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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맥 매카시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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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내용을 주워듣고는 읽지 말아야겠다고 밀어둔 책이었는데, 어떤 책 소개에서 SF라는 말에 혹해서 집어들고 읽었다가 후회만 했다. 역시 읽지 않아도 좋을 책이었어... 글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가 어떤 책이냐고 물으면 분명 '좋은 책이야' 라고 답하고 우울한 책도 괜찮다고 얘기하면 추천해 줄 수도 있겠지.

문제는 독자인 내 쪽인데, 나는 1. 미국 소설에 좀 질렸고, 2. 서부를 배경으로 한 소설에 좀 더 질렸고, 3. 1인칭 시점으로 한없이 땅만 파는 글에는 많이 질렸다. 끝으로 이 책엔 직접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지만, 재앙 후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로는 오래전에 읽은 어떤 소설 하나가 마음을 휘어잡고 놓아주질 않는 덕에, 딱히 새롭지도 않았다.

소설에는 수많은 매력이 있다. 직전에 읽었던 <연애 소설 읽는 노인>을 무척 좋아하며 읽었던 것이, 노인이 소설을 이유가 내가 소설을 읽는 큰 이유중 하나와 무척 닮았기 때문이었다. 글을 읽으며 등장인물의 감정에 공감하며 즐거워하고 슬퍼하는 것이야말로 소설의 큰 매력중 하나가 아닐까.. <로드>에서 말하는 아픔과 상처, 삶에 대한 시선은 나에게는 이미 한 번 지나간 뒤의 어떤 것이다. 지나간 감정을, 그것도 딱히 반갑지도 다시 고민하고 싶지도 않은 어떤 것을 되돌리며 볼 여력은 없기에, <로드>는 차라리 읽지 않아도 좋을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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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소설 읽는 노인
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정창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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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전달려는 자연보호의 메시지(진짜?)나 문명의 덧없음(진짜??;;)등과는 상관없이, 노인이 연애 소설을 읽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이 소설에 점수를 왕창 주고 싶다. 어디선가 읽은 발췌에 끌려 읽기 시작했는데, 막상 읽은 뒤에는 그 부분 보다 자신이 글을 읽을 줄 안다는 것을 알고는 놀라던 그의 모습이, 한 문장 한 단어를 곱씹어가며 소설을 읽어내려가던 그의 모습을 묘사하던 문장이 훨씬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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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비안 나이트 살인 노블우드 클럽 5
존 딕슨 카 지음, 임경아 옮김 / 로크미디어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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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펠 박사는 어느날 세 사람의 방문을 받는다. 존 캐러더스, 허버트 암스트롱, 데이비드 해들리. 각기 다른 사고방식과 성격을 지닌 이 세 사람은 어떤 괴상한 사건 하나를 맞닥뜨리고는 개성껏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언뜻 봐서는 괴상하기만 한 사건은 그들의 사고를 통하여 한 꺼풀씩 벗겨져가지만, 하나를 해결하면 다른 하나가 꼬리를 무는 식으로 깔끔하게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끝내는 펠 박사의 조언을 얻기 위해 그를 찾아오지만, 번갈아 이야기를 하는 중에 꾸벅꾸벅 난로 옆에서 졸고 있던 펠 박사가 과연 그들을 도울 수 있을런지...

한참 전에 실버버그 아저씨가 쓴 <두개골의 서>의 후기를 읽다가 그가 '내 다시는 화자를 바꿔서 쓰나봐라! ㅠㅠㅠㅠ' 라며 울부짖는 문구를 보며, 읽는 나도 정신없었는데 쓰는 사람은 오죽했겠어 - 라고 고개를 끄덕인 적이 있다. SF의 거장은 자아분열을 느꼈다는데, 추리소설의 거장은 그런 것 따윈 개의치 않는지 개성 있는 세 사람의 시선이 괴상한 사건과 더불어 책장 넘어가는 속도를 점점 빠르게 도와주는 덕에 즐겁게 책장을 덮을 수 있었다.

가끔 (특히 김전일이라던가, 김전일이라던가, 김전일 할아버지같은 탐정이 등장하는) 추리소설이나 추리만화를 읽다보면 지나치게 완벽한 계획살인인 덕에 탐정이 답을 술술 풀어주기 전에는 등장하는 단서와 트릭을 도통 짐작조차 할 수 없을 때가 많다. 딕슨 카가 쓴 이 글이 더 즐거웠던 것이 무려 네 명의 탐정이 등장해서 사건을 해결하려고 머리를 감싸도 사건은 여전히 알 듯 말 듯 오리무중이고, 작위적인 단서와 그렇지 않은 단서도 섞여있고, 또 그들이 추리를 하며 문제를 하나 풀어내곤 기뻐하는 모습이 책 밖에서 그들의 모습을 살피는 독자와 닮아서가 아닐까?

개인적으론 홈즈 시리즈보다 훠얼씬 더 재미있었던 글. 열심히 설명하는 내내 졸다가 대뜸 개운하게 사건을 풀어버린 펠 박사의 모습을 다른 글에서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일본식 본격추리소설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즐겁게 읽으실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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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앞 뒷골목 - 어느 트렌드세터의 홍대앞 카페 가이드
양소영 지음 / 이밥차(그리고책)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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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에서 여행지에 관한 책을 적당히 고르면 그 중 한 권을 추첨해서 주는 이벤트가 있어서 신청해서 받은 책. 그냥 대충 후보중에 제목만 보고 그나마 갈 수 있을 것 같은 홍대로 골라서 신청했던 기억이 난다. 가볍게 신청해서 별 기대없이 받은 책인데 받아보니 예상보다 맛있어 보이는 가게가 한가득이라 벌써부터 책장에 포스트잇을 가득 붙여놓고 주말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인터넷 서핑에 익숙하고 찍어놓은 맛집소개 블로그가 있는 분께는 그냥 그런 책일지 모르겠으나, 나처럼 홍대에 자주 가면서도 게을러서 언제나 먹던 가게만 가던 사람한테는 한 권쯤 있어도 좋을 것 같은 책. 함께 보여주는 사진도 예쁘고, 가게에 대한 작은 이야기도 곁들여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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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곳의 바다 Nobless Club 16
민소영 지음 / 로크미디어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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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제에게는 어떤 곳을 경유해 먼 거리를 짧게 이동할 수 있는 특기가 있다. 덤으로 귀신같은 것도 보고. 그런 류제의 특기를 알고 류제를 콜택시로 사용하는 발랄한 고등학생 상록은 귀신을 보다 못해 유체이탈도 자유자제로 하며 가끔씩 죽었다가 살아나기도 한다. 상록의 반친구인 우영은 요즘 심기가 좋지 않다. 아버지가 지방으로 부임받으시면서 집안 분위기는 어딘지 서먹하고, 수영선수인 주제에 물에 빠진 기억도 있고, 어째 자꾸 헛것이 보이는 것도 같다. 그 외 다른 인물들까지 아무런 관련이 없어보이는 개인적인 일이 모이고 연결되면서 서로의 사건이 엮이고 풀리기 시작한다.

내용소개를 하려고 보니 조↑기 적은 등장인물도 적은 편은 아니고, 작은 사건들이 많아서 요약하기 참 어렵네요. 게다가 중심인물인 류제, 상록, 우영이 갖고 있는 문제가 각기 다른 문제이다보니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제목만 보고 글 분위기와 내용 때려맞추길 즐기는 저는 <먼 곳의 바다>라는 제목과, 단편에서 읽은 민소영님의 글을 느낌만으로 어떤 상징적인 의미의 바다를 상상했습니다.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지만, 글에서 바다의 이미지가 의외로 현실과 가까웠기에 이번에도 잘못된 상상을 조금 반성했습니다.

서로 얽혀있는 사건을 처음엔 그렇지 않은 듯 병렬적으로 늘어놓다가 끝에서 한꺼번에 묶으려다보니 첫 부분에는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종잡을 수 없고, 마지막에는 여러 사건이 한꺼번에 얽혀서 조금 정신없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전에 단편인 <꽃배마지>를 읽으면서, 글은 참 예쁘지만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 수가 없어서 혼란스러웠는데 다행이도 장편인 덕인지 그정도로 혼란스럽지는 않았습니다.

민 소영님이 자아내는 문장, 환상과 현실이 적절하게 섞인 분위기와 그 안에서 진행되는 사건 자체는 무척 마음에 들었고, 그렇기에 책장은 무척 쉽고 즐겁게 넘길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화자가 바뀔때마다 글의 분위기와 지향점마저 바뀌는 느낌이라 진지하게 고민하는 류제에게 초점을 맞춰야 할지, 발랄한 고교생을 연기하는 상록에게 맞춰야 좋을지, 아니면 우울한 우영에게 맞춰 글을 읽어야할지 중심잡기가 쉽지는 않았기에 아쉽네요. 개인적으로는 처음 만나본 분이지만 오랜시간 글을 쓴 분이라고 들었기에, 5년뒤의 글을 기대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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