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 - 엄마와 딸의 공동 회고록
하재영 지음 / 휴머니스트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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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영

개인의 미시적 서사가 사회에 대한 증언으로 확장하는 이야기, 공적 주제가 한사람의 내밀한 삶으로 수렴하는이야기, 그리하여 불완전한 내가 불완전한 타자와 연결되는글 쓰기를 소망하는 논픽션 작가다.

이 책의 내용도 작가와 실제 삶을 같이한 작가의 엄마와 할머니 그리고 작가 자신으로 이어지는 엄마의 엄마의 엄마의 실제 이야기를 회고하며 쓴 것이다. 서문에서 작가는 선언하였다.

"이글은 엄마에 대해 모름을 앎으로 바꾸기 위해시작 되었다"고

남존여비, 가부장제의 유교사상이 깊게 뿌리를 내린 조선시대와 일제식민지시절을 지나 6.25전쟁을 겪어내면서 남아선호주의는 더욱 강화 되었고 여성의 인권에 대해서는 언감생심 입밖에 내지도 못할 정도로 정치와 사회 문화전반에 여성이 드러나는 일은 금기 시 되었던 시절에 작가의 엄마가 태어나 자라고 결혼을 하고 작가인 딸을 키우고 나이를 먹고 늙어가는 .엄마의 일대기를 회고 하고 그 사건에 대한 당시 작가의 행동과 가졌던 생각을 회고해보고 견해를 밝히는 내용이다. 더불어 작가의 가족간 내밀한 부분까지도 온전히 드러내어 기록하고 있어 책을 읽으며 조심스런 마음이 들기도 한다.

통상 엄마라는 이미지를 짚어보면 『놀라운 기적을 만드는 미라클모닝의 힘』 김프리 작가가 그렇게도 닮고싶지 않은 모습을 그려불 수 있다.

" 돈이 되는 지식이나 기술이 없으니 생활비를 벌어다 주는 남편의 말 한마디에 주눅들고, 아이들을 등교시킨 후엔 특별히 할일이 없으니 집에서 자거나 누워서 드라마만 보는 삶, 시어머니 전화 한통에 가슴 철렁함을 느끼며 명절과 김장철이면 시댁에 가서 영혼을 바쳐 일만 하는 삶. 마트에서 유통기한이 임박한 최저가 상품만 찾고, 외출 할 일이 없으니 같은 옷을 3~4일씩 입고, 피부는 푸석하고 항상 피곤해 보이며 세상 돌아가는 물정을 몰라 아이들과 남편에게 무시당하는 존재"로 모성의 절대성, 무조건적인 사랑과 복종, 현모양처라는 허울에 갇힌 존재하지 않는 존재이다.

이 이미지는 어머니라는 한계를 넘어 여자라는 '족속'을 송두리째 의미하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작가는 이런 엄마가 되기 싫다고 선언했다.

즉, 이 책에서 엄마가 없다고 단언하는 것은 현실 어머니와는 무관하게 어머니라는 집단무의식인 '어머니 원형', '모성의 절대성'으로부터 자기 정체성과 대결하는 '어머니 콤플렉스'로부터 벗어나려는 투쟁이다. 더이상 나를 낳은 여자의 분신으로 살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여성이 산업전선에 실질적으로 진출하게 된 후 여성에 관련된 새로운 신화를 만들어 기존 가부장제와 남성위주 체제의 유지를 꾀하고자 하였다고 보았다.

즉, 사회에서의 여성의 성공은 능력으로부터 비롯되는것이 아니라 외모와 성적 매력으로부터 나온다고 하였다.

여성이 권력구조에 진입하려는 시도를 무산시키기 위한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여성을 가정안에 묶어 놓으려는 여성성의 신화가 힘을 잃게 되고,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지자 아름다움의 신화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할머니와 어머니와의 관게속에서 저자는 할머니를 남성을 대체하는 권력자로 표현하려 하였다. 할머니의 독선과 주장은 엄마나 여성의 모습이 아니라 할아버니나 아버지인 남성을 대리하는 위치로 표현 하였다. 하지만 그녀 또한 한 어머니였음을 한계로 보고 측은한 마음을 숨기지 못한다.



"나는 엄마처럼 살지 않기를 다짐하면서, 엄마처럼 살기를 소망한다. 전자의 다짐은 엄마가 처했던 현실을 계승하지 않겠다는 의미이고, 후자의 소망은 그 현실에서 고유성을 지키려 애썼던 엄마의 정신을 상속하겠다는 의미다."

"잘 살아 왔어. 책임을 저버린 적도 없고, 자존감이 흔들린 적은 있을지언정 무너지지 않았고, 나 자신에 관해 생각하고 질문하는 일도 멈추지 않았어"

"나에게 엄마는 낡은 관습을 상징하지 않는다.타인이 나를 비주체적인 인간으로 내모는 상황에서도 주체적 인간이기를 끝내 포기하지 않는 이의 상징이다."

'생각하는 자', '질문하는 자'는 궁극적으로 성찰을 통해 '더 나은 자신을 꿈꾸는 자'이다.




독자들도 이야기의 결론이 무엇인지 궁금하겠지만 저자 자신도 명확한 결론을 내지 않고 숙제로 남겨 두었다.

여성성의 원형인 엄마처럼 살수도 없을것이고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삶을 살아가야 하는 의무가 현대 여성들 모두에게 있고 이는 여성만의 임무가 아니라 사회전체 구성원이 공동으로 인식하여 개선하여 나갈 과제이다.

그럼으로써 한단계 더 성장할 테니까.

앞으로 무조건적인 희생을 당연시 수용하는 엄마와 같은 사람들이 아무런 의식없이 살아가는 그런 세상은 더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결론 짓는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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