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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귓속말 - 문학동네시인선 기념 자선 시집 ㅣ 문학동네 시인선 50
최승호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3월
평점 :
문학동네에서 출판한 시선집이 50회를 넘었을때
시집을 낸 시인들의 자선 시와 덧글을 하나씩 뽑아
기념 자선집 영원한 귓속말을 내었다고.
시선집이 지금은 200회를 넘어가는데,
나는 원래 연식이 좀 된 그런 시인과 오래된 시들을 좋아해서리
50회이전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시들은 좋은 데
그냥 좋을 뿐이고.
자신의 시옆에 달린 덧글들이 더욱 절절하다.
한살림에서 벌교 참꼬막을 샀다. 입을 헤 벌리고 있다. 살기를 포기하고 그리움까지 놔버린 얼굴을 보고 말았다. 길을 잘못 들어, 갈 데까지 간 꼴이 지금이라면 꼬막에게 뭔가를 물어 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 정대웅 시인, 참꼬막 >중에서
왠만한 건 다 살 수 있는 곳에 산다.
그러나, 다 살 수 있는 곳에서도 꼬막은 없다.
엄마가 바퀴달린 카트에다 싣고온
망탱이에 담긴 수북한 꼬막을 싱크대에 넣고
빨래를 하듯 무척이나 치대어 씻어 내고,
들통에 넣어 후루룩 짧게 끓여서
TV앞에 앉은 아빠앞에 숟가락과 함께 밀어 놓는다.
'자..묵고 잡은 사람이 까시오'
무뚝뚝한 엄마가 한마디를 남기고,
보던 일 보러 부엌으로 가버리면,
아빠는 얼른 소파에서 내려앉아
귀신같은 속도로 꼬막을 까내었다.
숟가락을 꼬막을 궁둥이부분의
가장 단단히 붙은 부분에 넣고 삐끗~해줄 뿐인데
1분에 10개는 더 까는 듯했다.
그렇게 깐 꼬막은 건드리지 않는 게 불문율이라,
우리 남매는 아빠 옆에 앉아
꼬막의 궁둥이부분이 아니라,
서울 사람들 모냥으로 손으로 입을 간신히 벌려
그 흐드드한 국물이 가득한 꼬막을
그 따스한 액즙을 마시곤 하였다.
'옷에 묻히지마. 냄새가 참말로 어지짢으~'라던 아빠가 제일 많이 묻히고..
꼬막 삶은 물을 버리지 않고,
그 웃국물을 밥한공기 싸이즈로 양념장에 넣고
집간장을 살짝 넣고,고춧가루 한스푼, 마늘쫑쫑, 파송송, 깨를 넣으면
꼬막이 완성되었다.
국물이랑 같이 훌쩍훌쩍 찍어 먹고,
밥에도 비벼먹고,
파래무침과 함께 무척이나 그리운 우리집 겨울밥상이다.
겨울이 가까와지면,
엄마는 꼬막껍질을 다 떼버리고
양념을 좀 세게하여, 속 꼬막들만으로 도시락반찬으로 싸주시곤 햇는데
나는 간지가 나지 않는다하여 싫어라 하였으나,
부모마저 서울내기가 많았던 내 친구들은 조개가 맛있다고 무척 좋아하였다.
그런 꼬막의 모습이
조정래선생의 관능적인 묘사로 태어나고,
정대웅시인의 정신줄 놓은 모습으로 다시 묘사되니,
겨울철이라 특히 대놓고 식욕이 돋아
그리움마저 놔버린 얼굴이라는..표현에도 입맛만 다시는 나는 민망할뿐.
다시 말하지만,
나를 키운 건 벌교꼬막이다.
한 2푼 5리정도?
한살림에서 벌교 참꼬막을 샀다. 입을 헤 벌리고 있다. 살기를 포기하고 그리움까지 놔버린 얼굴을 보고 말았다. 길을 잘못 들어, 갈 데까지 간 꼴이 지금이라면 꼬막에게 뭔가를 물어 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 정대웅 시인, 참꼬막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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