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간 고등어
조성두 지음 / 일곱날의빛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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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조성두

식물집사, 식물이야기를 글로 쓰다가 생명과 섭리, 그리고 소망, 소명에 대해 관심을 두고있다.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1800년대 중반인 구한말부터 1900년대 후반까지의 3대에 걸친 여인들의 이야기를 마지막 여인인 유화의 시각에서 집필하였다. 시간대의 폭이 넓은 만큼 시대적 대형 사건사고도 많았고 그러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살며 사랑하며 배우는 가족사의 형식으로 전개 된다. 사건사고가 많으니 책을 읽으면서 긴박감과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이끌어 가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사건의 전개와 해결의 과정들이 연결되어 있어 내용의 이해가 쉽다.

간고등어 간잽이 엄마와 옹기상인 아버지를 둔 성원은 옹기를 만드는 초향의 집으로 옹기를 사러 오가다 초향에 반해 결혼을 하게 해달라고 아버지와 초향의 어머니에게 간청하게 되는데 문제는 성원은 무신론자였고 초향은 예수쟁이라는 이름으로 박해를 당하던 시기여서 은둔지에 숨어 지내던 천주교 신자였기에 간잽이 마당댁은 아들 신세 걱정에, 초향의 부모는 이교도와의 결혼 불허라는 교리를 어길 수 없어 허락되지 않았던데서 비롯 되었다. 초향을 흠모하던 성원의 고집을 이기지 못하여 마침내 신자가 된다는 조건부 성혼이 되고 혼인날이 다가오던 중 성원의 어미 마당댁은 당시 이교도라고 불문체포령이 떨어진 초향네와 그곳에 숨어지내던 신도들을 고발하여 체포되고 죽임을 당하게하였다. 이러한 사실도 모른 채 초향은 군졸들의 포위망을 뚫고 성원네로 도피하여 목숨을 부지하게 된다. 체포되어 모진 고문을 받던 초향의 부모가 처형까지 당하게 되었고 그 시신이라도 수습하려던 중 이렇게 부모가 체포되어 처형까지 된 모든 원인이 시어머니인 간잽이 마당댁으로부터 비롯되었음을 알게 된 초향은 마침 임신 중이던 원의 아이의 유산과 함께 성원을 떠나게 된다.

시댁인 최성원의 집을 떠나 무작정 부모님의 고향인 청송을 향해 길을걷다가 죽음의 문턱에서 구사일생 옹기쟁이 박춤삼에 의해 목숨을 건지게 된다. 초향의 손에서 놓지 않고 쥐고 있던 십자가를 보고 박춘삼은 심각함을 즉시 이해 하였고 초향의 원대로 별처를 마련하여 외부인에 알려지지 않도록 장장 14년이라는 세월동안 지극정성으로 부양을 하고 다시한번 초향을 동사의 문턱에서 구해내는 은덕을 베풀게 된다. 첫번째 신랑에 원에 대한 의무감과 교리의 준수라는 굴레에서 고민하던 초향은 마침내 두번씩이나 자신의 생명을 구해준 춘삼에 몸을 열게 되고 혼인하여 송이를 낳는다. 춘삼은 초향의 신심에 감동하게 되어 스스로 천주교를 받아들이고 세례를 받아 온전한 가족이라는 생각을 밀고나가려 한다. 초향의 산약재에 대한 풍부한 지식은 옹기쟁이 춘삼의 새로운 사업영역을 자극하여 안정적인 가정을 꾸려가기도 하였으나 약재상인연합이라는 세력의 잇권싸움에 말려 벌금까지 내고는 다시 옹기쟁이로 살게 되었다. 이미 고령이 된 춘삼은 늘어난 가족의 부양이 점점 힘들어졌고 지병도 얻게 되어 삶은 다시 고난의 기로에 빠졌다.

며느리를 떠나보낸 의리의 시아버지 최서봉은 약재상인연합의 고발서류에서 초향의 거처를 확인하였으나 나서지 못하고 초향을 찾아 전국을 거렁뱅이처럼 떠돌다 호열자에 걸려 죽음을 눈앞에 둔 자식을 보고 또 마당댁이 중풍이 들어 죽을날을 기다리는 상황이 되자 마음을 바꾸어 환자 원을 동행하여 초향을 찾아가게 된다. .초향은 성원이 약혼식때 했던 약속을 지켜줬다고 확인해준다.

"세상 끝날 때 까지 미카엘은 베스티나를 사랑할 것을 천주님깨 맹세 합니다"

초향은 성원의 임종을 받아들이고 장례식을 치루고 마침내 지난했던 의무의 고리를 끊었다. 하지만 성원은 그녀의 가슴속에 영원히 살아 부활 하였다.


장례가 끝나고 최서봉은 자신의 재산을 초향에게 넘겨주었고 얼마 안되어 송이의 아버지인 박춘삼도 세상을 뜨게 되자 초향은 송이를 데리고 경성으로 이사를 단행한다. 초향의 경성에서의 생활은 첫 시집살이에서 배운 간잽이기술이 기반이 되고 최서봉이 남긴 유산으로 '배초향'이라는 어점 및 식당을 운영하면서 시작 되었다. 송이는 미모가 뛰어난 처녀가 되어갔고 선교사들을 통해 영어를 배우고 신문물을 익히며 인맥을 넓혀갔다. 신학도인 고요한을 마음에 두고 있었지만 사제의 길을 걷는 그에 계속 매달려 있을 수없던 송이는 고관대작의 아들인 민영민을 가까이 사귀고 정구라는 스포츠를 익혀 수준급의 실력자가 된다. 한편 초향은 이런 딸의 경솔함을 바로잡고자 고등어 이야기를 시작한다. 적어도 사람을 고를 땐 그 사람의 겉모습만 보려 하지 말고 내면을 살펴 향기가 좋은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는 말이다.

" 사람도 고등어처럼 각자 이야기 있는 사람끼리 꼬이고 새로운 것들이 만들어지는 게고. 그러니 이왕이면 향기 있는 사람을 만나거라. 기왕이면 등이 푸른 사람을. 할 수만 있다면 가슴에 푸른 반점이 있는 살아있는 인생을 고르렴."

"바다는 그 아비나 어미를 넘어 그 할미나 할배들의 냄새도 헤엄친다. 그러니 사람의 속살까지 파고든. 아니! 감추어진 어느 비린내는 좋지 않은 배후가 있어. 그 창시는 시퍼런 칼이 아니면 헤집기 힘들고, 진함 염수(소금물)여도 씻겨 나가지 않지!"


 


초향의 걱정대로 민영민은 송이를 겁탈하려다 송이의 저항에 얼굴에 화상을 입게 되고 송이는 손에 화상을 입는 사건이 터진다. 시대 특성 상 여자의 잘못으로 몰고 가려던 사건 처리반은 사건현장에서 모든 과정을 본대로 증언한 권녹주라는 기생의 증언으로 쌍방 과실로 처리되었다. 자칫 했으면 송이가 오히려 가해자가 될뻔 했던 사건이었다. 이 사건으로 송이는 민영민을 멀리하게 되었고 민영민은 동원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써서 송이를 파멸시키고자 하였다. 결과 초향의 가게 배초향은 폐업에 이르게 되고 고등어요리에 특기가 있던 초향은 외국계호텔 조리사로 직업을 바꾸게 된다. 하지만 민영민은 친일 고관인 친척에 힘입어 순사를 거쳐 고등경찰과 경보부가 된다. 독립운동가들을 색출해내는 친일경찰이 된 것이다. 3.1운동이 터지자 송이에 대한 복수심으로 송이와 관련된 사람들을 체포하게 되는데 고요한과 권녹주였다. 그 두명을 무너뜨리고 송이로 하여금 죄책감에 빠지게 하려는 의도였다. 초향의 기교가 빛을 발하고 송이의 담대한 정구 대결 신청으로 둘을 구조해내게 되고 민영민은 자괴감에 스스로 자살하는 결과를 맞는다. 진실한 사랑이 욕망덩어리 자만심을 무너뜨린 것이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이성간의 사랑은 네가지 모습을 보여 준다

첫번째는 성원과 초향의 순수한 사랑이다. 이러한 사랑은 주변 이해관계자들의 무절제적인 참견으로 두사람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게 된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과 같다고 볼수 있다. 현세에서 이룰 수 없으니 내세를 기원하게 되는 결말로 귀결 된다. 오랫동안 가슴속에 여운이 남고 간혹 평생동안 잊지 못하고 간직하고 살아야 하는 사랑이다.

두번째는 춘삼과 초향의 주고 받는 사랑이다. 서로간에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오랫동안 지속되는 사랑이다. 가장 현실적인 사랑이라 할수 있으며 사슴에 새겨지기보다 자손을 낳아 이어가는 정으로 뭉치게 되는 사랑이다.

세번째는 민영민의 송이에 대한 일방적 사랑이다. 소유하고자 하는 사랑이며 마침내 소유하고 난 뒤에는 관심밖으로 멀어지는 사랑이다. 오로지 성욕만을 충족하기 위한 동물적 사랑이라 할 수 있다. 비윤리적이고 투쟁과 원한이 남게 된다.

네번째는 영적사랑이다. 고요한과 박송이의 사랑이다.

역경을 극복하고 죽음도 불사하는 사랑이다. 현 세상과는 동떨어진 사랑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보니 심신이 피곤한 여정이다. 요한과 송이의 사랑은 파촉삼만리의 여정이었다. 송이의 삶은 그 시대 대부분의 여성들의 애환에 그 어머니 초향에게 물려 받은 신앙심이 버무려지며 이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내리사랑과 희생을 마다않는 이타심, 그리고 신에 대한 굳은 믿음으로 모든 어려운 사람들을 수용하는 관대한 사랑을 보여준다.

유화와 임현이 한손의 고등어가 되길 바라는 엄마 송이의 고등어 이야기는 초향이 송이에게 해주던 철학과 맥을 같이 한다.


 


 


시대배경이 3대에 걸친 약 170년, 구한말과 근대 생활을 재현해내면서 그 시대를 살던 사람들이 역사의 물결에 따라 흐르면서 살아온 이야기는 또하나의 작은 역사일 것이다. 이러한 작은 역사들의 모임이 결국 진정한 역사이며 가슴을 울리는 이야기이다. 저술가들에 의해 승리자들의 이야기로 왜곡된 역사책으로 배울 수 없는 진실의 역사이다. 소설의 형식을 빌어 가공이라는 전제로 사건을 이끌어간 작가의 풍부한 전략과 구도에 감사 드린다. 역사책으로 배운 사건들이 요소요소에 배치하여 소설의 사실감과 긴장감을 더해주는 책이다. 민초들의 삶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장면도 풍성하다.

경상도의 푸진 사투리와 시적언어로 이어가는 대화는 이 소설을 읽는 또다른 별미이다.

"아는만큼 보이고 보이는만큼 얻을 수 있다"는 진리를 박송이의 언어능력, 정구실력, 외모, 담대함, 국제경영능력으로부터 배울수 있다.

출판사에서 책을 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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