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두려워하고 또 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말과 행동에 털끝만큼도 자신을 가지지 못했다. 나 자신 '없음'이다. 바람이다. 텅 빈것이다.
내 이름은 요조다. 나의 특성은 엉큼한사람, 속임수를 쓰는 사람. 불신이 가득한 사람. 고독한 사람. 낯가림이 심한사람. 대인기피이며 결정장애이고 소심하며 자기주장을 못하며 다만 물질적인 부족함은 모르는 그런사람이다.:
어릴때부터 매월 소년잡지 10여권과 일반도서 몇권씩 읽으면서 만물박사 저리가라 박식했고 괴담이나 강담등에도 달통하고 있어 주변에 웬만한 사람들로 하여금 단 1%의 의심도 허용하지 않을만큼 완벽하게 눈속임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전지전능한 누군가에게 발각이라도 되는날이 걱정이되어 노심초사의 시간이 계속 되었다. 이것이 어린시절의 이야기라니...완벽한 천재였다는 이야기다.
중학생이 되면서 고향을 떠나 타향살이를 하게 되는데 이점은 더더욱 남을 속이는 광대짓이 용이해짐을 알게하였고 이 기회를 이용해 나의 광대짓은 절정에 달하게 되었다. 하지만 같은반에서 가장 모자라다고 따돌림받는 다케이치에게 "거짓말이지?"라는 한마디에 속여온 모든 행위가 완전히 간파 당했음을 알게 되었고,. 나자신이 근본적인 문제아라는 사실이 밝혀질까 두려워 다케이치가 죽기를 바라기까지 하지만 직접 죽여버리겠다는 용기는 내지 못한다. 나 자신이 광대짓을 계속하기 위해 다케이치와 친하게 지냈고 그로부터 평생동안 짊어지고 살아야하는 '예언'을 듣게 된다. " 여자들이 너한테 반할거야."라는 말. 그 말을 듣게 된 이후 갑자기 주변으로 모여드는 여자들이 새로운 감성으로 느껴지고 여자들과 남자들의 차이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하며, 그러다보니 여자에 대한 지식이 부쩍 늘게 된다.
이 때 프랑스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에 영향을 받아 자화상을 그리는 계기가 있었는데 그 그림에는 자신의 생각을 있는그대로 솔직하게 표현하였기에 요조라는 인간을 객관적으로 볼수 있었던 기회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광대짓 밑바닥에 깔려 있는 음산함이 모든 분위기를 휩싸고 있음을 알아차렸을 뿐이다.
워낙 머리가 좋아서인지 중학교 과정을 남들보다 1년 조기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기숙사라는 단체생활을 시작 한다. 하지만 얼마 견디지 못하고 아버지의 별장으로 거처를 옮기게 된다. 이렇게 혼자 생활하다보니 학교와는 점점 멀어지고 어려서부터 관심이 갔던 그림에 끌려 인근 화실에 드나들다 그곳에서 6살 많은 인생 최악의 인연인 호리키를 만나게 된다. 그로부터 어두운 세상살이의 구석구석을 배웠으며 특히 매춘부로부터의 배움은 선천적으로 잘생긴 요조의 외모와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여자들이 사족을 못쓰게만드는 마력의 능력자, 소위 제비로서의 자질을 단단하게 갖춘다.
호리키로부터의 가르침은 공산주의에까지 빠지도록 하였으며 마침내 중요한 핵심역할까지 수행하는 상황으로 치닫는다.
R.S라는 공산주의연구회 활동을 하면서 동지로 알게된 여자와 하숙집 딸의 집요한 접근, 카페마담의 호의등이 한꺼번에 밀어닥치며 엄청난 대 혼란을 겪는다. 사기꾼의 아내와 정사를 하였고 동반 자살을 위해 바다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여자는 죽고 자신은 살아남아 살인방조죄로 조사를 받아야 했다.
이때 또한번의 속마음을 간파당하는 일이 벌어진다. 바로 사건 조사를 맡은 검사가 조금이라도 벌을 덜 받으려고 가짜 기침을 하는 자신에게 "진짠가?"라며 미소짓는 상황이 생긴 것이다. 기소유예처분을 받아 석방은 되지만 이미 마음은 천길 낭떠러지로 추락한 상황이 되었다.
이 사건 이후 부모로부터의 지원이 줄줄면서 점점 가난이라는 새로운 상황과 부닥치게 된다. 이미 호리키로부터 터득한 삶의 지혜로 근근히 버티고 살아가게 된다. 돈 떨어면 여기저기 이별을 당하는데 왜 그런지 여자들은 그를 버리지 않는다. 학생시절 은혜를 베풀어 주었다고 생각했던 호리키를 찾아가지만 대접은 싸늘하기만 했다.호리키를 통해 조그만 잡지사의 취재기자인 시즈코로를 알게 되고 보살핌을 얻어 그녀의 아파트에서 지낼수 있게 되었다. 또한 그녀의 도움으로 잡지사에 만화도 연재하면서 돈을 벌기도 한다. 하지만 제버릇 개 못주듯이 돈이 좀 생기니 술버릇이 돌아왔다. 그러다 그 술버릇으로 자기에게 베풂을 준 시즈코에게 피해를 주게 될것이 걱정되어 아파트를 떠나 스탠드빠에 신세를 진다. 스탠드빠마담의 보살핌으로 자리를 잡고 여전히 만화도 그리며 술도 얻어먹는다. 그때쯤 담배가게 아가씨인 요시코라는 어린소녀를 알게되었고 사랑에 빠져 결혼까지 하게 된다.
결혼을 하자 잠깐 정신을 차리게 되었고 안정된생활을 하기도 하지만 시즈코의 지나친 순진함에 서서히 권태감이 밀려 들었고 다시금 엣날의 술병과 여자들과의 방탕을 일삼는 술중독자가 된다.
호리키와 신혼집에서 돈이 떨어질때까지 술을 퍼 마시다가 반대말게임을 한다. 죄의 반대말을 찾지못하고 헤메다 아내 시즈코가 외갓남자에 겁탈 당하는 모습을 보고는 그녀가 예비해둔 수면제로 자살을 시도하지만 실패하게 된다.
건강이 급격히 악화되었고 술병은 다시 도져 마침내 각혈까지 하는 상황이 된다. 주인공이 처음 자살방조죄로 조사받을 때 연기했던 각혈이 이번에 진짜가 된 것이다. 괴로움과 고통을 완화하려 약국을 찾았는데 마침 약사가 요조와 마찬가지 삶의 고통을 온몸으로 견디던 중이어서 동병상련의 감정을 불러 일으키게 되고 몰핀을 불법으로 투약하게 된다. 몰핀을 투약하면서 고통이 줄고 활동이 편해지니 점점 더 의지하게 되었고 중독이 된다. 몰핀 값을 가당하기 어렵게 되자 일가친척에 최후의 방편으로 도움을 요청하며 이번에는 가족들이 정신병원에 입소시킨다. 그제서야 자신이 정신병자임을 느끼게 된다.
아버지가 죽고나자 형이 찾아와 정신병원에서 나오게 되었지만 이미 몸은 만신창이가 된상태. 이것이 인간실격이라고 한탄하지만 이미 때늦은상황이 되었다.고향 가까운 요양소로 거처를 옮겨여생을 보내게 된다.
책을 읽어가다보면 어느새 가슴 한쪽이 답답해지면서 불만이 꾸역꾸역 치밀어 오르는것을 느끼게 되는데 아마 대부분의 독자들이 저자와의 공감단계에서 경험하게 되는 일일 듯하다. 그만큼 저자의 솔직한 감정이 가감 없이 글로 표현되어 있기 때문이지만 스스로 질문해보면 나의 삶이 이책의 주인공인 조조와 어떤 면에서는 공통분모가 있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있을 것이다.
1960년대 극심한 가난을 겪고 자란 터여서 가진자들에 대한 원인 모를 분노를 늘 가슴에 담고 살아왔다고 할 수 있다. 이책의 주인공과는 전혀 상반된 어린시절과 청년기 그리고 이성으로부터 단 한번도 매력을 느끼게 하지 못하는 외모까지 철저하게 반대의 삶을 살아온 내게는 이책의 주인공을 차라리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로 미웠고 복에겨운 나머지 미친짓을 하고 다닌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었다.
자신의 생명이라 하더라도 자기마음대로 죽이고 살리고를 결정할 수 있다는 생각, 우월한 유전자와 환경을 가지고 있으면서 왠지모르게 부족함을 느끼며 내면으로 쪼그라드는 생각, 낯부끄러움, 다른사람에 대한 원인모를 두려움, 철저히 뭉개버린 자신감, 그리고 그러한 모든 내면을 감추고자 거짓으로 일관된 행동들, 그리고 그러한 유치한 행동에 대해 속내를 알아치리지 못하는 주변인들.. 이 모든 게 용납되지 않는 마음 뿐 이었다.
책을 다 읽고나니 조금은 아픈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겉은 멀쩡하더라도 속이 곪을대로 곪은 사람, 허우대 는 멀쩡한데 인간관계는 온통 범죄자들인사람, 내로라하는 권력을 누리면서도 자식하나 제대로 건사하지 못해 수십번씩 검찰 조사를 받거나 매스컴에 사과방송해야하는 사람, 사지 멀쩡한데도 사고보험금 때문에 병상을 뭉개고 있는사람 등등 살아가기보다 살아낸다는 말이 어울릴만한 아픈사람들. 그들의 마음속에 응어리와 두려움과 고통이 어떻게 자리잡고 얼마큼 괴롭히고 있을지 조금은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그런 내적 고통이 견딜만하고 적절하게 풀어가면서 살아가는 많은 평범한 사람들 그들은 행복하다는 것을 알 필요가 있지 않을까?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