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내 울지 말아라
이관형 지음 / 지식과감성#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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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한 리뷰 입니다>


이관형 시인의 산문시집 『소리 내 울지 말아라』는 황혼의 길목에 선 한 소시민이 자신의 삶을 담담히 반추하며 내려받은 고백이자, 남겨질 이들에게 전하는 따뜻한 위로의 기록이다. 평생을 행정 조직의 말단 공무원으로 살아가며 치열하게 밥벌이를 해온 저자는 인생의 마지막 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실존적 조급함 속에서 서둘러 자신의 유언과도 같은 문장들을 지면에 새겨 넣었다. 이 작품은 거창한 영웅의 연대기가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장으로서의 고단함과 애환을 총 4부에 걸쳐 솔직하게 담아내며 보통의 삶이 가진 은근한 위대함을 역설한다.


창작자의 내면에 자리한 조급함은 이 시집의 가장 큰 문학적 매력이자 동시에 아쉬운 한계로 작용하며 작품에 명암을 드리운다. 시간에 쫓기는 노시인의 절박함은 체면과 가식을 걷어내고 인간적인 솔직함을 이끌어내는 동력이 되었다. 표제작에서 "내 가고 없는 먼 훗날 내 그림자들은 절대 소리 내 울지 말아라"고 당부하는 대목은 기교를 넘어선 묵직한 울림을 준다. 죽음이라는 절대적인 명제 앞에서 초연함을 유지하려는 태도와 슬픔에 잠길 가족들을 다독이는 따뜻한 시선은 황혼기 문학이 가질 수 있는 고유의 미덕이다.


아쉬운 점은 한 나라의 대통령이었던사람이 모든 책임을 짊어져야 할 자리에서 정작 본인은 빠지고 부하직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비겁한 행태를 정면으로 해부하기보다, 사태를 단순한 '능력 부족의 무모함'이나 '책임감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어리석음' 정도로 환원시켜 버린 대목이다. 결과적으로 정권을 향해 날을 세우는 듯 보이지만, 내적으로는 시스템의 안정과 질서 유지를 최우선으로 삼아온 보수적 관료주의의 시각과 온정주의적 온도가 은연중에 배어 나온다. 날카로운 비판의 칼날이 '당랑철거'의 성어 속에 갇혀 무뎌지면서, 본질적인 책임 회피의 문제를 관조적으로 덮어주는 듯한 인상을 주는 부분이다.


『소리 내 울지 말아라』는 문학적 성취나 날카로운 사회 비평의 잣대로만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작품이다. 낡은 언어 틀에 현대의 역동적인 비극을 끼워 맞추었다는 비평적 아쉬움이 존재하지만, 이는 치열한 퇴고의 시간을 절박함과 맞바꾼 황혼기 문학의 필연적인 결과물로 보인다. 이 시집은 완벽하게 벼려진 예술품은 아닐지라도, 평생을 성실하게 살아온 퇴직 관리가 후대를 향해 건네는 담백한 소회이자 조급함마저 인간적인 연민으로 승화시킨 솔직한 기록물로서 따뜻한 가치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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