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여름, 박꽃이 피는 날에
김봉희 지음 / 지식과감성#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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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 입니다>

"내용은 특별함이 없다. 다만, 인간적인, 거르지도 않고 그대로 표출되는 날것 그대로의 인간의 순수 본능, 인간의 진심을 다루었다고 말한다. 세상의 모든 인간이 각자 삶의 주인공이다. 그런 다양성을 존중하면서 공동체 사회를 이루어 꾸려가는 가운데 발견하는 개인의 독특한 개성에 희열을 느껴 보라"고 말한다. '날것'도 생 날것이다. 벌교의 어느 동네, 1960년대 궁핍한 생활과 없는 땅뙈기 소작이라두 부쳐 먹을 수 있었던 가난한 시절 부자댁 며느리가 된 큰 벌교댁을 중심으로 아들내외, 여동생 작은벌교댁과 그의 가족들이 지지고 볶으면서 살아가는 가운데 큰 벌교댁은 부자집며느리로의 페르소나를 지켜내려고 하지만 본연의 착하고 여리고 사람을 그리워하는 내면과의 갈등을 처절하게 투쟁하며 살아간다. 반면 온갖 구설수에 닳고 닳은 작은벌교댁이나 그남편 달구는 매 순간에 집중하며 감정을 눌러 삭이기보다는 폭발시키며 살아가고 그러한 방식이 때때로 큰벌교댁의 답답함을 해소해주는 특효약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종당에는 큰 벌교댁이 스스로의 가면을 벗어던지고 본연의 모습으로의 삶을 찾아 새로운 출발을 하기 위해 정든 집을 떠나간다는 이야기다.한여름 밤 박꽃이 활짝핀 어스름 새벽. 박꽃이 의미하는 새로운 출발은 그렇게 피어난다. 책 전체에 흐르는 구어체의 사투리 대화는 잠깐잠깐 읽는 속도를 늦추기도 하지만 전후 맥락 상 어느새 "아하"하며 이해가 된다. 세밀한 저자의 농간이 녹아 있는 듯하다.

큰 벌교댁의 내면욕구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그녀는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강하게 가지고 있다. 이는 단순히 개인적인 욕망이 아닌, 그녀가 살아가는 사회의 구조와 깊은 연관이 있다. 큰 벌교댁은 동네에서의 위상과 타인으로부터의 인정을 갈망하며, 이러한 욕구는 그녀의 존재 가치를 확인하는 방식이 된다. 또한, 가족 내에서의 권위와 영향력을 유지하고자 하는 그녀의 노력은 그녀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가족이라는 작은 사회에서 그녀는 자신의 역할을 통해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를 강하게 느끼며, 이는 그녀의 행동과 사고방식에 큰 영향을 미친다.

둘째, 큰 벌교댁은 사랑과 소속감을 갈망한다. 그녀는 가족과의 정서적 연결을 원하지만, 그 연결이 항상 원활하지 않다는 점에서 고통받는다. 사랑받고 싶어 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그녀는 결국 소외감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소외감은 그녀의 내면적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며, 그녀가 타인과의 관계에서 느끼는 고독함은 독자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런 복잡한 내면욕구를 가진 큰 벌교댁은 자신의 진정한 감정을 감추고 살아가는 독특한 방식을 지니고 있다. 그녀는 감정을 억압하고 표면적으로 강하고 단호한 태도를 유지하는데, 이는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는 방어 기제이기도 하다. 전통적인 여성의 역할에 맞춰 행동하며 자신의 욕구를 드러내지 않으려는 그녀의 노력은 사회적 기대에 부응하려는 의식적인 선택으로 볼 수 있다. 이는 그녀가 겪는 내면적 고통을 더욱 부각시킨다.

또한, 큰 벌교댁은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자신의 상황을 위안받으려는 경향이 있다. 다른 사람들의 고난을 보며 자신의 고통을 상대화하려는 모습은 그녀가 겪는 내면적 갈등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가족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자신의 욕구를 뒤로 미루는 경향은 그녀가 가족의 일원으로서의 역할을 중시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러한 비교와 억압은 그녀의 삶에서 중요한 주제로 작용하며, 독자는 이를 통해 큰 벌교댁의 심리적 고통을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큰 벌교댁은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지만, 이를 감추고 살아가는 방식은 그녀의 삶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그녀의 이야기는 인간의 내면적 갈등과 사회적 역할의 압박을 잘 보여주며, 독자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내면의 갈등은 결국 그녀의 성장과 치유의 과정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소설은 큰 벌교댁의 복잡한 내면을 통해 독자에게 사회적 역할과 개인적 욕구 간의 갈등을 깊이 있게 탐구하도록 유도한다. 그녀의 이야기는 단순한 개인의 고백이 아닌, 현대 사회에서 많은 이들이 겪고 있는 보편적인 갈등을 반영하고 있다. 결국, 큰 벌교댁의 페르소나는 그녀가 사회적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사용하는 외적 인격으로, 이는 그녀의 진정한 감정이나 욕구를 숨기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복잡한 내면을 가진 큰 벌교댁의 이야기는 독자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며, 인간의 심리와 사회적 압박에 대한 깊은 성찰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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