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집 - 대한제국 마지막 황족의 비사
권비영 지음 / 특별한서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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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비영

1995년 신라문학대상으로 등단. 소설가로 국내는 물론 해외 여러나라에 번역. 출간 등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그 겨울의 우화』, 『덕혜옹주』, 『하란사』, 『은주』, 『몽화』, 『엄니』등의 장편소설이 있다.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태자 이은, 대한제국 마지막 적통 직계손 이구. 이들이 나라를 잃고 국적도 잃고 정체성마저 위협받는 상황속에 마음에 두고 있지도 않는 권력에의 위협요소로 오해받아 받게 되는 협박과 고통은 아무런 보호장치도 없이 고스란히 받아들여야 했다.그러한 상황에서 그들이 지킬 수 없던 것은 나라뿐 아니라 자기 집마져도 빼앗겨버리고 마는 허약하고 힘 없는 평민이었을 뿐이었다.


우리에게 이방자여사로 더 많이 알려진 영왕 이은의 부인이 된 마사코는 일본국의 나시모토 황족이며 부친이 군 고위 간부로 재위하고 있는 부유한 집안의 장녀였다. 조선의 마지막 황태자 이은은 이토 히로부미의 책략으로 일본으로 유학을 하게 되고 거기서 정략에 의해 혼인을 하였다.영왕 이은은 늘 조국으로의 귀국과 제왕으로의 재위를 염두에 두고 있어 결혼 생활이 즐겁지 않았으나 마사코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아들 '진'을 낳았다. 그렇게 영왕 이은과 마사코 부인은 서로 사랑하기도 하였으나 정치적인 문제나 한.일 양국간의 사건사고가 터질때마다 물과 불처럼 화합할 수 없는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이은은 속국의 황태자, 마사코는 지배국의 황녀라는 벗어버릴 수 없는 신분 때문이었다.

이은 부부가 아들 진과 함께 조선에 올 기회가 있었는데 이 때 아들 '진'이 급사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이 사건으로 부부간 갈등이 고조에 달하기도 하였으나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극복하게 된다.

이 후 일본으로 돌아가 1년간의 유럽여행을 하게되는데 영왕 이은을 감시하는 세력들의 간섭으로 볼모로서의 처지를 뼈져리게 느낄 뿐이었다.

영왕 이은은 일본육사를 졸업하고 승승장구하며 마침내 사령관 자리까지 오르게 된다. 그동안 아카사카 대저택도 구입하여 살고 둘째아들 '구'가 탄생하는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게 된다. 하지만 일본이 전쟁의 회오리에 말려 들고 마침내 전쟁에 패하게 되면서 삶이 커다란 위기를 맞게 된다. 일본에서는 조선왕공족이 폐지되어 왕실 신분으로 누려오던 모든 혜택이 사라졌고 마사코의 아버지는 전범으로 투옥되었고 이은 또한 황족이 소유했던 전재산을 국유화 하면서 생활비마져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상황이 된 것이다. 또한 속국입장과 패전국입장이 두 부부간에 바뀌게 되면서 마사코는 심각한 두려움속에 살게 되고 마침내 번아웃상태가 되고 만다.

황태손 구는 전쟁통인 한국과 어지러운 일본을 떠나 미국으로의 유학을 가게 된다. 가세가 기운 영왕 부부는 마침내 아카시카 대저택마져도 처분하면서 근근이 살아가게 되었다. 아카사카 저택은 지켜낼 수 없었던 집이었다. 사라진 집이었다. 잃어버린 집이었다. 마사코의 삶에 힘을 주는 구의 역할은 영와 이은까지도 헌신적으로부실필 수 있는 힘을 주었다. 마사코는 날마다 사랑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내리며 이은에 대한 마음을 다독였다.

아들 구를 보기 위해 미국에 온 영왕 이은 부부는 아들과 뉴욕에서1년여를 함께 지냈는데 이 때 구는 우크라이나태생 미국인인 직장돌료 줄리아 멀록을 사귀었고 일사천리로 결혼까지 하게 된다.하지만 이 일로 줄리아의 인생은 불행의 길을 걷게 된다. 1963년 대한민국 국적을 얻어 한국에 오게 된 영왕은 이미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어떤 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에서 마사코의 줄리아를 대하는 입장은 싸늘함 자체였으니 그도 그럴 것이 마사코 본인마져도 제대로 된 황족의 일원, 종친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처지였음이다.자유분방한 줄리아의 문화적 차이는 끊임없는 이혼요구로 이어졌으며 이는 구에게도 점차 세뇌되어 줄리아를 멀리하게 된다.줄리아는 구가 세상을 떠났을 때 한국을 왔지만 철저하게 열외자였다.


소설의 허구를 수단으로 실제 역사를 제대로 이해해주길 바라는 작가의 의도가 곳곳에 배여 있는 소설이다.

대한제국 마지막 황족 이구가 자신이 태어난 아카사카 저택이 내려다보이는 인근 호텔레서 자살한 후 시공간의 자유를 얻어 자신을 둘러싼 인물들의 과거와 그럴 수밖에 없었던 고민과 고통을 이심전심의 느낌으로 표현하는 전지적시점으로 집필하였다.

역사적 사건은 일시를 명시하여 사실감을 돋보이도록 하였다.

하나의 왕조가 마지막 순간까지 정통성을 지키려하는 종친들의 욕망과 아무런 권한이나 보상도 없이 오직 의무만을 수행해야 하는 몇몇 허울뿐인 우상들의 고통이 잘 드러나 애잔한 마음이 드는 소설이다.

새로운 체제의 국가나 정치체제는 기존 지배층에 대해 과거를 앙갚음하는데 치중할 게 아니라 그들의 고통을 살피고 줄여주는 노력을 해나가는 게 대범한 입장일 것이다. 조선왕조의 황족인 실재 인물 영왕 이은, 정략결혼으로 인생을 근면과 인내로 살아야만 했던 일본황족인 마사코, 그둘 사이에 적장자로 태어난 아들 이구와 미국인부인 줄리아로 이어지는 역사의 흐름과 그 속게서 펼쳐지는 편견, 차별, 형식과 겉치레, 불합리에 속수무책으로 쫓겨나고 희생당한 삶을 '잃어버린 집'으로 묘사하였다.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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