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라는 그리운 말 - 사라진 시절과 공간에 관한 작은 기록
미진 지음 / 책과이음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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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집이라는 그리운 말

 


저자 미진

작고 평범한 가운데 감사와 행복을 찾는사람이다. 버려진 것들에 마음이 쓰인다.

이 책의 제목 『집이라는 그리운 말』에서 느껴지듯 집을 중심으로 생활하고 집을 둘러 싼 사람들을 부대끼며 살아온 과정, 마침내 내집을 마련하고 그 집에 쏟아붓는 애정이 담뿍 녹아 있는 에세이다.

책의 구성은 3개의 파트로 나뉘어있는데 자라온 과정을 순차적으로 배열하여 책을 다 일고 나면 한 사람의 일생을 읽은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첫번째파트 어디에도 없는 집에서는 저자의 어린시절과 초등학교 시절을 보낸 만리동 산꼭대기 집을 중심으로 저자의 가족들의 삶, 이웃들의 삶, 그들과 어울려 함께하는 삶을 회상하였다.

두번째파트 골목길모퉁이에서는 저자가 중학생이되어 역시 만리동에서의 학교친구들과의 관계와 추억들을 다루었다.

세번째파트 우리집 가는길에서는 만리동을 떠나 남의 집에 세들어 사는 삶을 그리기 시작하는데 아현동에서의 반지하생활, 도둑에 의한 피해등과 같이 셋집의 환경의 열악함을 표현하였고, 영등포 고모집에 더부살이 하는 동안은 아파트라는 첨단의 주택에서의 삶이며 만리동시절 그렇게도 이상향으로 꿈꾸었던 환경이었음에도 막상그 속에서의 삶이 자유를 포기해야하는 것이 많은만큼 불편한 삶으로 회상하였다.



 


마침내 관약구 봉천동, 지금으로 말하자면 달동네에 내집이 생기게 되었다.

이후 눈만뜨면 집을 고치고 또 고치기를 반복했다. 심봉사가 청이와 재회하면서 네가 내딸 청이가 맞느냐며 딸의 얼굴을 쓰다듬듯 집의 이곳저곳을 어루만졌다. 내집을 갖겠다는 꿈을 이루가 가지고 잇던 모든 애정을 쏟아붇게 된다.



책의 제목이나 내용은 집을 중심으로 이어지지만 저자가 끝까지 강한 감정을 드러내는 부분은 엄마였다.

엄마를 회상하게 되면 행복, 슬픔,분노,그리움의 복합적인 감정이 교차하였다.

엄마의 바지런한 손길이 방금까지 머물다간 화분들이 치맛단을 따라 박음질 된 레이스처럼 둘러 있고, 대문 옆 크기가 제각각인 평범하기 짝이없는 화분과 항아리를 엄마는 윤이나도록 닦았다. 엄마가언제고 떠날 집, 아무도 봐주지 않는 막다른 구석집에 시간과 정성을 쏟는 이유를알지 못하였다고 하지만 엄마가 돌아가시고 옛날을 회상하니 조금을 알겠다고 고백한다.

이젠 그런 엄마의 마음은 온전한 사랑, 긍휼한 마음으로 자신의 수고를 수고롭지 않게 감당하며 한평생 아낌없이 주는 나무였다고 결론 짓는다.

저자의 어머니는 나눔의 삶을 평생동안 유지하였다. 집이라는 물리적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필요로 하는 모든사람들에게 정신적 구심점으로 삼도록 하였다. 그리하여 엄마의 마지막 가는 길은 외롭지 않았다.



" 풀을 잔뜩 먹여 사각거리는 소리가 들리던 요와 이불도, 뽀얗게 삶아 줄지어 늘어선 행주도, 매일 얼굴을 닦아

반짝이던 초록 잎사귀도, 배가 두둑한 윤기나는 항아리도, 긴 머리를 곱게 늘어뜨린 바짝마른 시래기도 더이상 볼수 없을 것이다."

내가 대학시절 자취를 하였는데 버스를 타려면 시오리길을 나와야 하는 충청도 산골벽촌에서 서울로 쌀이며 반찬이며 옷가지며 온갖 생활필수품을 커다란 보따리로 4~5개씩 이고지고 버스정류장과 자취방을 몇번씩이나 오가며 보따리를 나르던 강인한 작고하신 어머니를 떠오르게 했다.

집이라는 물리적 공간보다는 가족이라는 짐을 평생 안고 사셨던 어머니야말로 정신적 안식처이자 영원한 집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하였다.

집은 결국 어머니를 떠올리고 그 안에서 함께 살아온 가족을 하나로 묶어주는 정신적 공간이다.

다양한 집이 있고 셋집살이를 하는 사람들이 겪어야하는 다양한 집주인도 있다. 결국 집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갖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물리적 공간으로서의 집에 얽매여 집이 나를 소유하게 하는 삶을 살것인가 아니면 집을 사랑과 행복을 꾸며가는 정신적 공간으로 생각하며 실질적으로 집을 소유하고 살 것인가라는 집에대한 가치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였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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