 질문을 던진다. 지금 내 마음을 움직이고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담마빠다(Dhammapada)』는 ‘담마(Dhamma)’와 ‘빠다(Pada)’가 결합한 말로 ‘진리의 길’, ‘법의 구절’이라는 뜻을 지닌다. 초기 불교의 언어인 빠알리어로 전해진 붓다의 가르침을 423편의 운문으로 담아낸 경전이다. 이번에 바다와조약돌에서 출간된 『담마빠다』는 비구 수자토 스님이 영어로 옮긴 내용을 홍은혜 번역가가 우리말로 번역해 영어와 한국어를 함께 읽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 책에서 가장 깊이 다가오는 가르침은 마음의 주권을 회복하라는 메시지다. 행복과 불행의 원인을 외부 환경이나 타인의 탓으로 돌리기보다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돌아보라는 것이다. 세상을 내 뜻대로 바꿀 수는 없지만 내 마음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행동을 선택할지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이것이 붓다가 말하는 자기 길들이기의 출발점이다.


그러나 『담마빠다』는 단순한 마음챙김이나 자기계발서가 아니다. 그 가르침의 궁극적인 방향은 흔히 말하는 ‘자아실현’이 아니라 괴로움으로부터의 자유에 있다. 모든 것은 변하고 고정된 실체가 없다는 무상과 무아를 깨닫고, 무엇인가를 영원히 내 것으로 붙잡으려는 집착에서 벗어나는 것이 핵심이다. 사랑하는 것조차 집착이 되면 잃었을 때 고통이 커진다. 결국 사랑하되 붙잡지 않고, 미워하되 매이지 않는 마음이 자유에 가까워지는 길이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지식을 실천으로 옮기라는 가르침이다. 경전의 문장을 아무리 많이 외우고 말해도 삶에서 실천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결실을 얻을 수 없다는 비유가 나온다. 책을 읽는 행위 자체가 수행의 완성이 아니라 읽은 한 구절을 삶 속에서 실제로 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좋은 일을 아는 것과 좋은 일을 행하는 것 사이에는 생각보다 큰 간격이 있다.


“자신에게 해로운 나쁜 일은 저지르기 쉬우나 자신에게 이로운 좋은 일은 행하기 어렵다”는 가르침도 오래 남는다. 화를 내는 일, 욕망을 좇는 일, 남을 탓하는 일은 쉽지만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고 절제하며 선한 행동을 선택하는 일은 어렵다. 그래서 수행은 거창한 의식이 아니라 매 순간 자신의 마음을 살피는 작은 실천에서 시작된다.


또한 이 책은 삶의 조건이 아무리 거칠어도 내면의 가능성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길가의 쓰레기 더미에서도 연꽃이 피어나듯 혼란스러운 세상 한가운데서도 마음을 청정하게 가꾸는 사람은 자신의 향기를 피울 수 있다. 환경을 탓하기보다 그 환경 속에서 어떤 마음으로 살아갈 것인가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영어 원문과 우리말 번역을 나란히 읽는 구성도 이 책의 매력이다. 영어의 문장과 우리말의 의미를 비교하며 천천히 읽다 보면 한 구절을 단순히 이해하는 것을 넘어 그 뜻을 오래 음미하게 된다. 복잡한 교리보다 삶의 태도를 돌아보게 하는 문장들이기에 하루에 몇 구절씩 소리 내어 읽는 것만으로도 좋은 사유의 시간이 될 듯하다.


『담마빠다』는 세상을 바꾸라고 말하기 전에 먼저 자신의 마음을 살피라고 가르친다. 무엇을 얻을 것인가보다 무엇에 집착하고 있는지를 돌아보고, 무엇을 말할 것인가보다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를 묻는다. 결국 진리는 머리와 입에 머무는 지식이 아니라 삶으로 증명해야 하는 것이다.


거친 세상에서 마음까지 세상에 내어주고 싶지 않다면 이 책을 천천히 펼쳐보기를 권한다. 2,500년 전 붓다의 짧고 단단한 문장들은 오늘도 우리에게 조용히 말한다. 세상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는 없어도 내 마음을 다스리는 일은 포기하지 말라고. 그 마음의 주권을 되찾는 순간, 삶은 조금 더 자유롭고 평온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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