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152
오스카 와일드 지음, 윤희기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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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영국, (내가보기엔) 변론가  헨리 워튼은 친구인 화가 바질의 집에서 바질의 모델인 도리언 그레이를 만난다. 바질의 아도니스인 그는 아름다운 청년으로, 도리언의 외모에 홀딱 빠진 헨리는 아직은 순진한 그에게 아름다움에 관한 열변을 토해내고, 헨리의 말솜씨에 넘어간 도리언은 아무 생각없이 자신을 꼭 빼닮은 저 초상화가 늙어가고, 자신의 아름다움과 젊음이 영원히 유지되기를 기원한다. 도리언의 기원이 간절했던 것인지, 아니면 원래 기원은 상상도 못 한 때에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인지, 어느 순간 도리언은 자신이 원했던대로 본래의 그가 아닌 초상화속의 그의 모습이 조금씩 변하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하여 영원한(?) 젊음을 소유하게 된 도리언이 그를 이용하여 잘 먹고 잘 사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군요.

저 시대 글의 유행이었는지, 아니면 이름 참 어려운 오스카 와일드가 극작가였기 때문인지 사건에 비해 묘사와 예시, 비유가 넘쳐흐르는 문장이 책을 가득 메우고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론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말 많고 설명 많은 글을 좋아하고, 또 책 가득 넘쳐 흐르는 등장 인물의 망상과 혼잣말이 재밌어서 즐겁게 읽을 수 있었어요. 중간중간 원래의 격언이나 속담을 한 번씩 꼬아놓은 부분이 많았는데 주석이 아니었다면 모르고 넘어갔을 부분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슬쩍 주석 달아주신 분께 감사를).

읽는 도중 의아하게 느꼈던 부분이 두 부분 있었습니다. 하나는 어딘가에서도 언급한 “과거는 언제든지 지워버릴 수가 있다. 후회나 부인 혹은 망각이 그렇게 해줄 수 있다. 그러나 미래는 불가피한 것이다” - 라는 문장이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여러모로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문장이로군요. 사실 저 문장만이 아니라 책 전체에 쉽게 넘기지 못할 문장이 가득합니다. 소설 속 등장인물이 작가의 말을 대변하는 경우가 적진 않지만, 이렇게 대놓고 '사실 나 이 얘기 하고 싶었소~' 라고 말하는 글도 참 드물 것 같아요.

나머지 하나가 처음 도리언 그레이가 초상화가 자신 대신 늙어가는 것을 발견했을 때의 부분인데.. 저로선 '간절히 원했기에 초상화가 대신 늙어간다' 라고 쉽사리 받아들이는 것과, 그 반대의 경우를 생각하지 않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습니다. 마지막 무렵엔 초상화를 면죄부삼아 온갖 악행을 일삼은 그가 정말로 마지막까지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는지가 궁금했으나.. 뭐, 어쩌나요. 오스카 와일드는 이미 저 세상으로 떠난지 오랜데.

각설하고, 이 책의 교훈은, 충동을 자제하고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 됩시다...?  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도리언 그레이의 인생이 꼬이게 된 직접적인 원인은 그가 사과할 곳을 잃었기 때문이니까요. 자 그러니 누군가가 당신에게 크나큰 잘못을 저질렀어도 한 번 정도는 그를 기다리길.사과 할 기회는 주어야하잖아요.....사실 그 전에 잘못을 안 하는게 더 좋겠지만, 평생 옳고 바른 일만 하며 산다면, 사람일리가 없으니.

+초상이래서 Portrait 를 연상했는데 Picture 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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