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읽는 내내 지금껏 이런 저런 핑계로 미루어 왔던 일, 보고 싶은 사람들 생각으로 눈시울이 뜨거워 졌다.
이 책은 방송인이자 작가인 미치 앨봄이 대학 졸업이후 오랫동안 잊고 지내왔던 노교수님을 그 교수님의 루게릭 병 발병을 계기로 다시 만나게 되면서 화요일마다 함께 인생의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해 나눈 얘기들을 교수님 사후에 써낸 책이다.
내가 어떻게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을까? 그 많은 책들 가운데 어떻게 아무 망설임도 없이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을 읽기로 한 것일까... 아마도 화요일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월요일이나 수요일이었다면 나는 결코 이 책을 읽지 않았을 것이다.
삶에 휘둘려 살아가던 미치 앨봄이 그랬던 것처럼 죽음은 충분히 치러내고 계셨던 모리교수가 그랬던 것처럼 내게도 화요일은 치유로 설명되어지는 날이었다. 모리교수님과 함께한 화요일마다의 수업으로 점점 자신의 삶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고 그동안 잊고 지내왔던 자신의 건강한 모습과 삶의 의미들을 찾게 되는 미치 앨봄처럼..내게도 화요일 마다 이루어지는 상담공부는 잊고 있던 내 모습들과 찾지 못했던 삶의 의미와 가치들을 찾게 되는 계기가 되어주었다. 서른 살 을 훌쩍 넘겨 삼십대 중반을 살아가고 있는 내가 요즘 들어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무엇에 인생의 가치를 둘 것인가를 묻고 있었다. 꿈 많던 여고시절이나 고민 많던 생각 많던 대학 시절에 조차 간과하여 흘려보내던 많은 것들을 이제 사 찾아 헤매고 있다. 아마도 나의 마음의 고장은 미리미리 그 모든 것들을 챙겨 두지 않아서 일어난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저 운 좋게 얻게 된 직업에 아무런 고민 없이 하게 된 결혼, 어찌어찌 두 아이의 엄마가 된 현재의 상태에 까지 이르면 정말이지 나 스스로에게 할 말이 없어진다.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아 온 건지. 늘 보다 좋아지길, 보다 윤택해 지길 꿈꾸며 그 뒷꽁무니 만을 한결같이 쫓아 왔건만 나는 항상 무언가가 비어있는 사람 인 냥 허전하고 내가 갖고 있는 것들이 아무것도 아닌 냥 허무하게 느껴졌었다. 매일을 살아가고 있는 나라는 사람이 문득 돌아보면 어느 곳에도 있지 않은 것 같은 느낌.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듯 다시는 찾을 수 없을 것 같은 가슴 아픔. 그저 반 발자국만 뒤로 물러서면 얻을 수 있는 평화로움을 나는 진정 서른여섯 해를 살면서 모르고 지냈다. 나를 위해 최선을 다하며 살아 왔지만 진정 내가 원하는 삶이 어떤 것이고 어떻게 살기를 원하는 가에 대해선 철저하게 나의 의견을 무시하고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았었다. 그렇게 나 스스로 나를 내 삶에서 제외시키며 살아온 것이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상담공부를 시작하면서 또 모리교수를 알게 되면서 한번도 진지하게 생각해 본적이 없고 그저 두렵기만 했던 죽음이 그리고 힘들 때면 입에 달고 살던 “죽고 싶다. 죽고 싶다” 는 말이 대신에 “어떻게 죽을까”를 생각하게 되고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를 생각하면서 변하기 시작해 죽음이 삶의 끝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끝에는 항상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들이 정답처럼 이어져 내 삶에 대해 진진하게 생각해 보는 하나의 계기가 되어 주었다. 그저 나 하나만을 위해 살면 그만 이었던 어릴 적 단순한 삶을 그리워하며 다시 돌아가고 싶어 하던 내게 모리교수는 현재의 삶에서 의미를 찾으라고 그리고 그것을 찾게 되면 더 이상 돌아가고 싶어지지 않으며 앞으로 앞으로 나가고 싶어지게 되고 더 많은 것을 보고 더 많을 일을 하고 싶어진다고 얘기해 준다. 정말 그런지도 모르겠다. 나만 내안의 문제들만 바라보던 내가 지금은 내가 가진 것을 다른 누군가와 나눌 수 있을까 하는 것에 생각이 미친 것을 보면. 가까이는 내가 사랑하는 내 가족에서부터 전혀 일면식도 없는 타인에게 까지 내가 앞으로 공부해 나가고 알게 될 것 들을 함께 나누어 줄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마음이 그득해 진다.
시간을 내 주고,관심을 보여 주고, 이야기를 해 주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나 자신을 바치는 일이 내 삶을 의미 있게 해 준다는 모리교수님... 졸업 후 16년 만에 삐죽 찾아온 제자를 그것도 당신이 죽음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에 찾아온 미치 앨봄을 모리교수님은 온 몸으로 따뜻하게 품어 안으신다. 문득 문득 스쳐가는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 그리고 나를 사랑해 주었던 사람들 함께 있을 때 온전히 나 자신을 바쳐 사랑하지 못한 그들에게 나는 다시 시간을 내어 줄 수 있을까? 그런 기회를 얻을 수 있을까? 그리고 그들이 지금의 나를 모리 교수님처럼 온몸으로 받아 줄 것인가..용서해 줄 것인가... 우습지만 이토록이나 무질서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그리고 앞으로도 살아갈 나를 내 스스로 이제는 용서 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연습이 내게는 절실하게 필요하다. 죽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철저하게 살아내셨던 모리 교수를 보며 죽음이 결코 삶의 어두운 끝자락이 아니라 나 자신과 화해할 수 있는 내 삶 속의 모든 것들과 화해할 수 있는 아름다운 최후의 순간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긴다.( 물론 운이 좋아야겠지만..^^)
마지막 미치 앨봄과 모리교수님의 작별 의식은 호스피스 시간에 나누었던 영화 마이 라이프의 암으로 죽어가는 주인공 존스와 그의 아기 브라이언의 그것과 닮아 있어 펑펑 울어 버렸다. 존스가 브라이언의 숨쉬는 가슴과 아기의 온 몸을 바라보며 작별을 고했듯 미치 앨봄도 숨을 쉬기 위해 오르락 내리락 하는 모리교수님의 가슴에 손을 얹고 온몸으로 그분과 작별인사를 나눈다. 함께 한다는 것은 바로 그런 것인가 보다. 온전히 마음으로 몸으로 서로를 느끼며 사랑 하는 것. 내가 그토록 이나 원했던 것도 어쩌면 함께 할 누군가였는지도 모른다. 모리 교수님이 알려준 비밀처럼 우리는 아기 때 가 지나서도 여전히 누군가의 돌봄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문득 돌아봐 지는 건 그것이 나 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얘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내 삶이 어떻게 살아질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내가 어떤 의미를 부여하든 삶은 모퉁이를 돌아 내게 어떤 상황과 만나게 해 줄지 알 수 없으니까 .하지만 어떤 모습이든 이제는 어떻게 내 삶을 맞이해야 할지 어렴풋이 알 수 있을 것도 같다..정말 어렴풋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