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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 키튼 18 - 꿈을 캐는 사람 (완결)
우라사와 나오키 지음, 가쓰시카 호쿠세이 스토리 / 대원씨아이(만화) / 200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맥가이버를 싫어했던 기억을 가진 사람이 내 주위에는 없다. 헝클어진듯 자유분방한 머리 스타일을 하고는 그만큼 꽤나 자유스러운 모습으로 이런 저런 일을 기가막히게 술술 해내던 그 사람을, 동경했다.
우리 할아버지는 말씀하셨지, 아니 아버지 였던가? 아무튼 '어려운 상황'이 닥치면 어디선가 들려오는 음악소리와 함께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며 뚝딱뚝딱 뭔가를 참 잘도 만들었던 '맥가이버'
와, 대단해. 멋지다.
라는 막연한 동경과 함께, 맥가이버는 '어딜 가서도 분명 살아남을 불사신'이라고 믿게 되어버렸다.
초등학교 시절 내 막연한 동경의 대상이 10년이 지나 다시 나타났다.
더 잘날 수도 없을 만큼 잘났고, 만능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만큼 만능의 모습을 하고는,
만나는 사람들의 신임은 모두 얻어내고는 사건의 중심에서 모든 일을 해결해버리고 마는...'키튼'
영국 특수 부대에서 그야말로 뛰어난 성과를 올리며 영웅이 되어버리고는, '내 관심은 오로지 고고학이야'라는 신념이 가득찬 얼굴로는 세계 이 곳 저 곳을 뛰어다니며 그 방대한 지식의 힘을 자랑하는 키튼은 ..보험조사원이 되어서 '미궁에 빠진, 손대기 어려운, 이런저런 이해관계가 얽혀든' 많은 사건들을 몸소 해결해버린다.
...키튼을 비꼬려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그렇다. 사실 내 눈으로 확인못했을 뿐이지 이런 사람이 지구 상에 하나쯤 존재한다고 해서 그걸 분개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단지 좀, 부러울 뿐이지.
이 작품은 이 '키튼'이란 인물을 내세우며, 유럽 역사와 사회 이 곳 저 곳을 두루 돌아다니며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한 마디로 얘기하자면, 재미있다. 정말, 아주, 재미있다.
현재 연재되고 있는 '20세기 소년'이나 많은 논란을 만들어낸 '몬스터'의 작가답게, 그 철저한 정보 수집과 사실적인 배경들은 흥미와 호기심을 놓치지 않게 붙드는 힘을 가졌다.
게다가 앞서 말한 것처럼 '대단한 키튼'이란 인물의 캐릭터의 힘도 분명하게 설정해 놓아 '가식'이나 '거부감'이 없이 받아 들여진다.
그리고, 작가 특유의 정치에 대한 관심 및 문제 의식을 심어 놓아 긴장감 속에서 일정한 방향성을 유지하게 만들기도 한다.
분하긴해도, 이런 종류의 작품을 만화로 만들 수 있는 나라가 현재 일본이다.
캐릭터와 드라마의 조화를 멋드러지게 살리면서도 속도감있는 진행으로 즐거움을 놓치지 않게 하고, 그런 가운데서도 '작가의 생각'을 심어놓는 멋진 재주다.
이 책을 보고, 친구에게 처음 했던 말은
"있잖아. 너랑 나랑 사막에서 조난당해도 살아돌올 수 있는 방법을 배운 것 같아, 나."
였다. 키튼이 사막에서 돌아오는 장면을 기억하는 분들이라면 나의 이 말에 적극 동감해주지 않을까?
이렇게 사실적인 내용 구성은 꽤나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다.
'몬스터'로 시작한 이 작가의 책을 읽고 나는 일본말을 얼른 제대로 마스터 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이 사람과 이야기를 한 번 나눠봤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사람 작품 어디서나 '정의'와 '역사의식'이라는 커다란 흐름, 그리고 세계 정치와 불의에 대한 민감한 반응이 나를 꽤 많이 흔들어 놓았으니까.
작가와 작품을 완전히 동일시해서는 안된다는 걸 알지만, 정말로 이 사람과의 대화가 의미있지 않을까란 욕심이 생겼기 때문이랄까?
그리고, 어쩔 수 없는 '일본인에 대한 반감' 때문일까? 묻고 싶다. 다른 나라에 대한 역사가 아닌 당신들의 역사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느냐고.. 싸우고 싶으냐고? 아니, 천만에. 하지만, 분명 이런 작품을 그려내는 작가가 왜곡된 역사의식을 갖고 있다면 너무, 슬플 것 같으니까.
이런 저런 이야기로 혹시 이 작가에 대한 흥미가 떨어졌다면, 당장 머리를 흔들어 버리고 내 리뷰따위는 던져버리고, 당장 책을 먼저 읽어 보기를 권한다.
'재미있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작가의 매력을 놓치는 실수는 하지 않았으면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