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그친 오후의 헌책방
야기사와 사토시 지음, 서혜영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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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야기사와 사토시는 2009년 <오리사키 서점의 나날들>로 데뷔 하였다. <비 그친 오후의 헌책방>은 이 소설을 신역하여 출간한 것이다. 출간된 지 13년이 지나 영미권에서 번역되어 출간되면서 베스트셀러로 등장하였다.

주인공 타카코가 일인칭시점이 되어 관찰하는 형식인데, 주로 모리사키 서점을 운영하는 타카코의 외삼촌인 사토루의 서점경영 철학과 인생을 살면서 경험했던 여행, 독서, 연애, 결혼, 이별, 재회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며 사토루의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가 양념처럼 어우러지는 힐링 소설이다. 타카코는 20대 여성으로 같은회사 같은부서의 3년 남자 선배인 히데야키를 사랑한다고 생각했으나 그는 다른부서 여직원과 결혼한다고 통보하면서 타카코에게 일방적인 결별을 선언하였고 충격을 받은 타카코는 회사를 사직하고 가슴속에 히데야키에 대한 원망과 자기자신에 대한 비난으로 응어리를 안은 채 은둔생활을 하게 된다. 이 말을 전해들은 외삼촌 사토루가 자기가 운영하는 헌책방 모리사키서점으로 불러들이게 되고 타카코는 서점의 2층 방에 얹혀살게 된다.

서점에서 생활이 시작 되면서 사토루 외삼촌에 대해 우유부단하며 자기주장이 약하다고 여겨왔던 그동안의 편견은 하고싶은 일을 하며, 많은 책을 읽어 박식하고, 세상을 두루 여행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아온 인생대선배의 이미지로 바뀌게된다. 그러한 외삼촌의 변한 모습에 자극을 받아 처음으로 <어느 소녀의 죽음까지>를 읽고는 복잡한 내면의 흔들림을 경험하였고 책을 읽는데 몰입하게 된다. 헌책이 갖는 고유한 특성인 앞선 독자의 흔적(낙서, 압화 등)에서 사색과 상념의 시간을 갖게 되면서부터는 헌책에 대한 애정까지 싹튼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관심 밖이던 서점가의 풍경이나 가 안에 살아가는 사람들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인생의 어느 순간에 우연히 책을 만나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한 사람이 독서가가 된다"


서점가 축제가 끝나던 날 외삼촌은 그동안 타카코에게 그리도 자상하며 아낌없이 베풀려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 한다. 타카코가 사토루외삼촌에게 처음 모습을 보이던 날 마치 계시를 받은 듯 커다란 깨달음을 얻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환경이라는 제한된 한계에 갇혀 허무와 외로움과 불만과 자괴감에 매몰되어 있었는데 한순간에 모든 장막이 걷히고 한계로 생각했던 벽들을 부수고 자신이 있어도 된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장소를 찾는 것이 인생의 목적임을 알아차렸다는 것이다. 그일 이후 여행이며 독서를 닥치는대로 시작하게 되었고 이제는 작으나마 목적지에 도달했다는 이야기이다.

"어디에 있든 누구와 있든, 자신의 마음에 진솔 할 수 있다면 그곳이 바로 내가 있을 장소다"


외삼촌의 놀라운 경험과 지혜를 듣고 외유내강의 의미를 타카코는 깨닫는다. 그리고 내친김에 첫사랑으로부터 받은 상처의 치유작업을 시도하게 된다. 히데야키로부터 받은 상처의 원인이 자기안에 감추어 둔 응어리를 표출하지 못해 생긴것임을 알고는 당사자인 히데야키에게 모두 말해버린 것이다. 그렇게 과거의 망령을 떨쳐 버린다. 그일을 계기로 더 큰 목표를 갖을 수 있었고 마침내 안주처인 서점을 떠난다.

"오랫동안 인생의 휴가를 즐겼어요. 저도 슬슬 제가 있을 장소를 찾아 여행을 떠나야지요"


서점을 떠나던 날 외삼촌은 인생에 간직할 말을 해준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걸 두려워 하지마.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을 때 마음껏 좋아해야 해. 설령 그때문에 슬픔이 생기더라도 아무도 사랑하지 않고 사는 쓸쓸한 짓 따위는 하면 안돼. 누군가를 사랑한 기억은 결코 사라지지 않아. 언제까지나 기억 속에 남아서 마음을 따뜻하게 적셔 준단다."


5년간이나 행방불명으로 사토루외삼촌을 떠났던 모모코 외숙모의 갑작스런 귀환은 경험많은 외삼촌도 사랑하고 있는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혹여 잘못되어 다시 떠나지나 않을지 염려스러운 마음을 타카코에게 의지하고자 한다. 외숙모의 갑작스런 가출의 내막은 외숙모가 겪은 첫사랑에 대한 죄책감 때문이었다는 것이었고, 갑작스런 귀환은 불치병에 걸렸음을 알고 가장 먼저 알려야 할 사람이 외삼촌이었다는 것을 외숙모와의 여행에서 알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일련의 행동을 관통하는 가치는 '사랑'임을 타카코는 알게 된다. 외숙모가 영원한 이별을 위한 두번째 '떠남'은 결국 타카코의 중재로 영원한 귀환으로 결말을 짓는다.

이 소설에서 이야기 하고자 하는바는 사랑하는 마음을 절대로 숨겨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사랑하기에 떠난다는 말, 그런 거짓말은 더이상 필요 없는 사치일 뿐이다. 외롭고 기댈 곳 없는 사람이 사랑을 찾아 왔다가 그 사랑이 짐이 될 것임을 알고는 홀로 떠난다는 그런 사랑은 사랑하는그 사람을 평생 죄책감에 빠지게 하는 죄악이 된다는 것이다. 진정한 사랑이란 속내에 감추지 말고 표현해야 하는것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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