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한 리뷰 입니다>
말하기와 글쓰기가 단순한 기술을 넘어 ‘사유의 힘’을 드러내는 시대, 김원의 <철학자의 말하기 수업>은 그 언어의 근원을 철학에서 찾는다. 저자는 고대 철학자들의 사고법과 대화법을 오늘날의 말하기와 글쓰기 상황에 적용하며, 설득과 공감의 언어를 배우는 18가지 철학적 도구를 제시한다. 이 책이 말하는 ‘말하기’는 단순한 전달 기술이 아니라, 타인과 함께 더 나은 결론을 찾아가는 탐구의 과정이다.
저자는 소크라테스의 문답법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무지를 인정하고 질문을 던짐으로써 상대가 스스로 사고하게 만드는 대화의 방식이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논증 원리도 빌려, 주장은 명료해야 하고 그 근거는 논리적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갈등을 회피하지 않고 그 안에서 새로운 사유를 길러내는 헤라클레이토스적 태도, 이야기를 통해 설득하는 플라톤식 스토리텔링, 윤리와 신뢰를 중시한 아리스토텔레스의 화법까지—고대 철학의 사유가 현대의 언어 기술로 되살아난다.
특히 인상 깊은 대목은 ‘비판의 철학’이다. 저자는 비판을 상대를 무너뜨리는 행위가 아니라, 그 주장을 더 단단하게 만드는 수정보완의 과정으로 본다. 대화와 논쟁은 이기기 위한 싸움이 아니라, 함께 진리를 찾아가는 협력의 장이라는 것이다. 설득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윤리적 태도이며, 말과 글은 신뢰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일관되게 흐른다.
이 책의 장점은 철학적 깊이와 실용성을 조화시킨 점이다. 각 장은 개념 설명과 함께 실습 예시가 제시되어, 독자가 실제 발표나 글쓰기, 보고서 작성에 바로 적용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난해한 철학서라기보다, 사고의 방법을 일상에 연결하는 인문적 실용서에 가깝다. 문체 또한 친절하고 명료해 일반 독자도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