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에 균열을 낸 결정적 사건들
김형민 지음 / 믹스커피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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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 입니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일 뿐이다' 하지만 역사는 승자만의 역사가 아니다. 김형민 작가의 <세계사에 균열을 낸 결정적 사건들>은 역사 속에서 승자의 승리가 찬란한 만큼 패배는 처절했고 승자의 힘에 짓눌린 사람들의 도전은 끊임 없었음을 돌아보고 세계사에 균열을 가져운 사건들을 정리한 언더독들의 역사서이다. 책에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적 사건들을 승자만의 찬란함과 더불어 그 빛에 가려진 패자들의 굴하지 않는 도전의 역사를 전략, 용기, 결의, 지혜, 신념이라는 주제로 구분하여 다양한 실화를 소개하므로써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해준다. 강자가 항상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약자가 강자를 이길 때 역사가 새롭게 쓰인다는 점도 강조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본다면 1939년에 일어난 구소련과 핀란드와의 전쟁의 복사판임을 알수 있다. 영토나 인구면이나 경제력이나 군사력 어느것 하나도 내세울 것 없어 순식간에 휩쓸려 버릴 것으로 예상했던 우크라이나가 전략적으로 대등한 싸움을 벌이고 있고 오히려 국제적인 옹호를 받아 명분이나 실리측면으로 우세를 나타내기도 하는 형국이다. 약자에 대한 국제적인 동정심을 적극 이용하는 한편 국가내부적으로 일치단결을 이루면서 국지적인 승리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적 승리의 사례는 베트남 전쟁에서 승리한 북베트남, 수나라의 4차례의 침략을 물리친 고구려의 방어, 나포레옹에 맞선 스페인 게릴라, 임진왜란 당시 명량해전을 이끈 이순신의 실화에서 증명된다. 골리랏을 쓰러트린 다윗의 전략처럼 상대방의 약한곳을 정확하게 타격을 가하여 마침내 전략이 승리를 거머쥔다는 것이다.


스위스 용병의 유래와 교황 근위대가 스위스용병일 수 밖에 없는 역사를 돌아보면서 어떠한 위협이나 강압에도 굴하지 않았고 신뢰를 잃지 않았으며 자포자기하지 않았고 비굴하지도 않았던 용기를 강조하였다. 오늘날 현실의 고통에 쉽게 자포자기하거나 불안감에 굴하여 폐인이 되거나 폭력적으로 변하는 등의 비굴함의 모습을 보이는 세태와 대조되는 장면이다. 한국전 당시 설마리 전투에서 3만 중공군을 맞아 끝까지 진지를 사수했던 영국군 300용사의 용기등의 실화가 소개 된다.

누구에게나 자기의 것은 소중하다. 그러나 자신의 것만을 위해 남의것에 관심이 엷어질 때 내 권리를 위해 남의 권리를 무시할 때 우리의소중한 가치는 퇴색하고 탐욕이나 폭력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고 말한다.


1978년 동일방직 노조사무실에서 벌어진 여공들에 대한 차별과 비인도적 폭력(똥물사건)은 글을 읽는 내내 고통과 슬픔과 남자로서의 수치심을 떨칠 수 없게 만들었다. 남존여비의 속좁은 편견과 성리학이라는 변형된 유교도덕속에 수많은 어머니, 누이, 여동생의 비참한 삶을 바탕으로 한 희생의 댓가가 똥물과 폭행이라니..그러한 잘못된 행태에 대한 증거를 남기려 사진을 숨겨온 사진사의 단단한 결의는 후에 진실의 승리라는 결실을 맺게 해준다. 이탈리아의 마피아와 맞선 팔코네 검사와 보르셀리노 판사의 결의는 전 이탈리아인들에게 불의에 대해 분연히 분노하게 하여 거대한 범죄조직을 밀어내게 한다. 우리나라의 현실을 보자면 최고위층부터 말단 조직의 장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검찰 공화국'체제가 공고해졌다. 양심선언이라도 하려면 목숨을 담보로 내 놓아야 할 지경이다. 공정이나 형평은 저멀리 던져 버렸고 마피아범죄자들이 자기들을 호칭하던 '페밀리'정국이되어 버렸다. 이들을 향한 분노의 마그마를 터트릴 사람은 과연 없는걸까?


에티오피아의 독립쟁취와 대한제국의 한일합방은 같은 처지에 처해서도 지도자와 지배계층의 백성을 향한 존경과 자신의 낮춤이 결국 나라의 존망을 어떻게 갈랐는지를 극명하게 대조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제시하였다. 에티오피아의 메넬리크2세와 지도자들의 지혜는 본인들의 고통과 불편을 야기함에도 적극 수용하여 실천하면서 대내적인 결속을 이끌어낸 반면 대한제국의 황실과 그 신하들은 제국의 호의에 의지하려고만 들어 자신들의 편안을 추구하려 하였으며 백성들의 팔아먹는 파렴치를 주저하지 않았기에 나라를 잃고 말았던 것이다. 가까운 비극인 이태원 사고 당시 백성의 안위는 뒤로하고 자신들의 영달만을 추구하려한 경찰 나부랭이들의 어이없는 책임전가성 대응은 지탄받아 마땅한 일인데도 그 현장에서 피땀어린 수고를 아끼지 않은 소방대원들을 질타하는 현실은 이러한 역사를 기초부터 다시 공부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하게 한다.


약자의 시각에서 바라본 역사적 사건들은 독자들에게 신선한 충격과 감동을 안겨준다. 김형민 작가는 사건의 배경과 감정을 생생하게 묘사하여 독자에게 역사적 사건의 중요성을 쉽게 전달한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독자들이 단순한 사실을 넘어서 사건의 맥락과 그 안에 담긴 인간의 감정을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이를 통해 역사적 사건들이 단순한 연대기적 사실이 아니라, 인간의 선택과 경험이 얽힌 복잡한 이야기임을 깨닫게 한다. 죽음의 길에 그 사람의 평생의 삶이 평가된다고 한다. 마지막에 소개된 강상호의 삶은 평범한 우리 누구든지 현실에 수긍하기보다 불합리와 불공정을 끊임없이 질문하며 개선해 갈 방안을 시도하길 강력하게 당부하고 있다.

" 오직 선생님만은 그 세대의 속칭 양반계급임에도 불구하고 신분의 명예를 포기하고 전 재산을 희사해가면서 우리들의 고독한 사회적 지위의 인권해방, 계급타파를 위해 선봉에 나서서 오직 자유, 인권, 평등을 부르짖으며..."


김형민 작가의 통찰력과 면밀한 분석력은 이 책의 큰 장점으로, 독자들에게 새로운 역사관을 제시한다. 역사에 대한 접근 방식을 혁신적으로 바꿔주는 이 작품은 학생들뿐만 아니라 일반 독자들에게도 강력히 추천할 만한 가치가 있다. 역사적 사건들이 단순히 승자에 의해 기록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목소리와 관점이 존재한다는 메시지는 현재와 미래를 바라보는 데 중요한 교훈이 된다.

결국, <세계사에 균열을 낸 결정적 사건들>은 과거를 돌아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가 현재와 미래를 어떻게 이해하고 살아가야 할지를 깊이 성찰하게 하는 작품이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역사의 복잡성을 이해하고, 인간의 저항과 용기가 어떻게 역사를 만들어왔는지를 새롭게 인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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