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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게 던지는 사랑의 그물
이외수 지음 / 동문선 / 1998년 8월
평점 :
절판
난 메마른 글은 좋아하지 않는다. 단 한 문장을 쓰더라도 작가의 감정과 사상이 들어가 있다는 걸 느끼는 것을 좋아한다. 무궁무진한 상상력을 별볼일 없는 문장의 나열들로만 이루어놓은 글은 좋아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외수님의 글은 읽을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작가라는 명찰을 달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로 향하는 존경심을 이 분에게 느끼게 되는 이유도 이것일 것이다.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적합한 문장들을 찾아내는 솜씨말이다. 상투적이지 않고 지루하지 않은 글들을 찬찬히 읽어내려가다보면 부러운 생각까지 절로 든다. 이런 상황을, 이런 모습을, 하물며 그저 보통 사물들까지, 생각하지 못한 언어들을 쏟아내어 만들어가는 이외수님의 글은 진심으로 부럽다.
하지만, 내가 이 책을 좋아하는게 단지 작가의 수려한 글솜씨뿐이냐하면..당연히 아니다. 이 책은 솔직함을 담아낸다. 자신의 삶한자락을 들춰보면서 솔직함하나만을 담아내고 있다. 그 속에는 내가 생각하던 '보통'사람의 기준을 벗어난 작가의 모습도 있었으며 내가 혐오하던 사람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놓은 작가의 모습도 있었다. 아마도 이외수라는 모습이 내 앞에 나타난다면 난 그에게 이런 존경심따위는 갖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이 분의 글은 아마도 오랜시간동안 나에게 환영받을 것이다. 억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굳이 그 사람들을 이해시킬 생각은 없다. 그럴 재주도 없고, 이외수님은 분명히 몇줄의 글을 통해 사람들을 이해시킬 수 있을텐데..이것이 내가 그의 글을 좋아하는 이유다.
그리고 나보다 세상을 많이 겪은 경험을 토대로 옮겨놓은 예쁘게 그려진 지혜들이 있다. 아직은 어리고 세상경험이 부족한 나에게 30년을 훌쩍넘어선 지혜를 이 책을 읽음으로써 얻었기때문에 이 책을 읽은 시간들은 조금도 아깝지 않았다.
자신의 삶을 내보이면서 굳이 '교훈'이란 명목으로 우리를 억지로 이끌어 내고 있지는 않지만 '깨달음'이란 덕목으로 이미 나는 이 책을 더듬어 가고 있었다. 동정하지 않을 수 없었던 작가의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그렇지만, 그런 삶들속에서도 세상을 보는 작가의 눈을 느끼다보면 내가 사는 세상이 소중하다는 느낌을 갖는다. 어설픈 감성이 아니라 몸으로 부딪쳐 깨달은 작가의 삶을 엿보다 보면 어느새 '아름다운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하는 나를 보게 된다. 사는 지혜와 소중함을 하나 하나 얻어간다면 내 삶이 아름다워지는 것이 단순한 소망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걸 나는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