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 각자의 오디세이아를 쓴다 ㅣ 서양철학전집 하이엔드 고전 2
호메로스 지음 / 클래시카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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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삶의 목적지를 잃지 않는 사람의 항해



우리는 너무 빨리 달리는 시대를 살고 있다. 성공도 빨라야 하고, 인정도 빨라야 하며, 행복조차 즉각적으로 확인하고 싶어 한다. 자본과 기술, 알고리즘이 삶의 속도를 끌어올리면서 사람들은 어느 순간부터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보다 남들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더 민감해졌다. 타인의 시선에 맞춰 페르소나를 만들고, 끊임없이 자신을 비교하며, 잠시라도 멈추면 뒤처질 것 같은 불안 속에서 살아간다.


클래시카에서 출간한 『우리는 매일 각자의 오디세이아를 쓴다』는 바로 그 지점에서 고대의 서사시 『오디세이아』를 불러낸다. 2천 년이 훨씬 넘은 호메로스의 이야기가 왜 오늘의 우리에게 필요한가.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시대는 달라졌지만 인간이 길을 잃고 다시 자신에게 돌아가는 과정은 여전히 같기 때문이다.


호메로스가 그려낸 오디세우스는 신들의 전쟁에 휘말린 영웅이면서 동시에 지극히 인간적인 존재다. 그는 필멸의 운명을 지녔고 수많은 실패와 상실을 경험한다. 그러나 운명을 핑계로 주저앉지 않는다. 거친 바다를 건너고, 유혹을 견디며, 때로는 자신의 판단으로 인해 위험에 빠지면서도 단 하나의 목적을 놓지 않는다. 바로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오디세우스에게 이타카가 특별히 화려한 곳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그는 칼립소가 제안한 영생과 안락을 거부하고 척박한 고향을 선택한다. 부귀와 영생보다 자신의 삶을 선택한 것이다. 여기서 이 책이 던지는 중요한 질문이 생긴다.


당신에게 이타카는 무엇인가?


오늘날 우리의 칼립소는 반드시 아름다운 여신의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더 높은 연봉, 더 큰 집, 더 많은 팔로워, 사회적 지위, 타인의 박수와 인정처럼 너무나 매력적인 모습으로 다가온다. 그것들은 모두 성공처럼 보이지만, 때로는 우리가 진짜 원하는 삶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드는 안락한 감옥이 되기도 한다.


책은 오디세우스의 항해를 통해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여러 유혹과 위기를 하나씩 비춰본다. 망각의 열매는 현실을 잊게 만드는 순간적인 쾌락과 닮아 있고, 세이렌의 노래는 거부하기 어려운 자극과 유혹을 상징한다. 키르케의 마법은 쾌락과 안주에 자신을 내맡기는 삶을 떠올리게 한다.

특히 세이렌의 유혹을 이겨내기 위해 오디세우스가 자신의 몸을 돛대에 묶었던 장면은 오늘날에도 의미가 크다. 의지만 믿을 것이 아니라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스스로 환경과 장치를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마트폰과 SNS, 알고리즘이 우리의 시간을 끊임없이 빼앗는 시대에 이보다 현실적인 교훈도 드물다.


오디세우스의 아들 텔레마코스 역시 중요한 인물이다. 그는 아버지가 없는 동안 무력한 청년으로 성장하지만 결국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는 사람으로 변해간다. 이는 보호와 편안함에 익숙해진 현대의 젊은 세대뿐 아니라, 변화가 두려워 익숙한 삶에 머무는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불편함을 감수할 용기가 있는가.

남의 시선 때문에 묻어두었던 자신의 목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는가.

그리고 한번 선택한 삶의 방향을 끝까지 밀고 갈 수 있는가.


결국 『오디세이아』가 말하는 여행은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고난을 견디는 법을 배우고, 유혹을 경계하며, 상실을 받아들이고, 때로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 사람인지 다시 확인하는 과정 자체가 여행이다.


그런 의미에서 성공은 종착지가 아니다. 오히려 하나의 정류장일 뿐이다. 우리는 어떤 목표를 이루고 나서도 다시 길 위에 서야 한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빨리 도착했느냐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내가 나 자신을 잃지 않았느냐일 것이다.


책장을 덮고 나면 오디세우스의 거친 항해가 어느새 우리의 삶과 겹쳐 보인다. 우리 역시 매일 수많은 세이렌의 노래를 듣고, 칼립소의 안락함에 흔들리고, 때로는 망각의 유혹에 빠진다. 그러나 돌아가야 할 이타카를 마음속에 품고 있다면 다시 방향을 잡을 수 있다.


결국 인생은 누군가가 대신 항해해 줄 수 없는 자기만의 항해다. 파도가 잔잔하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파도를 건너며 자신의 길을 만들어가는 것. 그리고 그 긴 여정 끝에서 마침내 깨닫는 것은 어쩌면 하나일 것이다.

우리가 찾아가야 할 이타카는 멀리 있는 어떤 성공의 장소가 아니라, 수많은 유혹과 시련 속에서도 끝내 잃지 않은 ‘나 자신’인지도 모른다.


이 책은 고전을 읽는 즐거움을 넘어, 지금 내가 어디에서 출발했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다. 삶의 방향을 잃었다고 느끼는 사람, 성공을 향해 달려왔지만 문득 허무함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자신의 항해를 다시 시작해보기를 권한다.


오늘도 우리는 각자의 바다를 건넌다.

그리고 저마다의 이타카를 향해, 자신만의 오디세이아를 써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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