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종이 2
조정래 지음 / 해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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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의 장쾌함은 없었다.

황금종이 1권을 읽는 내내 답답하고 왠지 억울한 감정이 지배적이었다. 한편 돈 있는 부자들에 대한 이유 없는 적개심도 끓어 올랐다. 영화 <서울의 봄>을 본 사람들의 소감처럼 답답함과 긴장 속에 한순간도 숨을 제대로 쉬기가 힘들었다. 그리고 끓어오르는 분노.

오늘날 험악해진 세상을 들 쑤셔 모든 돈을 좇는 사람들의 그 헛된 야망과 욕심의 민낯을 드러내어 양심이 비로소 싹을 트게 하였다.

가장 낮은 바닥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마음은 돈이 있거나 돈이 없거나 대부분 도피적이고 남탓으로 돌리는 파렴치의 극이었다. 그리고는 비로소 깨닫는다. 세상은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인간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어지러운 세상 도도하게 양심을 내세우며 파렴치와 비윤리에 맞서온 이태하 변호사에 대한 대단한 기대가 목마르게 차올랐다.

적어도 1권에서 계류된 사건들을 철저하게 승리로 이끌어내고 돈으로 모든 악행을 저지르던 사람들이 저지른 악행에 걸맞게 불행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만들 내용을 2권에서 기대했다.

하지만 기대는기대로 끝난 느낌이다.

2권에서는 돈으로 온갖 부당한 행세와 권력을 휘두르던 못마땅했던 사람들이 그들의 욕심 채우기에 혈안이 되어 있을 때 그들의 돈줄을 서서히 옥죄어 돈을 사라지게 하고 마침내 욕심의 대부분을 채우지 못하고 정의에 굴복하거나 스스로 망해버리는결말을 이끌어 내기는 했다. 하지만 그 뒷맛은 씁쓸하기 짝이 없다. 돈에 지배를받던 사람들이 더많은 돈을 갈망하다가 폭망하여 자살을 택하는 사람, 죽을때까지 쓰고도 남을 전재산을 자기가 키우던 개에게 물려 주겠다던 반신불수의 인간본분 망각, 홀로된 아버지의 재산을 빼앗길까 재혼을 반대하는 자식들, 건물임대료를 한순간에 4배나 올려 달라고 하던 사람의 횡포, 돈을 수단으로 자신의 무식을 합리화 하려던 재벌2세의 우격다짐들이 그들의 의지대로 되지 않고 불행의 결과를 맞이하는 것이 마냥 통쾌하지 않았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와 불공정에 대한 법의 처분은 너무 가벼웠디 때문이다.

한 때 운동권 활동을 하던 사람들이 군벌독재가 물러나면서 대거 정치권에 득세를 하였고 국민들은 그들에게 무한한 신뢰와 기대를 주었다. 하지만 그들은 정치권에 널린 기득권층의 부조리에 순식간에 물들었고 변절을 일삼았다. 그리고 정절을 지키는 몇몇 사람들을 사회부적응자, 다혈질, 고집불통, 이상성격, 독불장군, 안하무인, 미숙아라를 말로 매도하였다. 그들은 권력을 좇아 당을 가리지 않았고 변절은 그칠 줄 몰랐다. 국가가 혹은 정치가가 나서서 난국을 헤쳐나가기에는 너무도 심각한 곯병이 들어버린 것이다.


이태하 변호사의 오늘을 이끌어준 멘토이자 선배 한지섭의 삶은 답답하기만 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출발점으로 괜찮을 듯 하다.

대통령감이 없어 나라를 제대로 경영하지 못한 정치세력에 대해 비판은 냉정하고 예리하게 하고 있다.

몇몇 재벌과 영합된 정치세력이 그들의 기득권을 사수하고자 사력을 다하는 한 우리나라의 장래는 암울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사회전반에 퍼져있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야할 책임도 이제는 국민들에게 있다. 허황된 교육열을 내려놓고 학원만능의 병적인 교육현실을 제대로 바로잡고 미래를 준비해야 할 사람들은 바로 우리자신들이라는 것이다.


양심적이며 가장 정의롭고, 가장 인간적이고 가장 믿을만한 이태하 변호사에게 저자는 질문을 던졌다.

500억원의 기부금을 철회하고 다시 되찾아 달라는 건이다. 성공보수가 10억원이 된다. 이태까지 자잘한 사건들만 맡아 진해하다보니 변변치 못한 보수가 대부분이었고 돈없는 사람들을 위한 변호이다보니 무보수도 많았던 지난 시간이다. 그런데 아버지가 대학교와 체결한 기부약정을 아들이 철회하려 한다.

법리대로 싸운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왜냐하면 아버지가 진단받은 치매내용이 경증이라는 결함이 있지만 기부약정서의 구비요건에 날인이 없는 결함을 사유로 치매경증의 리스크는 커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결함은 변호사라면 누구나 발견할 수 있는 내용이다. 아들은 500억원을 그렇게 빼앗기고 싶지 않아 소송을 건 것이다.

과연 이태하 변호사는 지금까지의 철학대로 이 의뢰건을 수락할 것인가? 아니며 다른 변호사로 하여금 그 성공보수를 누리도록 거부할 것인가?

손채경 여변호사에 대한 성폭행으로 비롯된 100억원을 보상금을 원래의 주인인 손채경 변호사에게 찾아주고도 25억원의 보수에 대해 거절했던 그가 이번에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이것은 우리 독자들에게 던진 조정래 작가의 질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대답할 의무가 있다.

변호를 거부하고 양심적이며 정의롭고 인간적이고 믿을만한 인권변호사, 하지만 가난한 변호사로 그 일을 계속해야 한다고.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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