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아워 2 - 생과 사의 경계, 중증외상센터의 기록 2013-2018 골든아워 2
이국종 지음 / 흐름출판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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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 소개드릴 책은 의사 이국종의 <골든아워>입니다아덴 만 사건 당시석해균 선장 수술을 맡으며 널리 알려지게 되었지요작금에 이르러그를 모델로 한 드라마가 나올 정도이므로 이국종이라는 이름은 하나의 고유명사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그렇다면 그런 그가 쓴 <골든아워>는 어떤 책인가쉽게 말해서 에세이입니다다만단순히 에세이라고 칸막이를 세우기에는 글이 깊습니다아닌 게 아니라그의 손 끝에서 모래알처럼 빠져나오는 영혼들이 하루에도 수십명분일테니까요그런 손끝으로 쓰여진 글들이 애초에 얕을 수가 있겠습니까

 

 

 


 


 

 

 

2.

 


우선책은 총 두권입니다연대기 순으로 구성되어 있고 1권의 경우 2002년에서 2013년의 기록을 다룹니다그러니까 외상센터에 발을 들여놓은 시점부터 쓰여진 글입니다물론처음부터 출간을 염두해 쓰인 글은 아닙니다각종 진료기록과 수술기록 등에서 원문을 추출해와서 본인의 기억을 그러모아 응축시킨 기록들이랄까요. 2권은 2013년에서 2018년간의 기록을 다루고 있으며 1권보다 두께가 얇습니다.

 


그렇다면 1권과 2권의 경계는 무엇인가. 1권에서는 외상센터가 어떠해야 하는지 본인의 기준을 확립하는 과정이 그려집니다그 과정에서 일종의 분투기가 에피소드 형식으로 펼쳐지는데 저자의 필력이 심상치 않습니다얼마간 <숨결이 바람될 때>의 저자인 '폴 칼라니티'가 떠오르기도 하는데요진료 기록이라고 한다면 일반적으로 정량적인 수치나 통계들로 빽빽하게 채워질 수밖에 없는 노릇인데 <골든아워>는 어떤 면에선 문학적이기까지 합니다본인이 직접 서문에서 <칼의 노래>에 의지해 글을 써내려갔다고 쓰고 있기도 하지요.

 


실제로이 전략은 굉장히 탁월해 보입니다그러니까 환자의 죽음은 의료차트표에서는 한 문장으로 정리되는 흔한 일일지도 모릅니다하지만 이 책은 그러한 사건을 결코 일반화하려들지 않아요저마다의 개별성을 확보하는 사려깊은 시선이 시종 돋보입니다난잡한 수사가 아니라 적확하고 또렷한 묘사로 환자의 죽음을 생생하게 살려내고 있어요.


 

2권의 경우아주대학 병원이 권역별 외상센터로 지정된 후의 이야기를 다룹니다국제적인 표준지침에 훨씬 못 미치는 국내의 척박한 의료 현실을 개탄하는 과정들이 담겨 있어요정리하자면, 1권은 본인의 신념과 기준이 확립되는 과정을 다루고 있고요. 2권은 국내 의료계의 현실을 개탄하는 내용들이랄까요그리고 두 권 모두 공통적으로 환자의 죽음을 사려깊은 문장으로 호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학적인 가치까지 튼튼한 책입니다.

 

 

 

 

 

 

3.

 

"시스템의 부재와 근거 없는 소문들부조리가 난무하는 환경에 맞서 팀원들이 힘겹게 버텨내는 동안나는 어떻게든 본격적인 지원을 끌어들여 우리가 가까스로 만들어온 선진국형 시스템을 정착시키고 싶었다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나는 우리가 여태껏 해온 일들이 똥물 속으로 빠져들어 가면서도까치발로 서서 손으로는 끝까지 하늘을 가리킨 것과 같았다고 생각한다하지만 곧 모든 것은 잠겨버릴 것이고누가 무엇을 가리켰는지는 알 수 없게 될 것이다......-본문 P9”

 

 

 

 

이국종이라는 인물은 지나치게 신화화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 묻는 사람들이 있습니다이 책을 읽고도 그런 소리를 한다면 아무래도 소시오패스가 아닐까...의사 이국종과 소속 동료들의 분투환자들의 호소를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는 이 책은비단 의료계에 종사하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그 테두리 밖에 있는 사람에게도 큰 울림이 될 것입니다혹은그러한 정치적인 관점이 아니더라도..... 아름다운 문장들과 투쟁사는 그 자체로 가치가 충분하달까요많은 분들께 일독을 권합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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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비채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선 1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비채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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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 소개드릴 책은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수식이 아니라 정말로 설명이 필요없는 작가니까요국내에서도 그의 팬들은 딱 반반으로 나뉘는 것 같아요하루키의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하루키의 에세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제 경우 소설은 그의 장편을 좋아하는 편이고 딱 그만큼 하루키의 에세이도 좋아하고 있습니다가장 최근엔 <직업으로서의 소설가>가 있었던가요하루키는 에세이가 됐든소설이 됐든 우선 책을 한번 펼치면 좀처럼 책을 놓을 수 없게 합니다사실 얘기에 별 내용이 없는 것 같으면서도 문장 하나하나에 마음이 가거든요오늘 소개드릴 잡문집은 특히 그 매력이 극에 달한 텍스트들을 수록하고 있어요.

 

 



 

 

2.

 

최근에 신형철 평론가의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에서 이 책의 일부를 담고 있기도 합니다. 286노르웨이의 숲에 관한 일화인데요상당히 인상적인 내용입니다이 부분은 직접 일독을 권하고 저는 책의 프롤로그를 소개할까 하는데요.

 


작가로 데뷔한 지 삼십 년 남짓이런저런 목적으로 이런저런 지면에 글을 써왔는데 아직 단행본으로 발표하지 않은 글들을 여기에 모았습니다수필을 비롯해 여러 책들의 서문·해설 그리고 질문에 대한 답변은 물론 각종 인사말짧은 픽션에 이르기까지 실로 잡다하다고 할 수밖에 없는 구성이 되었습니다미발표작들도 꽤 있습니다좀더 평범한 제목을 붙여도 좋았을 테지만편집자와 협의하는 자리에서 줄곧 잡문집이라고 불렀기 때문에 그대로 가도 괜찮지 않을까요라는 쪽으로 얘기가 흘러서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이라는 제목이 붙었습니다잡다한 글들이니 철저하게 잡다하게 가도 괜찮을 거라고....

 


그러니까 어딘가 이유 모를 반짝임이 있는 글이에요정말 쓸모없어 보이는 글들도 어딘가 쿨하게 느껴지기도 하고요괜스레 비장한 포부를 밝힌다거나 하는 식으로 느끼하지 않아요산들산들한 필치를 따라 페이지를 넘기다보면 시간이 가는 줄 모릅니다말 그대로 잡문집이어서 음악에 관한 하루키의 식견이라던가 (워낙 유명하죠.) 작가로서는 금기시 여기는 얘기들에도 거리낌이 없습니다그러니까 하루키는 폼 잡지 않아요그래서 책이 재밌는 것 같습니다.

 

 

 

 

 

3.

 

특별히 추천드리고 싶은 대상도 없습니다누구에게나 좋을 책이에요하루키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없이 즐거울 것이고하루키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이 책을 좋아하지 않기는 힘들어요이 책은 어떤 것도 말하려고 들지 않거든요편안합니다정말 안락한 책이에요하루키를 그토록 싫어했던 엔도 슈사쿠언젠가 하루키의 작품을 두고서 스타일로 밀어붙이는 책인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라고 혹평을 하기도 했었던 엔도 슈사쿠도 하루키의 책이 거침없이 읽힌다는 점은 인정하고 말았지요하물며 그게 저희라면 속수무책으로 페이지를 넘길 수밖에요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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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쓸데 있는 유쾌한 상식사전 2 : 과학.경제 편 가리지날 시리즈 2
조홍석 지음 / 트로이목마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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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트로이목마에서 시리즈로 출간되고 있는 <알아두면 쓸데 있는 유쾌한 상식사전>입니다. 저는 과학이라는 키워드에 꽂혀 이번 편을 받게 됐고요. 놀라웠던 건 저자의 이력입니다. 일상생활을 담은 1편으로 주목받은 저자이기에, 과학의 깊이를 담아낼 수 있을까 우려했는데 기우였달까요. 저자가 천문학을 전공했더라고요. 물론 전공공부와 책의 내용은 크게 상관이 없다고.... 본인이 밝히고 있지만 저자의 폭넓은 관심과 이해에 놀라게 됩니다.

 

 

 

2.

 

반면, 양력은 태양의 움직임을 항성과 비교해 계산해야 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과 고도의 정밀한 측정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일반인들이 실생활에서 바로 알아내기란 거의 불가능해 고대 세계에선 이집트 지역 이외에는 거의 사용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유럽 문명이 양력을 받아들이게 된 건 로마 집정관 카이사르의 결정 때문이었습니다.....

 

 

책은 이처럼 서간체를 이용해서 내용을 쉽게 풀어 쓰고 있습니다. 깊게 들어가지는 않으면서도 스토리 구조를 잘 살려서 관련 내용을 소개해요. 뿐만 아니라 책의 판형 자체도 굉장히 작고 심플합니다. 심지어 컬러사진과 삽화들을 상당히 많은 지면을 할애해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독자 입장에서는 친절하다고 느낄 수밖에요. 하필, 과학과 경제라는 테마를 골랐으니, 이런 형식은 필연적이기도 하겠지요.

 

 

사실 알쓸신잡 류의 책은 작금의 유행이기도 한 데다가, 유행답지 않게 정말 실용적인 구석도 있어서 꽤 많은 독자층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 오늘 소개드릴 책도 정확히 그 포지션에서, 그러니까 알아두면 정말 쓸데 있는 선에서 편이를 제공할 책이에요. 과학일반이나 경제상식 등에 갈증을 느껴온 독자분들께 일권하며 글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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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머니 -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사람들, 한국 VC 이야기
러닝메이트 지음, 이기문 엮음 / 북바이퍼블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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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 소개드릴 책은 <뉴 머니>입니다친구가 창업을 앞두고 있어서 이것 저것 들춰보다가 발견한 책이에요제목만 들어서는 내용을 짐작하기 어려운데요쉽게 말해 새로운 혁신가들의 이야기입니다중심 키워드는 VC. 벤처 캐피탈리스트의 줄임말인데요사실 현재 대학생들에게는 익숙한 단어인지도 모르겠습니다현역 VC들의 고증과 조언이 넉넉하게 담겨있기 때문에 필요에 의해 읽히는 책이랄까요그러니까 막다른 길에 놓인 취업시장에 있어서 한국 스타트업의 상황은 어떤가이 책은 현역 VC들이 직접 한국 스타트업과 벤처업계의 성장통을 털어놓는 다는 점에서 특별합니다사실 실무자와 종사자뿐 아니라 한국에 살아가는 모든 이들과 연결되어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일종의 벤처학개론으로써 소개드리기 적당한 책인 것 같아요.

 


 

 

2.

 

책은 기존 업계를 거침없이 일갈하기도 하고요학제 자체가 young한 구석이 있으므로 개론부터 유쾌하고 건강합니다저자는 러닝메이트라고 쓰여져 있는데요그러니까 팀입니다벤처캐피탈리스트 팀멤버는 강동민오종욱오지성장동욱장호영정무일 이렇게 현역 벤처캐피탈리스트 여섯 명이 팀원이라고 합니다그렇다면 이름 모를 이들이 하는 일은 무엇이냐그들은 강의를 듣습니다그러니까 공부하고 토론합니다모바일 산업이커머스블록체인푸드테크 등 다양한 주제로 스터디를 하거나 전문가를 초빙해 매주 담론을 쌓는다고 해요그 결과가 <2016 메리 미커 보고서>, <한국 벤처캐피탈리즘>, 그리고 오늘 소개드릴 <뉴 머니>입니다.

 

 

 

 

 

3.

책은 일종의 토론 형식을 갖추고 있어요이를테면 아무개가 묻습니다. "사전 인터뷰 때 벤처캐피탈리스트는 '존경받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직업'이라고 하셨어요왜 그렇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라고 하면 누군가 대답합니다.


 

....이 업의 본질은 무엇인가그런 측면에서 보면 기업공개를 올해 몇 개 하고올해 투자를 몇백 억원 하고그래서 수익을 얼마 내괘 하는 것이 우리 업의 본질인가저는 그건 아닌 것 같아요그걸로 사람의 마음을 못 움직인다고 봅니다솔직히 기업공개와 수익을 위해 투자한다면 술집에 투자하면 돼요그런데 그렇게 하면 존경받을 수 없잖아요....

 


이런 식으로 책이 다루는 주제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a. 벤처투자 산업이 궁금한 독자가 알아야 할 업계의 현재와 미래

b. VC현역들이 진단한 현재 한국 캐피탈 산업의 문제점

c. 다양한 VC들이 직접 이야기하는 스타트업 투자의 기회와 타당성

비단 VC에 관심있으신 분들이 아니라 산업 전반에 관한 지식일반으로서도 상당히 함의가 큰 책입니다많은 분들께 일독을 권하며 글을 마칩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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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기행 - 어느 인문학자의 눈으로 바라본 올레, 돌챙이, 바람의 풍경들
주강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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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강현 교수의 <제주 기행>입니다저는 고향이 제주인데요오늘 소개드릴 저자는 어떻게 보면 이방인입니다묘한 일이죠이방인이 소개하는 제주를 제주인이 보게 되다니 말이에요하지만 이 아이러니한 지점은 <제주기행>의 프롤로그부터 지적되고 있습니다그러니까 주강현 교수는 게오르그 짐멜의 어구를 인용해서는 이렇게 얘기해요.

 

 

"주변을 편안하게 느끼고 자기 땅이라고 생각하는 토착민보다 이방인이 사회를 더 객관적으로 바라본다."

 

 

 

 


 

2.


이 적절한 인용구는 책을 넘길 때마다 사실로서 증명되는 것 같아요이 책은 여행을 위한 가이드라인이 아닙니다얼마간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 제주 편>과 교집합이 있는 책이에요그러니까 관광지로서는 크게 주목받고 있지 않는 조천이나 서귀포 지역을 많이 다루고 있고요.테우리라던가본향당해녀들의 정신과 장소를 다루는 식이에요한마디로 우리가 인식하는 '제주'가 아니라 일종의 '제주학'을 다루는 책입니다조금 더 짧게 말하자면 귀한 책이라는 것이죠.

 

 

 




 

3.

 

제주도에 돌이 많다는 결정적 증거의 하나는 물 긷는 용기인 물허벅이다육지 여인들이 물동이를 머리에 이는 데 반하여 제주에서는 등짐으로 진다이 간단한 차이는 돌밭 때문에 생겨났다물동이 자체가 다르게 생겼다육지 물동이가 머리에 이고 다니기 좋게 바닥이 넓고 평평한 데 반하여 허벅은 물구덕이라는 대바구니에 넣어 등짐 지기 쉽게 고안되었다그래서 허벅은 항상 부엌 입구에 돌로 만들어둔 물팡에 놓아둔다밭이나 바다에서 돌아와 재빨리 물을 길어올 수 있게 한 배려이다....

 


 

책의 1장인데요. <제주기행>은 삼다에서 시작합니다그러니까 바람여자에 관한 이야기죠애월이나 해수욕장 얘기를 하고 있지 않아요책 곳곳에는 양질의 삽화들과 사진자료들이 가득하므로 인문 여행이라는 키워드가 적절한 기행기입니다제주에 대한 애정을 가진 분들이나제주에서 카페를 운영하시는 분들혹은 제주와 어떤 접점을 가진 모두에게 특별히 추천드리고 싶어요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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