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임플로이 The Employees - 22세기, 어느 직장에서
올가 라븐 지음, 마르틴 에이트킨.이수현 옮김 / 다람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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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의 서두에 22세기 어느 회사의 프로젝트가 실패작으로 끝날 수밖에 없었던 원인과 개별 직원의 영구적 일탈을 불러오게 된 영향을 조사하여 이러한 영향들이 유발한 실적의 증감, 직무의 이해, 새로운 지식과 기술 습득의 정도를 파악하여, 생산 결과에 발생한 효과를 명확하게 평가하고자 하였다라고 조사의 목적을 밝혀 두었다. 그리고 조사한 진술문들을 실었다. 이점을 염두에 두고 직원들의 진술을 읽어야 소설의 전개를 빨리 파악 할 수 있을 것이며 진술번호가 뒤섞여 있는 것에 혼란을 적게 겪을 것이라 생각 된다. '그 물체'라는 것은 회사의 프로젝트 중의 하나로 우주선으로 회수해야 할 중요한 화물이었을 것이다. '그 물체'는 생명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무생물인 것 같기도 하고 생식 능력이 있어 보이기도 하며 호흡과 향기와 체온을 가지고 있는것으로도 보였다. 각 직원들의 진술에서 보듯이 개인에 따라 느끼는 바가 서로 달랐으나 중요한 공통점을 든다면 존재의 '정체성'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되었다는것이다. 인간은 인간대로, 인간형은 인간형대로 과연 자신의 정체성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의문의 종점은 결국은 사라짐과 영원히 재생됨의 차이라는 것이었다. 인간은 사라지지만 인간형은 어느 때고 필요에 의해 리부팅되어 재생된다는 차이다.


인간 직원과 생체물질 포드에서 생산된 인간형 직원이 함께 일하는 우주선 ‘6000호’. 그곳의 관리자들은 직원들의 생산성을 평가하기 위한 개별 면담을 실행한다. 일을 위해 가족과 고향을 떠난 인간은 향수병에 빠진 채 체념한 듯 살아가고, ‘자신이 살아 있는 게 맞는지’에 의문을 품는다. 반면 오로지 일을 위해 태어난 인간형 직원 중 일부는 ‘자신이 왜 살아 있는 게 아닌지’를 묻는다. 031의 진술을 보면 인간형이 인간을 보는 시각이 나타나 있다. 인간형은 효율에 최적화된 일종의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인간은 감상적이며 정신에 빈 공간이 많아 일 이외에 다른생각을 하거나 과거의 추억등에 빠져들기도 한다. 하나의 프로젝트가 종료 되면 곧바로 다음 일을 진행하기 전에 휴식을 취하는 게으름을 보이며 일종의 리셋시간이 필요한 존재이다. 하지만 어떤 과업을 정해진 시간보다 훨씬 짧은 시간안에 완수할 방법을 생각해내거나 간소화 하는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고보고 있다.


인간형의 소망도 나타나는데 그저 인간들 가까이 사는 것 뿐이라고, 인간들 가까이에 앉아서 고개를 흔드는 것 뿐이라고, 인간들의 냄새에 감싸이는 것 뿐이라고 간절히 인간이길 소원 한다. 이 책에서뿐 아니라 오늘날 산업현장을 보면 대부분의 정밀작업이나 고강도 파워를 요하는 작업에는 예외없이 로봇이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그 로봇을 제어하는 프로그램은 고도로 훈련된 인공지능이 적용 되었다. 인간보다 훨씬 뛰어난 효율성과 능률을 보여주는 것이 인간형인 데 이러한 인간형들은 오히려 인간을 소망하고 인간만이 가진 감정이나 판단력, 창의력을 갈망한다고 하였다. 소설을 따라가다 보면, 누가 인간이고 누가 인간이 아닌지, 누가 살아 있다고 말할 수 있는지를 쉽게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우주선6000호에 승선한 직원들의 임무 중 하나는 인간형의 발달을 추적 관찰하는 것도 포함 되었는데 인간형 노동자들 중 '위반자'로 낙인 된 자들에게 일을 계속하도록 시키면서도 우주선 안의 모두에게그들을 범죄자로 지명되었음을 알리는 처벌을 내린 결과 어떤 노동자들은 그런 이름에 부끄러움을 느끼지만 또 어떤 노동자들은 처음에는 화가 날지 몰라도 나중에는 그런 비정상적인 지위에 자부심을 갖게 되어 폭력적인 성향을 나타내게 되었음을 발견한다. 그런 인간형 직원들이 더 많은 권리, 더 큰 자유를 원할 가능성이 높아졌음을 경고하는 내용이다. 인간형이 인간을 죽이게 되는 사건까지 생기면서 진화가 당초 원하던 방향이 아닌 전혀 다른 방향으로 벗어나는 결과도나타나게 되었다. 곽재식의 <미래법정> 질문 중 하나인 로봇이 범죄를 저지르면 어떻게 처벌을 해야 하는 지 고민이 들게하는 장면이다.

결과적으로 우주선의 동작을 멈추는 특단의 조치가 마련되고 인간과 인간형 승무원들은 무차별로 하나둘 스러져 가게 된다. 종국에는 해당 우주선에서 인간성을 인정받은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이다.


 


Chat GPT의 등장에 이어 음악이나 미술등의 창작분야에 인공지능이 활동범위를 넓혀가게 되면서 인간의 영역자체가 인공지능과 공유하게 되는 상황이 삶을 관통하는 모든 분야에 확대되고 있으며 그 속도도 점점 빨라지고 있다.전문직종의 특권을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점점 희석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타이핑 몇개로 고급전문지식을 손쉽게 얻어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의료부문의 인력부족으로 국민건강관리가 원만하지 않다는 판단으로 의대생을 증원한다는 정책에 전공의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서 진료를 거부하는 현실은 지나치게 근시안적이고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보다 대범하고 거시적인 안목으로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띠뜻한 감정을 키우고 환자를 치료함에 내몸을 치료한다는 간절한 기도의 마음을 키우는 데 힘을 써도 되지 않을까? 병원의 경영자들도 이책의 우주선프로젝트 회사처럼 인간적인 측면을 무시한 채 오로지 실적증가, 생산성제고에만 열을 올리지 말고 의료행위 하나하나에 담겨야 할 인간성이 무엇인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환자의 입장에서 간절히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여 그 원하는 것을 이루어주는 행위에 더 많은 노력을 의료진들이 수행하도록 제도와 장치를 개선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가령 어떤 증세하나만을 보고 그 증세 하나만을 치료하려 하지 말고 연관된 다른 증세도 밝혀내어 근본적인 치료를 시도하는 의료행위가 인간적인 의료행위가 아닐까?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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