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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신화 ㅣ 작가의 발견 4
김보영 지음 / 행복한책읽기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어디에서라도 좋으니 꼭 내주기를 바라던 단편집이라 무척 반가웠습니다. 빌려서, 질러서, 뺐어서(제 책은 빼앗지 말아주세요 ^^;;) 꼭 한 번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김보영님의 글중에는 당연한 것으로 생각되던 개념이나 관념, 혹은 일상을 당연하지 않은 시각으로 바라보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단순히 그렇게 봤다 - 에서 마치는 것이 아니라,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일을 오랫동안 깊히 사유했기에 나올 수 있는 글이기에 계속 마음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 번쯤은 이국적인 이름과 고유명사를 가져다 쓸 만도 한데, 익숙한 이름, 익숙한 배경에서 나오는 글이 대부분이기에 어느 순간 '아! 그 단어가 이런 의미로 쓰였구나!' 라며 감탄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저는 진화신화에 있는 글의 대부분이 그랬는데, 다른 분은 어떠셨을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D
진화신화
가끔 이 분 글을 읽다보면 어떻게 이렇게 아주 작은 상상 하나만으로 평범한 사건을 뒤바꿀 수 있을까! 라고 감탄하게 된다. SF소설에 흔히 나오는 어려운 과학적 지식과 배경설명은 거의 없이, 그냥 아주 작은 상상, 진화의 속도가 매우 빨리 이루어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라는 그런 상상 하나만으로도 이렇게 멋진 글이 완성된다.
땅 밑에
예전에 읽은 엔데의 소설 중에 끝을 알 수 없는 공간을 탐험하는 단편이 있었다. 엔데의 글은 탐험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끝이 났지만, 이 글은 탐험의 종착에서 끝이 난다. 마지막에 설명하신 원기둥은 이해를 못했지만 ㅠㅠ 최소한 전달하려는 메시지만은 잘 받아들였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는 중.
지구의 하늘에는 별이 빛나고 있다
제목의 의미를 알고 읽어도 또 다른 맛이 있더라. 글도 좋았고, 마지막에 첨부된 작가의 말도 무척 좋았다. 네, 별을 무척 사랑하는 마음이 전해졌어요. (이전 감상이 궁금하신 분은 검색을 <-불친절한 L군)
몽중몽
꿈만큼 많은 글의 소재가 된 것이 또 있을까. 글 쓴 의도를 완벽히 이해한 것 같은 느낌은 아니지만, 덕분에 성장기에 꾸던 오랜 악몽이, 좋아하는 영화와 책덕에 꾼 신나는 꿈이, 요즘은 스트레스의 지표가 되고 있어 조금 서글픈 꿈이 기억났다.
거울애
제목 덕분에 소희의 병아닌 병이 무엇인지는 금방 눈치챌 수 있었다. 이따금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감정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울 때, 이해하고 싶은 누군가의 마음을 그대로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지 상상해보곤 한다. 그래도 이처럼 피아구분없는 감정의 공감은 좀 곤란할 것 같아.
0과 1 사이
몇 번을 읽어도 좋은 글. 양자 역학이 설명하는 개념을 가장 잘 가져와서 쓴 소설을 꼽으라면 <쿼런틴>을 꼽겠지만, 양자 역학의 개념을 가져와서 쓴 소설중 가장 마음을 많이 움직인 글을 꼽으라면 이 글을 꼽을 것 같다. 한 번쯤 해봤을 것 같은 시간에 대한 아쉬움, 정규교육과정의 답답함, 시간여행에 대한 생각 등 정말로 '한 번쯤 이런 생각 해보지 않았어요?' 라고 물을 수 있는 다양한 상상을 모아서 깔끔하게 다듬어서 내놓은 느낌이다. 개인적으론 예전에 출판된 <잃어버린 개념을 찾아서>에 이 글이 들어갔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마지막 늑대
역시 몇 번 읽어도 좋은 글 (안 좋은 글을 꼽는게 더 적을지도 ^^;;). 나는 소설을 비소설보다 훨씬 많이 읽는 편인데, 드물에 찾아 읽는 비소설가인 올리버 색슨의 글 중 그가 색맹에 관한 연구를 하며 방문한 섬의 이야기에 관해 적은 <색맹의 섬>이라는 책이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빛과 소리중 사람이 보고 들을 수 있는 것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하물며 색을 구분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볼 수 없는 수 많은 명암이 있고, 같은 인간임에도 그 느낌을 이해하기 힘든데, 말조차 섞을 수 없는 상대라면 어떻겠어. ...그런데 이번에도 그 노래는 너무 재밌었다;;;
스크립터
글의 2/3정도 지점에서 끝났어도 좋았을 같다. 그러니까.. 정확하겐 7장에서. 물론 그러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글이 되겠지만.
노인과 소년
아, 멋지다 :D 올해는 도통 정신이 없어서, 사놓고 읽지 못한 책이 꽤 많다. 거울에서 나온 <타로카드 22제>도 그 중 한 권인데, 순서대로 읽어보았어도 좋았을 것을 아쉽기만 하다. 적어도 내가 갖고 있는 카드의 이미지에는 딱 맞는 깔끔한 글.