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한 리뷰 입니다>
범죄는 더 이상 영화 속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손에 든 스마트폰, 매일 이용하는 금융 앱, 그리고 일상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SNS 속에는 언제든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갈 수 있는 정교한 덫이 놓여 있다. 이기동 저자의 『범죄의 심리학』은 화려한 이론이 아닌, 범죄의 최전선에서 생생한 경험을 쌓았던 저자의 고백과 성찰을 통해 현대 범죄의 잔혹한 민낯을 가감 없이 폭로한다.
저자 이기동은 과거 조직폭력배의 대포통장 모집책 총책으로 활동하며 소년원과 교도소를 거친 어두운 과거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출소 후 그는 자신의 잘못을 참회하며 법무부 위촉 강사로 활동, 위기의 청소년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한국금융범죄예방연구센터장으로서 금융범죄 예방에 앞장서고 있다. 이 책은 ‘가해자의 시선’으로 범죄의 메커니즘을 낱낱이 파헤친다는 점에서 기존의 범죄 예방서와 궤를 달리한다. 저자는 범죄자들이 인간의 어떤 심리적 허점을 파고드는지, 그리고 그들이 어떻게 피해자를 '설계'하는지를 생생한 사례로 보여준다.
책 속에는 우리가 한 번쯤 경험했거나 뉴스로 접했던 수많은 범죄 수법이 기록되어 있다. 현대 사회에서 금융 거래를 하고 휴대폰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그 누구도 범죄 집단의 타겟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은 가히 경악스럽다. 특히 경제적 불황이 깊어지고 소득 불균형이 심화될수록 범죄의 그물망은 더욱 촘촘해진다. IT 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한국 사회에서 범죄자들은 기술적 우위를 점하며, 재정적 위기에 몰려 판단력이 흐려진 서민들을 일확천금의 유혹으로 끌어들인다.
가장 충격적인 대목 중 하나는 '대환대출 보이스피싱'에 대한 경고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확대된 유동성 파티가 끝나고, 이른바 '영끌족'이라 불리는 이들이 금융 스트레스에 직면하자 범죄자들은 이들의 절박함을 사냥감으로 삼았다. 부동산 투자 실패나 고금리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저금리 대환대출이라는 미끼를 던지고, 일단 대화에 응하는 순간 그들의 심리 조종술에 휘말리게 만든다. 피해자의 인생이 파탄 나는 순간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그들의 잔학성은 범죄가 단순히 돈을 뺏는 행위를 넘어 한 인간의 영혼을 파괴하는 행위임을 상기시킨다.
저자는 범죄의 기초가 되는 도구가 결국 개인정보와 금융정보임을 강조한다. 이미 통신사나 금융사에서 유출된 정보가 범죄 집단의 손에 들어갔을 가능성을 전제하고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SNS의 감언이설, 문자로 오는 파격적인 대출 광고, 모르는 번호로 걸려오는 전화는 모두 범죄의 시작점이다. 저자가 내놓은 가장 강력한 해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바로 '대화'를 시작하지 않는 것이다. 일단 대화가 시작되면 범죄자들의 정교한 가스라이팅과 심리 전술에 말려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이 책은 범죄에 대한 공포를 조장하는 것이 아니라, 범죄의 생태계를 이해함으로써 우리 스스로를 보호할 '심리적 방어막'을 구축하게 한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사람들의 마음은 약해지고, 범죄자들은 그 틈새를 절대 놓치지 않는다. 『범죄의 심리학』은 보이지 않는 적들로부터 나 자신과 가족의 소중한 일상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읽어야 할 현대인의 생존 지침서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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