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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성장하게 한 것은 오로지 사람이었다
문윤수 지음 / 나비의활주로 / 2025년 1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한 리뷰 입니다>
<나를 성장하게 한 것은 오로지 사람이었다>는 외상외과 전문의 문윤수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마주한 사람들의 얼굴을 통해 자신이 어떻게 성장해 왔는지를 기록한 수필집이다. 이 책은 의학서도, 영웅담도 아니다. 오히려 누구도 오래 들여다보지 않는 그늘 속에서 묵묵히 빛을 내는 외상외과 의사의 일상과 사유를 담담하게 풀어낸 인간 기록에 가깝다. 저자가 스스로를 ‘개똥벌레’이자 ‘반디불’로 비유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밤이 깊을수록, 상황이 절망적일수록 희미하지만 분명한 빛으로 생명을 비추는 존재. 외상외과 의사는 그렇게 조용히, 그러나 치열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킨다.
문윤수 의사의 하루는 마라톤과 닮아 있다. 그는 달리면서 생각하고, 숨이 가쁜 고비를 넘기며 스스로를 돌아본다. 달리다 힘들면 멈출 수 있지만, 권역외상센터로 실려 오는 환자는 멈출 수 없다. 그 사실이 저자를 다시 앞으로 밀어낸다. 야간근무, 연장근무, 무휴식 근무, 극도의 긴장 상태가 일상이 된 삶은 아이러니하게도 몸을 갉아먹는 발암물질과도 같지만, 그럼에도 그는 그 자리를 떠나지 않는다. ‘하이 리스크, 로우 리턴’이라는 자조 속에서도 심장이 뛰는 한 사람 앞에서는 늘 최선을 다한다.
이 책에서 가장 깊은 울림을 주는 지점은 의사와 환자의 관계에 대한 저자의 태도다. 그는 환자를 ‘치료 대상’이 아닌, 내 몸처럼, 내 가족처럼 대해야 한다고 말한다. 만약 이 환자가 내 가족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어떤 말을 건네고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묻는다. 그 질문은 의료 기술 이전에 신뢰와 존엄의 문제로 이어진다. 환자가 의사를 믿고, 의사가 환자를 믿는 관계. 그 믿음 위에서만 생사의 갈림길에서의 선택이 의미를 갖는다. 독자는 이 대목에서 의술의 본질이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책 속에는 기적처럼 살아난 환자들의 이야기뿐 아니라, 끝내 죽음을 막지 못했던 순간의 암담함과 슬픔도 숨김없이 담겨 있다. 거즈 아홉 장을 배 안에 넣고 전원했던 환자의 회복, 여섯 명의 생명을 살리고 떠난 장기기증 청년, 이국땅에서 홀로 사투를 벌이던 외국인 노동자의 이야기까지, 한 장면 한 장면은 마치 영화처럼 생생하다. 그러나 저자는 결코 감정을 과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절제된 문장 속에서 생명의 무게가 더 크게 다가온다.
이 책은의사가 환자를 통해 성장하고, 사람이 사람을 통해 살아갈 힘을 얻는다는 고백이다. 숫자로 환자를 보지 않고, 마음과 눈물을 먼저 바라보려는 한 외상외과 의사의 간절함이 이 책의 전 페이지에 스며 있다. 한 해의 시작점에서 삶의 경건함과 생명의 무게를 다시 생각하고 싶은 이들, 그리고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빛을 내는 ‘개똥벌레’ 같은 사람들을 기억하고 싶은 독자에게 이 책은 오래 남는 울림을 건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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