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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이별
박동숙 지음 / 심플라이프 / 2017년 9월
평점 :

사람마다 짊어지는 무게야
남이 알 바가 아니다.
나에게도
남의 일이려니 하고
속없이 부러워라하는 직업이 있었다.
우연히 블러그친구를 먹은
심야 라디오프로의 작가가 바로 그 업이다.
얼~매~나 낭만적이게요~
라디오인데,
그것도 심야이고,
알홈다운 목소리로 읽어주는 나의 글하며,
한낮의 치열한 전투를 끝낸 말랑말랑해진 청취자들에,
지루하니 웃겨달라 다그치는 오후의 극성없이,
밤에 듣는 음악은 얼매나 고울 것이며
음악에 곁들인 글은 얼매나 높고 외롭고 쓸쓸할런지..
상상만으로도 희뭇했었다.
허나, 밥벌이 앞에 짠내 안나는 사연없다고,
힐끗 바라 본 그녀의 글들앞에서
나는 몇 안남은 세상에서 부러운 거 목록에서
또 한줄을 지우고 말았다.
내가 이래서 무얼 알고 잡지가 않다.
그래도,
그녀의 글들은 부러움이 사라진 내 가슴에 아직도 남아 있다.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벤치처럼..
그녀가 삶의 어떠한 터널, 어떠한 구비를 걸어가든
날이 좋아서..이든
날이 나빠서..이든
날이 적당해서..든
써야만 했던 온갖 사랑의 이야기들
그 일에 관한 글이였던 거 같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엮은 것이고..
책을 출판했던 사실에는 반가웠으나,
제목을 알고는..
나는 부담스러웠다.
어른의 이별이라니 말이다.
어른의 도리도 알겠고,
어른의 자격도 알겠고,
심지어, 어른의 사랑마저 알겠고만,
나는 이별을 어른답게 하는 것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연애고자였던 나는
청춘의 전투에서는 늘 패배하였고,
그 피비린내 나는 밀당에서는 늘 물을 먹었으며,
자존감, 자신감, 자만심, 자존심..등 기타등등 비슷한 발성의
전혀 다른 근본 뜻을 한번도 제대로 파악한적이 없었다.
내 이런 말까지는 참으려 했으나..
우리집 뚱땡이, 즉, 남편을 만나지 않았으면,
여전히 홀로 살았을 것이라는 것에 내 오른 손모가지를 걸 수 있다.
누구나 쉬이 공감하겠지만,
이별이 제일 막장파트 아닌가
그리고, 제일 견디기 힘든 일이,
내가 어쩔 수 없이 그 파트의 메인인 진상으로 등극하는 걸로 주로 끝이 나고..ㅠㅠ
그런 마음가짐으로,
그녀의 책을 읽다가 생각이 들었다.
위로가 되겠구나..그 누군가에게는..
그리 시리고 아린 가슴안고도,
미치지 않으며,
한밤중에 라디오를 틀고 ,
음악을 듣는..
정신줄을 꼭 붙들려고 다잡는 사람들에게는
사랑의 기승전결을 몇바퀴를 겪고..
날이 좋아서, 날이 나빠서, 날이 적당해서...
사랑이야기를 써내려 갈 수 있었던 사람의 글이
위안이 될 수 있으리라.
오래오래 남는 글을 쓰고 싶었으나,
허공에 흩어지는 라디오작가가 된 작가가
의미없이 사라지는 것이란 없다는 걸 깨닫게 된거 처럼
가버린 청춘의 시간들에
마음 약해질까바
음악 한 소절을 귀에 담지도 않고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고,
참고 또 참고 달려 온 아쥠이
다 늦게 사진도 곱고
글도 고운 그녀의 책을 본다.
의미없이 사라지는 감정도 없는 것인걸..
메마르려고,
스스로를 다그쳤던 예전의 나를 떠올리며
뒤늦게 로션 한방울을 바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