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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 게바라 평전 ㅣ 역사 인물 찾기 29
장 코르미에 지음, 김미선 옮김 / 실천문학사 / 200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어떤 유명한 일을 했는지, 사람들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아있는지 알 수 없었다. '체 게바라' 라는 이름이 어느 틈엔가 자연스럽게 떠올랐지만 그 뿐이었다.
쿠바 혁명을 주도했던 사람이란다. 카스트로 정권이 성립되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친 사람이란다. 쿠바? 군인들이 무장한 채로 거리를 돌아다니고, 시가를 아주 잘 만드는 위험한 그..곳? 3차 대전의 위험이 생길뻔했던 그 사회주의 국가? ..호감이 없을 뿐더러, 관심도 없던 곳이다.
그런 내가 2005년을 시작하는 책으로 이 책을 선택했던 것은, 순전히 우리 목사님 때문이었다.
이제는 작년이 되버린 2004년 어느 날, 목사님께서 설교 시간에 '전사 그리스도라고 불리는 남자를 아느냐'고 물어오셨다. 전사..? 게다가 그리스도? 이름만 알고 있던 체 게바라에 대해 이야기하시며 목사님은 '치열하게 저항하며 자신에게 엄격하고 타인을 위해 사는 삶'에 대해 말씀하셨다.
단지, 그 이유였다. 누군가에 의해서 저렇게 평가 받을 수 있는 삶을 산다는 것은 어떤 걸까? 그게 궁금했고, 2004년이 끝날 쯤 이 책을 주문하고야 말았다.
아르헨티나 사람이었고, 의사였고, 천식이 있었고, 보통의 가족들과 친구들이 있던 영리한 청년이었던 그는 인생을 바꿔놓을 여행을 하고 만다.
쿠바 혁명에 뛰어들었고, 게릴라가 됐고, 몇 년에 걸쳐 사람을 죽이고 살리는 일을 반복하며 마침내 82명으로 시작한 혁명이 성공하고 말았다.
쿠바의 재건을 위해 노력했고, 외교 관계 역시 이전에 강대국 주도권을 되돌리려 노력하며 경제적으로 발판을 잡기위해 최선을 다했고, 겨우 성공한 쿠바 혁명의 발판을 집어 던지고 다시 게릴라가 됐다.
그래서?
나에게 묻는다면.
그래서, 어쩌라구? 그래서 체 게바라가 대단한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거야? 그래서, 체 게바라라는 인물에게 빠져버린거야?
그렇게 묻는다면, 나는 조금 망설일거다.
그의 외적인 업적이란 것은 분명 대단했고, 세계 젊은이들을 열광하게했던 것도 사실이고, 지금도 기억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나는 그의 다른 면에 마음이 움직였다.
자신에 대한 완벽한 이상향에 도전했다는 점이 그렇다.
누구나 그렇듯이 사회의 문제 앞에서 분노하고 그 문제에 맞서 싸울 것을 다짐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은 많은 이유들이 있지만 결국에는 약한 의지의 문제일게다. 그는 직접 몸으로 겪은 사회 병든 곳을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쏟아 붓는다. 이것은 내 말처럼, 혹은 당신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의 이런 강력한 추진력과 신념은 부러웠다.
쿠바 내에서 역시 마찬가지다. 평등한 인생을 꿈꿨던 그는, 생활 속 어느 곳에서나 그 신념을 실천하기 위해 칼같이 날카롭게 움직였다. 나태해지고 게으르지 않게 늘 깨어있었고, 죽음 한 가운데서도 자신의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정'이 가지 않는 사람이긴 하다. 완벽한 자기 관리에 힘썼던 그를 보노라면, 한숨이 나오기 까지 하니까.
하지만, 자신과 주위를 단련시키던 이 사람이 바라던 것은 '사회의 상처를 제대로 아물게 하는 것'이었다. 곪지 않고, 덧나지 않게 하기 위해 처음 치료부터 올바르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그의 모습은, 그렇기에 나를 반성시킨다.
신념을 가진다는 것은, 목숨을 버릴 수 있는 옳음을 찾아내는 것이다.
신념을 지킨다는 것은, 내가 사는 이 현재를 조금도 낭비하지 않고 맞선다는 것이다.
작가의 굉장한 집념으로 혹은 애정으로 이야기되는 체 게바라는,
억지로 신화를 꿈꾸지 않고, 과장되게 감동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사실로 이야기되는 그의 삶에서 보여지는 낭비할 것 없었던 그 시간들은, 이상을 위해 현실을 치열하게 살았던 그 모습들은, 나의 신념의 흔들림을 보여준다.
2005년. 새롭게 시작되는 한 해 맞는 준비, 단지 깨끗하게 치운 방이나 큰 맘 먹고 끊은 학원 수강증이 아니라, 내 신념의 시작으로 마음먹길 원한다면 '체 게바라'를 만나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