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이방자여사로 더 많이 알려진 영왕 이은의 부인이 된 마사코는 일본국의 나시모토 황족이며 부친이 군 고위 간부로 재위하고 있는 부유한 집안의 장녀였다. 조선의 마지막 황태자 이은은 이토 히로부미의 책략으로 일본으로 유학을 하게 되고 거기서 정략에 의해 혼인을 하였다.영왕 이은은 늘 조국으로의 귀국과 제왕으로의 재위를 염두에 두고 있어 결혼 생활이 즐겁지 않았으나 마사코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아들 '진'을 낳았다. 그렇게 영왕 이은과 마사코 부인은 서로 사랑하기도 하였으나 정치적인 문제나 한.일 양국간의 사건사고가 터질때마다 물과 불처럼 화합할 수 없는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이은은 속국의 황태자, 마사코는 지배국의 황녀라는 벗어버릴 수 없는 신분 때문이었다.
이은 부부가 아들 진과 함께 조선에 올 기회가 있었는데 이 때 아들 '진'이 급사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이 사건으로 부부간 갈등이 고조에 달하기도 하였으나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극복하게 된다.
이 후 일본으로 돌아가 1년간의 유럽여행을 하게되는데 영왕 이은을 감시하는 세력들의 간섭으로 볼모로서의 처지를 뼈져리게 느낄 뿐이었다.
영왕 이은은 일본육사를 졸업하고 승승장구하며 마침내 사령관 자리까지 오르게 된다. 그동안 아카사카 대저택도 구입하여 살고 둘째아들 '구'가 탄생하는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게 된다. 하지만 일본이 전쟁의 회오리에 말려 들고 마침내 전쟁에 패하게 되면서 삶이 커다란 위기를 맞게 된다. 일본에서는 조선왕공족이 폐지되어 왕실 신분으로 누려오던 모든 혜택이 사라졌고 마사코의 아버지는 전범으로 투옥되었고 이은 또한 황족이 소유했던 전재산을 국유화 하면서 생활비마져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상황이 된 것이다. 또한 속국입장과 패전국입장이 두 부부간에 바뀌게 되면서 마사코는 심각한 두려움속에 살게 되고 마침내 번아웃상태가 되고 만다.
황태손 구는 전쟁통인 한국과 어지러운 일본을 떠나 미국으로의 유학을 가게 된다. 가세가 기운 영왕 부부는 마침내 아카시카 대저택마져도 처분하면서 근근이 살아가게 되었다. 아카사카 저택은 지켜낼 수 없었던 집이었다. 사라진 집이었다. 잃어버린 집이었다. 마사코의 삶에 힘을 주는 구의 역할은 영와 이은까지도 헌신적으로부실필 수 있는 힘을 주었다. 마사코는 날마다 사랑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내리며 이은에 대한 마음을 다독였다.
아들 구를 보기 위해 미국에 온 영왕 이은 부부는 아들과 뉴욕에서1년여를 함께 지냈는데 이 때 구는 우크라이나태생 미국인인 직장돌료 줄리아 멀록을 사귀었고 일사천리로 결혼까지 하게 된다.하지만 이 일로 줄리아의 인생은 불행의 길을 걷게 된다. 1963년 대한민국 국적을 얻어 한국에 오게 된 영왕은 이미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어떤 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에서 마사코의 줄리아를 대하는 입장은 싸늘함 자체였으니 그도 그럴 것이 마사코 본인마져도 제대로 된 황족의 일원, 종친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처지였음이다.자유분방한 줄리아의 문화적 차이는 끊임없는 이혼요구로 이어졌으며 이는 구에게도 점차 세뇌되어 줄리아를 멀리하게 된다.줄리아는 구가 세상을 떠났을 때 한국을 왔지만 철저하게 열외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