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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가는 이야기 ㅣ 작가의 발견 3
김보영 지음 / 행복한책읽기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2008년에 거울에서 같은 제목으로 책을 내서 기쁜 마음으로 구입했던 기억이 나는데, 행복한 책읽기에서 다시 나왔네요. 추천해주고 싶어도 구입할 길이 없어 속으로 삼킨 기억이 많기에 책이 나온다는 소식이 무척 반가웠습니다. 함께 나온 <진화신화>보다 이 책을 조금 더 좋아하는데 주어도 목적어도 빠진 <멀리 가는 이야기>라는 제목도 저는 상당히 마음에 듭니다. 내키는대로 다양한 의미로 읽을 수 있으면서도, 단편집의 분위기를 그대로 담고 있는 것 같아요.
처음 나오는 세 편의 글 촉각의 경험, 다섯 번째 감각, 크게 엮어 우수한 유전자까지는 사람이 가진 기본적인 감각을 소재로 한 글입니다. 세 편 다 좋아하지만, 여러모로 남은게 많아서 우수한 유전자를 가장 좋아해요. 종의 기원과 미래로 가는 사람들은 오래 전 <누군가를 만났어>에서 읽었던 글인데 다시 읽어도 좋네요.
촉각의 경험
영화 아일랜드에 관한 기억이 생생할 때 읽어서 더 신선했던 기억이 난다. 배경이 이야기를 만들기도 하고 (특히 SF는 이런 일이 많은 듯), 이야기가 배경을 만들기도 하는데 촉각의 경험은 읽으면서 분명 후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섯 번째 감각
세상엔 신기한 일이 참 많다. 외계인을 봤다는 사람, 귀신을 보는 사람, 앞을 내다보는 사람 등등등. 의심하기 전에 일단 믿어주는 일이 그렇게 힘든가? 내가 할 수 없다고 다른 사람도 할 수 없다는 법도 없잖아. 뭐든 사용하지 않으면 퇴화된다고 하는데, 다섯 번째 감각도 그러지 말란 법이 있으리.
우수한 유전자
한참 전에 정치 이야기를 하다가, 이제 그만 발전해도 되니까 나눠주며 살자는 정치인을 뽑아도 좋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했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사람이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넘쳐흐를 정도의 물질적 풍요로움과 지성이 필요하진 않잖아...(이런 소리 하면 아직 철이 덜 들어서 그래- 라고 반응하는 사람 꼭 있더라). 그러니까 뭐든 사용하지 않으면 퇴화된다고 하는데, 여섯 번째 감각도 그러지 말란 법이 있으리.
종의 기원,
종의 기원; 그 후에 있었을지도 모르는 이야기
이 책에서 두 번째로 좋아하는 글. 인간은 신화속에서나 남아있고, 로봇이 지구 전체를 차지하고 살아가는 시대의 이야기. 사람은 멸종보다 잊혀지는 것을 더 두려워했다는 대목이 인상깊었다. 그 후에 있었을지도 모르는 이야기는, 주인공을 바꿔도 좋지 않았을까 싶다.
미래로 가는 사람들
이 책에서 가장 좋아하는 연작. 이 글을 읽고 김보영님의 장편을 애타게 기다었다. 7인의 집행관을 집필하신다는 소식에 얼마나 좋았던지! 책으로 만날 날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