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마르에서 무슨 일이
안삼환 지음 / 솔출판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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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안삼환은 서울대 인문대 독문과 명예교수다. 이 책은 역사와 현실, 동양과 서양간의 공통적인 사유를 비교하며 독일의 바이마르헌법을 탄생시킨 고전주의 정신과 우리나라의 동학 사상을 상호 비교해보는 형식으로 전개 한 소설이다. 이 소설은 단순히 역사적 사건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치적 불안정과 경제적 혼란, 그리고 다양한 사회적 갈등,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의 복잡한 내면과 인간관계를 깊이 있게 탐구하였다.

주인공 최준기는 교수로서 정년을 마치고 휴식도 취할 겸 수년 전 경주의 불곡에서 우연히 만난 클라라의 초청을 받아 독일 바이마르로 떠난다. 우리나라의 현 정치세태에 대한 비판적 시각, 법비들이 판을 치고 무소불위 '검찰공화국'으로 몰아가는 현실에 대한 불만과 그러한 위정자들에게 맹목적인 지지세력과 그들을 관통하는 '집단이기주의'에 신물이 난 상황을 벗어나고픈 생각이 이 여행을 서두르게한 이유이다.


 


수운 최제우와 해월 최시형의 동학, 철학으로의 동학을 공부하게 된 최준기는 조부모의 함자가 내천(乃天)이었던 것을 궁금해 하게 되었고 그 궁금증을 풀어 가던 중 깨달음을 얻는다. 바로 자기자신이 운명적으로 동학과 연결되어 있으며 그동안 서양철학만 연구하느라 못보고 지나쳤던 많은 사실을 고증해나가면서 우리의 동학이야말로 진정한 한국고유의 정신적 지주이자 신앙이며 지금까지 한번도 끊어지지 않고 면면히 이어져 오고 있는 '내안의 하느님'을 알게 된 것이다.

바이마르에 도착한 후 클라라의 저택에 머무르면서 최준기의 조부 내천과 부친 여경의 삶을 정리해보고 동학의 활동과 철학이 어떻게 국민들의 행동을 이끌어 냈으며 오늘날에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책을 내는 과정을 그려나갔다. 간혹 꿈속에서 조부, 부친, 친구들을 만나 단절된 사건이나 기억의 자초지종을 듣기도 하는 방식으로 책을 쓰게 되며 한국의 근현대사를 재조명해보기도 한다. 현 위정자들 입장에서 볼 때 매우 불편한 내용들도 많이 나와 있어 오히려 책을 읽는 내내 몰입도를 극대화 한다. 간혹 잔인한 장면들도 날것 그대로 표현한 부분도 있어 마치 '서울의 봄' 영화를 본 관객들의 평처럼 가슴이 답답해짐을 멈출 수 없게도 한다. 안삼환 저자는 역사적 사실과 허구를 교묘하게 엮어 흥미진진한 서사를 만들었다. 탁월한 필력으로 역사적 배경을 생생하게 재현하며, 독자들에게 그 시대의 정치적, 사회적 복잡성을 이해할 수 있게 유도하였다.


 


바이마르의 여러 박물관과 기념관은 이 도시의 유구한 역사와 발전의 축을 상징하고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간혹 부헨발트 강제수용소와 같은 흑역사도 감추지 않고 반성의 자료로 공개하고 있다. 저자는 오늘날 한국의 위정자들을 향해 '신친일파'라고 선언하였다.육사 교정의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주장, 일본 후쿠시마원전 핵오염수 방류 옹호와 미국 일변도의 단편외교로 중국, 러시아와로부터의 불화 및 관계단절이라는 위험을 자초하는 어리석음 등은 오직 기득권을 고수하고자하는 이기주의의 발로라고 비판한다. 신 친일파들은 근현대사에서 우리 민족을 불행의 구렁텅이로 밀어넣은 조선의 위정자들이 그들의 잇권에 조금이라도 방해가 되는 세력을 뿌리뽑기에 혈안이 되어 항일, 보국안민의 정신으로 일어난 동학농민혁명군을 학살하는 만행을 저지른 것처럼 민초들의 바램을 묵살하고 그들의 희생을 강요하며 조금이라도 반항하려하면 무참히 짓밟는 행위를 반복해 왔다.


 


이 책의 저자는 서양 철학자로서 특히 독일 철학자들의 업적을 광범위하게 꿰뚫고 있으며 동양철학인 동학의 유래와 의의, 그리고 전승에 대해 수많은 자료를 찾아 해박한 지식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이책을 펴냈다. 더우기 독일 민주화의 발원지라 할 수 있는 바이마르에 자리한 많은 역사현장과 기념관을 자세하게 설명하여 한국의 근현대사에서 잔재가 남아 있는 부조리와 불평등, 억압과 정치적 구태를 통렬히 비판하고 있다. 독일과 같은 분단국가였지만 아직도 통일은 요원하고 분단된 땅과 체제 내에서 또 분열이 끊이지 않으며 소중히 지켜져야 할 인간의 존엄성이나 권리가 소수 극단이기주의자들에 의해 묵살되는 현실과이를 추종하는 극우파의 근시안적 편건과 오만에 안타까움을 드러낸다.

소설이지만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어 가볍게 읽어나가기 힘든 책이다. 민초의 입장에서 절절히 느껴지는 원통함과 억을함이 가슴에 사무치기도 한다. 주변국의 끊임 없는 획책과 틈만 나면 밀고 내려오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북한정권과의 관계를 해결하고 당초의 믿음대로 홍익인간의 세상을 구현하는 마음으로 세계를 선도하는나라는 언제 가능할 것인가?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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