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 안도현 산문집
안도현 지음 / 신원문화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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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하면 역시 새해 계획이다.

그놈의 새해 계획때문에 추워 뒤질새에도 밖으로 나가 운동도 하고 왔고..

이리 앉아서 북리뷰를 하고 있다.


여자는 누가 뭐래도 낙장불입

한다면 최소 한달은 한다..ㅠㅠ


어제 저녁에 막내랑 누워서 학교이야기를 하다가

선생님과 애들이 새해계획에 대해서 같이 나눴다는 말이 나왔다.


큰애는 새해에는 덜 어벙하기로

둘째는 새해에는 덜 불평을 하기로

엄마는 새해에는 운동하고 많이 쓰기로 하였는데

너는 어뗘~했더니,

막내가 곰곰히 생각한다.

그리고, 답하였다.

자신은 운동화 끈을 묶는 걸 연마해서, 내년쯤에는 찍찍이말고 끈달리 운동화를 신으신단다.

현명한 자식이다.

나도 이런 걸로다 세웠어야 하는데..말이다.


각설하고..

취향에 상관없이 안도현시인은 

한 시대를 대표하는 명성을 얻었다.

그 평가에 불만도 반발도 없다.


다만 아쉬운 건..

그런 명성에 비해 산문이 너무나 무난하고, 개성이 없고, 재미도 없고..

그러니, 당연히 재미도, 감동도, 찔림도 없다는 점이다.


독자들이 안도현..이라는 이름에

사람..이라고 타이틀을 붙힌 책을 무슨 생각으로 집어 들었을까

글에 대한 독자의 기대를 높인 건

순전히 출판사의 마케팅의 결과만이 아닐 터.


전체적으로 생각을 익히지 않고,

고민도 오래하지 않고,

원고지를 채워나간 무성의함이라는 게 

나한테도 눈치채일 정도라면

안도현시인은 자신의 글을 좀 아껴서 쓰심이 어떨런지..하고,

건방이 하늘을 찌른 자의 충고를 새해벽두부터 내지른다.


150 페이지에서부터 156 페이지에 잠깐

안도현작가가 오래된 고민으로 익힌 생각이 나온다

시에 대한 그의 감상과 느낌과 시각을 정리한 글이다.


그게 다다.

이 책은..


다시 말하지만,

이리 말해서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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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이별
박동숙 지음 / 심플라이프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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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짊어지는 무게야

남이 알 바가 아니다.


나에게도

남의 일이려니 하고

속없이 부러워라하는 직업이 있었다.


우연히 블러그친구를 먹은 

심야 라디오프로의  작가가 바로 그 업이다.


얼~매~나 낭만적이게요~

라디오인데,

그것도 심야이고,

알홈다운 목소리로 읽어주는 나의 글하며,

한낮의 치열한 전투를 끝낸 말랑말랑해진 청취자들에,

지루하니 웃겨달라 다그치는 오후의 극성없이,

밤에 듣는 음악은 얼매나 고울 것이며

음악에 곁들인 글은 얼매나 높고 외롭고 쓸쓸할런지..

상상만으로도 희뭇했었다.


허나, 밥벌이 앞에 짠내 안나는 사연없다고,

힐끗 바라 본 그녀의 글들앞에서

나는 몇 안남은 세상에서 부러운 거 목록에서

또 한줄을 지우고 말았다.

내가 이래서 무얼 알고 잡지가 않다.


그래도,

그녀의 글들은 부러움이 사라진 내 가슴에 아직도 남아 있다.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벤치처럼..


그녀가 삶의 어떠한 터널, 어떠한 구비를 걸어가든

날이 좋아서..이든

날이 나빠서..이든

날이 적당해서..든

써야만 했던 온갖 사랑의 이야기들

그 일에 관한 글이였던 거 같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엮은 것이고..


책을 출판했던 사실에는 반가웠으나,

제목을 알고는..

나는 부담스러웠다.


어른의 이별이라니 말이다.

어른의 도리도 알겠고,

어른의 자격도 알겠고,

심지어, 어른의 사랑마저 알겠고만,

나는 이별을 어른답게 하는 것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연애고자였던 나는

청춘의 전투에서는 늘 패배하였고,

그 피비린내 나는 밀당에서는 늘 물을 먹었으며,

자존감, 자신감, 자만심, 자존심..등 기타등등 비슷한 발성의

전혀 다른 근본 뜻을 한번도 제대로 파악한적이 없었다.


내 이런 말까지는 참으려 했으나..

우리집 뚱땡이, 즉, 남편을 만나지 않았으면,

여전히 홀로 살았을 것이라는 것에 내 오른 손모가지를 걸 수 있다.


누구나 쉬이 공감하겠지만,

이별이 제일 막장파트 아닌가

그리고, 제일 견디기 힘든 일이,

내가 어쩔 수 없이 그 파트의 메인인 진상으로 등극하는 걸로 주로 끝이 나고..ㅠㅠ


그런 마음가짐으로, 

그녀의 책을 읽다가 생각이 들었다.

위로가 되겠구나..그 누군가에게는..


그리 시리고 아린 가슴안고도,

미치지 않으며, 

한밤중에 라디오를 틀고 ,

음악을 듣는..

정신줄을 꼭 붙들려고 다잡는 사람들에게는

사랑의 기승전결을 몇바퀴를 겪고..

날이 좋아서, 날이 나빠서, 날이 적당해서...

사랑이야기를 써내려 갈 수 있었던 사람의 글이 

위안이 될 수 있으리라.


오래오래 남는 글을 쓰고 싶었으나,

허공에 흩어지는 라디오작가가 된 작가가

의미없이 사라지는 것이란 없다는 걸 깨닫게 된거 처럼


가버린 청춘의 시간들에

마음 약해질까바 

음악 한 소절을 귀에 담지도 않고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고,

참고 또 참고 달려 온 아쥠이

다 늦게 사진도 곱고

글도 고운 그녀의 책을 본다.


의미없이 사라지는 감정도 없는 것인걸..

메마르려고,

스스로를 다그쳤던 예전의 나를 떠올리며

뒤늦게 로션 한방울을 바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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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이기호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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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의 별볼일없는 소설가 박수영은 총 십일 개월 동안 깊은 산 속에서 와신상담 소설 집필에 매진하다가 최근 하산했다. 그사이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하여 세상이 아수라장이 된 줄도 몰랐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각자의 직업에 따라 UN의 심사를 받고 세계 각지로 흩어지는 중이다. 소설을 탈고하는라 뒤늦게 심판장에 도착한 수영에게 서기는 말한다. "소설가라, 소설가…… 모집 직종란에 없는 직업이군요."(196쪽) 소설가가 다이상 직업을 인정되지 않는 세상이 된 것이다. 그는 이제 완벽하게 무능력한 무직자다. "선생이 쓰는 소설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전구나 라디오 같은 발명품 아니냐."(207쪽)라거나, "노동 없는 곳에선 소설도 아무 의미 없는 게 아닌가요?"(208쪽)라는 심판관의 논리 앞에서 "그러니까 소설은…… 예술의 영역이니까……"(206쪽)라는 수영의 대답은 무력하다. 그는 어떻게 자신을 증명해야 하나._300~301쪽 : 신형철 평론가의 해설에서




사는 배경이 대한민국이라면..

그리고, 그곳의 삶이 익숙하다면..

고작 십몇개월이라도

산속에서 지내다가 하산해 보면

원자력발전소가 좀 폭팔할 수도 있고,

세상이 아수라장이 되어버리는 것 같은

이 작품에서 묘사된 상황이

그리 모진 상상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무척이나 슬프고 비극적이겠으나

기상천외한 것으로 다가오는 게 아니라,

그럴 수도 있으려니..하는 정도의 반응을 보이는게

다이나믹 코리아에 길들여져 있는 우리가 보일 태도라고 본다. 


그리하여,

이수호작가의 수인에서

내 눈길을 끌었던 것은 

원전폭팔도..세상 폭망도 아니고,

UN심사관의 네가 예술을 아느냐..

알면 개뿔 증명할래?..따위의 질문도 아니었다. 


오로지 그리고 오롯이

자신이 소설가임을 증명하기 위해서

자신의 소설이 전시되었으나,

이젠 이십오 미터두께의 시멘트로 봉인된 교보문고를

곡괭이 하나로 둟어 뻥하려는 하산한 소설가의 행동이였고

40페이지중 20페이지 정도를 차지하고 있었던 곡괭이질에 대한 묘사였다.


삽질의 대명사인 삽과 더불어 양대산맥을 이루려다가 만 곡괭이질의 곡괭이를

그 연장의 선택에서 부터 수반된 인연과

식전 댓바람부터 시작된 노동으로 하얏게 불사르는 저녁까지의 하루

그리고 '이게 도대체 뭔 짓인가?'하며 찾아오는 오밤중의 물음들까지가

기승전결의 기


그리고, 그 중간부분부터 반복되는 노동에 익숙해지며 요령이 생겨서

급기야 곡괭이가 내가 되고, 내가 곡괭이가 되어서리

내가 파고 있는 것이 시멘트인지, 아님 나인지가 헷갈리는 몰아일체감을 느끼는 거까지는 

기승전결의 승


거의 다 이루었노라..하고,

고지가 저기일세..하며,

거의 다다렀을 때 느끼는 알지 못할 주저함까지는

기승전결의 전으로


포털로 모은

그 행동과 마음 하나하나가

장인정신처럼 다가오는 그 곡괭이질이

내겐 모두 소설가의 일처럼 느껴지더라


그러다가 생각했다.

소설가가 아니라도..

다들 마음에 곡괭이들 하나씩 품고 살지 않을까..하고.


세상이야..뭐..

원자력발전소 몇개씩 찜쪄 먹는 폭탄이 

전후맥락도 없이 왕왕 벌어지는 곳이라.


깊은 산속에서 글을 파다가 홀연히 하산을 하던,

밥 잘먹고 집나와 출근길에서 막닥들이든지,

언제나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불심검문처럼

때와 장소와 상황과 처지를 가리지 않고

나는 누구인지..

증명하라면 해야지 어쩔것이냐 말이다.


망명은 소설가임을 증명하고 떠날 프랑스에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불명확한 것속에서도 계속되던 곡괭이질에 있었고, 

남의 곡괭이질에 입바른 소리로 평가질하던 서기의 뒷통수는 갈겨야 제 맛이며,

한번 불 붙은 곡괭이질은 이젠 멈출수가 없으며,

그 굴속을 향하여 무조건 휘두르는 스삐릿으로

기승전결의 결 되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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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누스 푸디카 창비시선 410
박연준 지음 / 창비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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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연준


이파리로 가득한 숲속에서
나무는 얼굴이 어디일까 생각한다

바람의 힘으로 사랑에서 떨어질 수 있다면

이파리들은
나무가 쥐고 있는 작은 칼
한 시절을 사랑하다 지는 연인

누군가 보자기가 되어
담을 수 없는 것을 담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일
떨어지기 위해 물방울이 시작하는 일

두세해 전 얼었던 마음이
비로소 녹고

어디선가 '남쪽'이라는 꽃이 필 것도 같은

.....................................................
 
여자인가하면 남자고
남자인가하면 여자인
가늠할 수 없는 이름을 가졌다면
작가로서 과히 기본 골격을 그린 거

시집한권을 다 읽고
무심코 넘긴 표지사진에 허걱한다면
시인으로서 과히 허를 찌른 거

김연수작가의 책을 첨 읽고
동명이인의 여친 1호에게 너의 이름은 어찌하여 그러한가 물었던 나인데.
송종규 시인이니, 박연준 시인이니,
이름마저 정치적으로 올바른 고아한 분들이
선입견에 쩔은 나를
요래조래 달래가며, 옳고 거친 길로만 이끄신다.

시인에게는 나도 질투하는 감정외에는 없건만
요새 애들 몰고 나가는 가을숲에서 느꼈던 내 마음을
나무는 왜 이파리를 떨구어 내는가..
요새 부쩍부쩍 나이들어 가는..
어린 맛이 전부였던 연인인가..
이제 부담스러운가..등등을
고대로, 그것두 나보다 빠르게, 
한층 업그레이드된 물로 쓰신 시인의 시가
내 마음을 꿰고 있다듯이 적시더만..

것두 모자라다는 듯이
이 시를 버얼써 읽고, 

푸른 꽃양배추를 기르며
하루쯤 다녀갔음 좋겠다고 편지하겠다며
멀리 남쪽으로 간다고..
실천에 들어가실 듯한 동료까지..

이 가을에 
많이 늦은 나는
이번 생이 처음이라 그란다며..
다음 생을 기약한다.

이름부터 멋지게 말이다.


바람의 힘으로 사랑에서 떨어질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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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귓속말 - 문학동네시인선 기념 자선 시집 문학동네 시인선 50
최승호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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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에서 출판한 시선집이 50회를 넘었을때

시집을 낸 시인들의 자선 시와 덧글을 하나씩 뽑아 

기념 자선집 영원한 귓속말을 내었다고.


시선집이 지금은 200회를 넘어가는데,

나는 원래 연식이 좀 된 그런 시인과 오래된 시들을 좋아해서리

50회이전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시들은 좋은 데
그냥 좋을 뿐이고.

자신의 시옆에 달린 덧글들이 더욱 절절하다.

한살림에서 벌교 참꼬막을 샀다. 입을 헤 벌리고 있다. 살기를 포기하고 그리움까지 놔버린 얼굴을 보고 말았다. 길을 잘못 들어, 갈 데까지 간 꼴이 지금이라면 꼬막에게 뭔가를 물어 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 정대웅 시인, 참꼬막 >중에서


왠만한 건 다 살 수 있는 곳에 산다.
그러나, 다 살 수 있는 곳에서도 꼬막은 없다.

엄마가 바퀴달린 카트에다 싣고온 
망탱이에 담긴 수북한 꼬막을 싱크대에 넣고
빨래를 하듯 무척이나 치대어 씻어 내고,
들통에 넣어 후루룩 짧게 끓여서 
TV앞에 앉은 아빠앞에 숟가락과 함께 밀어 놓는다.
'자..묵고 잡은 사람이 까시오'

무뚝뚝한 엄마가 한마디를 남기고,
보던 일 보러 부엌으로 가버리면,
아빠는 얼른 소파에서 내려앉아
귀신같은 속도로 꼬막을 까내었다.
숟가락을 꼬막을 궁둥이부분의 
가장 단단히 붙은 부분에 넣고 삐끗~해줄 뿐인데
1분에 10개는 더 까는 듯했다.

그렇게 깐 꼬막은 건드리지 않는 게 불문율이라,
우리 남매는 아빠 옆에 앉아 
꼬막의 궁둥이부분이 아니라,
서울 사람들 모냥으로 손으로 입을 간신히 벌려 
그 흐드드한 국물이 가득한 꼬막을 
그 따스한 액즙을 마시곤 하였다.

'옷에 묻히지마. 냄새가 참말로 어지짢으~'라던 아빠가 제일 많이 묻히고..

꼬막 삶은 물을 버리지 않고,
그 웃국물을 밥한공기 싸이즈로 양념장에 넣고
간장을 살짝 넣고,고춧가루 한스푼, 마늘쫑쫑, 파송송, 깨를 넣으면
꼬막이 완성되었다.

국물이랑 같이 훌쩍훌쩍 찍어 먹고, 
밥에도 비벼먹고,
파래무침과 함께 무척이나 그리운 우리집 겨울밥상이다.

겨울이 가까와지면,
엄마는 꼬막껍질을 다 떼버리고
양념을 좀 세게하여, 속 꼬막들만으로 도시락반찬으로 싸주시곤 햇는데
나는 간지가 나지 않는다하여 싫어라 하였으나,
부모마저 서울내기가 많았던 내 친구들은 조개가 맛있다고 무척 좋아하였다.

그런 꼬막의 모습이
조정래선생의 관능적인 묘사로 태어나고,
정대웅시인의 정신줄 놓은 모습으로 다시 묘사되니,
겨울철이라 특히 대놓고 식욕이 돋아 
그리움마저 놔버린 얼굴이라는..표현에도 입맛만 다시는 나는 민망할뿐.

다시 말하지만, 
나를 키운 건 벌교꼬막이다.
한 2푼 5리정도?



한살림에서 벌교 참꼬막을 샀다. 입을 헤 벌리고 있다. 살기를 포기하고 그리움까지 놔버린 얼굴을 보고 말았다.
길을 잘못 들어, 갈 데까지 간 꼴이 지금이라면 꼬막에게 뭔가를 물어 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 정대웅 시인, 참꼬막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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